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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는형님’ 보려면 수시 노려라? 대입 맹점 파헤친 논문

중앙일보 2021.04.21 06:00
지난해 12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종로학원에서 열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합격예측점수 설명회를 찾은 학무보들이 배치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종로학원에서 열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합격예측점수 설명회를 찾은 학무보들이 배치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수시전형을 노려라? 돈도 덜 들고, 잠도 푹 자고, '아는 형님'도 거리낌없이 볼 수 있다?
 
수험생이나 수험생을 둔 학부모라면 대학에 어떤 방식으로 입학할 것인지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수시전형과 정시전형 중 어느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비용도, 여가를 즐기는 수준도 달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학입학 시험 제도의 맹점을 경제학적으로 파헤쳤다.
 
한국노동경제학회 학회지인 『노동경제논집』 최신호에 '대학 입학 전형별 교육 투자 비교' 논문이 게재됐다, 조하영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부교수팀이 집필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부정입학(수시전형) 논란과 관련된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발표돼 주목된다. 조 전 장관 사태 때문인지 교육부는 최근 정시모집으로 입학하는 학생의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떤 입학 전형을 택하느냐에 따라 연평균 사교육비에서 큰 차이가 났다. 한국교육고용패널 2차조사(2016~2019년)를 토대로 2017년 기준으로 코호트 분석(그룹으로 분류해 분석하는 기법)을 한 결과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쓴 연평균 사교육비는 362만6000원이었다.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사교육비로 496만4000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전형 입학생보다 사교육비로 36.9% 더 지출했다.
 
이같은 사교육비는 한국교육고용패널 1차 조사(2005~2015년)에 비해 두 배 가량 불어난 액수다. 연구팀은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지원한 6개 대학(수시지원 제한 대학 수)에 모두 불합격할 것에 대비해 정시전형을 위한 투자도 일정부분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그래서 "수시와 정시전형의 선발 비율보다는 수시와 정시전형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현행 입시체계가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는 결과를 불러왔을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고액 사교육에 대한 지출 비용도 정시전형 합격자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대입전형별 사교육비와 수면 여가시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입전형별 사교육비와 수면 여가시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처럼 전형별 차이가 나는 것은 "정시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은 어떤 지문과 어떤 문제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다 정시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 수가 적어졌기 때문에 더 많은 교육투자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수시전형과 정시전형 사이의 교육투자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는 고교 2학년 때부터였다. "고2 때 자신의 대학입학 전형을 선택함에 따라 다른 교육투자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인지 고1 때는 큰 차이를 찾을 수 없었다. "어떤 전형을 위주로 대입을 준비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정시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은 혼자서 공부한 시간이 수시전형 합격자보다 일주일 평균 1.4시간 정도 더 긴 경향을 보였다. 역으로 수시전형 학생은 여가시간이 3시간 정도 많고, 하루 평균 수면시간도 0.16시간 길었다. 또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경우 TV 시청시간과 컴퓨터 이용시간도 정시전형 입학생에 비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의 사교육비 지출금액이나 혼자서 공부한 시간의 차이는 10년 사이에 더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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