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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만에 1000배' 암호화폐 광풍…정부는 "투기대상" 엄포만

중앙일보 2021.04.21 17:20
20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상장 30분 만에 1000배 폭등, 7시간 뒤 3분의 1토막.
 
지난 20일 상장 첫날 롤러코스터를 탄 암호화폐 아로와나토큰(ARW) 얘기다. 각종 규제로 둘러싸인 주식 시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투자 광풍이다. 과열된 암호화폐 시장을 어떻게 규제할지를 두고 정부가 고심에 빠졌다. 그대로 뒀다간 투자자 피해가 불 보듯 뻔한데 규제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시장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칼을 빼 들긴 했다. 지난 19일 정부는 올 6월까지 부처 합동 특별단속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이 총대를 메고 암호화폐와 관련한 각종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 출금 과정에서 금융사 의심 거래에 대한 감시ㆍ보고를 강화한다. 기획재정부ㆍ금융감독원은 외환거래법 위반 사례를 점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불공정 약관을 바로잡기로 했다. 경찰도 전담 부서를 설치해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한다.
 
하지만 칼이 무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암호화폐를 ‘투기 대상’으로 보고 엄포만 놨지, 제재할 수단이 없어서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 투자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규제하는 법도 없다. 예를 들어 주식 시장에선 허위 공시할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투자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거래소에 허위로 공시해도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없다.
 
현재 암호화폐 관련 규제는 지난달 25일 시행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정도다. 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지침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뒀다. 하지만 이마저도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식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정부 특별단속은 새로운 규제라기보다 기존 형사ㆍ자금세탁ㆍ외국환거래법에 따라 불법행위를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불법행위 단속은 바람직하지만, 자발적으로 고위험을 감수하며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금액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금융위원회]

암호화폐 거래금액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금융위원회]

 
정부가 입법을 주저하는 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관리ㆍ감독이 자칫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한다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투자자 보호 규정을 만드는 것조차 제도권 수단으로 인정하는 셈이라 주저한다. 섣불리 거래를 양성화하면 투기 열풍에 불을 붙일 수 있고, 반대로 강하게 억누르면 투자자 불만을 감수해야 하는 점도 딜레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암호화폐 관련 공시 기준 등 규정을 만드는 게 과연 투자자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며 “24시간 국경을 넘나들며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데 국제 합의 없이 우리가 먼저 규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도 고민은 비슷하다.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한 중국은 물론,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ㆍ유럽도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 정도만 마련한 수준이다. 미국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ㆍ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규제를 맡는다. 프랑스는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근거법(업권법)을 제정했다. 일본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이용자 보호 의무를 법으로 규정했다.
 
다만 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달라진 점은 고려해야 한다. 먼저 글로벌 투자자가 잇따라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는 추세다. 암호화폐를 상품ㆍ서비스 구매 수단으로 보는 기업도 늘었다. 페이팔ㆍ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비트코인을 합법적 결제 수단으로 인정해 쓴다. 캐나다는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8년과 최근 열기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시장이 바뀐 만큼암호화폐가 투기란 선입견을 버리고 결제 수단은 물론 자산으로서 기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암호화폐연구센터장)는 “암호화폐에 대한 근거 법 없이 기존 규제로만 버틸 수는 없다”며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암호화폐를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고,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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