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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됐다가 4번 취소"…직업계고교 69% "취업할 곳 줄었다"

중앙일보 2021.04.21 13:50
“친구가 취업이 됐다가 4번 취소됐어요. 사수가 회사를 나가서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고 해서요. (중략)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바꿀 수도 없고. 성적이 낮을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거죠”(서울 소재 직업계고 3학년 A양)
 
“코로나19로 자격증 시험 일정이 미뤄지다 보니 시험 날짜가 겹쳐 하나를 포기해야 했어요. (중략) 2년간 학교에서 실습해서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학교에 못 가 집에서 혼자 준비하면 불리해요”(광주 소재 직업계고 3학년 B양)
 
청년 노동자를 지원하는 ‘유니온센터’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코로나19와 청년노동 실태’ 보고서에 실린 인터뷰 내용이다.
유니온센터 ‘코로나19와 청년노동 실태’

유니온센터 ‘코로나19와 청년노동 실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직업계고 학생들이 전례없는 취업 한파를 맞고 있다. 21일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계고 학생 10명 중 8명(79%)은 ‘코로나19가 취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고, 10명 중 7명(69%)은 ‘취업할 수 있는 곳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취업할 곳이 줄어든 주원인은 현재 상황에서 코로나19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무 역량 키울 기회 상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직업계고 학생의 63%는 ‘채용 일정의 연기 또는 취소’, 20%는 ‘채용 후 첫 출근 전 채용 취소’를 경험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이게 다가 아니다. 직업계고는 특성상 대면학습과 실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영향으로 등교 일수가 줄고, 비대면ㆍ온라인 수업이 늘면서 실습 기회가 적어졌다. 직업훈련을 통해 현장 실무 역량을 키울 기회를 잃고 있는 셈이다.  
유니온센터 ‘코로나19와 청년노동 실태’

유니온센터 ‘코로나19와 청년노동 실태’

C군은 유니온센터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수업이 완전히 방치돼 있었다”며 “막히면 물어볼 사람이 있어야 하고, 원인이 안 찾아질 때도 있는데 온라인 수업으로는 그런 게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직업계고 졸업예정자ㆍ졸업생 4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등교 일수가 줄면서 실습도 줄었다’(55%), ‘실습이 온라인수업으로 이루어졌으나 기능 등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16%), ‘거리두기 때문에 실습실 이용에 제한이 있었고 기능습득에 문제가 있었다’(6%) 등의 응답이 나왔다.
 
자격증 시험 일정이 취소되거나 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해 취업 준비에도 타격을 받았다.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자격증은 입사에 있어 중요한 ‘스펙’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숙련도를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인 동시에, 재학 시절 노력ㆍ성실성을 판단하는 요소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유니온센터 ‘코로나19와 청년노동 실태’

유니온센터 ‘코로나19와 청년노동 실태’

학생들은 “자격증 시험이 8월로 미뤄졌는데, 그때는 NCS 공부해야 해서 시험을 못 봤다”, “시험이 취소됐는데, 공부습관이 사라지면서 그때부터 꼬였다”, “그전에는 의무검정을 3개월 준비했는데,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1개월밖에 못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취득하지 못한 자격증의 개수는 2개(39%)ㆍ1개(33%) 순이었다.
 
여기에 대졸자에 비해 낮은 임금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 차별 인식도 고졸 취업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취업에 성공한 D군은 “‘네가 대학을 못 가봐서 그렇다’, ‘고졸인데 뭘 알겠냐’ 같은 말을 자주 듣는 편”이라며 “고졸 취업자에 대한 편견이 깊이 박혀있어서 한순간에 바뀌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군도 “무시를 많이 당하는데, 가끔 투명인간 취급받을 때도 있다”고 전했다.  
 

낮은 임금, 차별 인식도 취업 '장벽' 

유니온센터 ‘코로나19와 청년노동 실태’

유니온센터 ‘코로나19와 청년노동 실태’

그러다 보니 취업이 아닌 대학 진학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직업계고 졸업자 가운데 취업자 비율은 2017년 50.6%에서 지난해 27.7%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반면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32.5%에서 42.5%로 늘었다. 2022년까지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자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2019년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이 부끄러울 정도다. 보고서는 “고졸 취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특성화고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짚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이런 문제의 개선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업에서 원하는 인력이 예전과 달라지면서 직업계고-기업 간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고용시장은 경직적으로 변하고, 기업이 경력직 채용을 확대하는 것도 직업계고의 신규 취업 문을 좁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기술 가지면 대졸과 같은 대우 해야" 

이들 가운데선 부모님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이고,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직업계고를 선택하는 젊은이들 적지 않다. 학력에 따른 격차와 차별적 인식을 감수하고서다. 이들이 일할 기회를 잃고 취업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면 더 낮은 임금, 더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 
 
이에 유니온센터는 ▶안정적 취업 준비 등을 지원하는 코로나19 긴급 정책 ▶양질의 고졸 일자리 증대 ▶취업연계장려금 같은 초기 취업역량 형성 지원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력 ▶고졸 청년의 직무 수행 능력을 높일 직업교육의 혁신 등을 정부가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독일처럼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보수·처우 면에서 대학 졸업한 것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 해줘야 한다”며 “단순히 일회성 테스트 시험이 아니라, 현장에서 숙련도를 높이고 이런 과정을 평가받는 ‘과정형 자격제도’를 더 확대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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