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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해야하는데”…평가지수만 200개 'ESG 경영 어지럼증'

중앙일보 2021.04.21 05:00 경제 3면 지면보기
 
울산 온산국가공단 전경. ESG 경영이 올해 국내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 위원회를 신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ESG 평가 지수가 난립하면서 ESG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사진 울산시

울산 온산국가공단 전경. ESG 경영이 올해 국내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 위원회를 신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ESG 평가 지수가 난립하면서 ESG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사진 울산시

 
연초부터 경영계의 화두로 부각한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둘러싸고 평가 기관이 난립하면서 기업들이 'ESG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평가 기관에 따라 똑같은 기업의 ESG 등급도 천차만별로 갈려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더 나아가 피평가 기업이 평가 기관에 ESG 등급이 잘못 매겨졌다며 항의하는 진풍경까지 펼쳐지고 있다.
 

ESG 평가 지수만 200개 넘어 

현재 국내·외 ESG 평가 지수는 200개가 넘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ESG 평가 지수는 우후죽순처럼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지수 평가 기관별로 정보 수집 및 분석 방법이 달라 같은 기업의 ESG 등급도 큰 차이가 난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10대 기업 계열사 사회공헌 팀장)”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주요기업 ESG 등급 비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주요기업 ESG 등급 비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5대 기업도 평가지수별로 등급 제각각 

당장 5대 기업 주요 계열사의 국내·외 ESG 등급만 비교해도 확인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국내 ESG 평가 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등급에선 A를 받았다. 기업지배구조원의 ESG 등급은 S, A+, A, B+, B, C, D 등 7등급으로 나뉘는데 A는 평균 이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가 발표하는 ESG 등급에선 B를 받았다. MSCI도 ESG 등급을 7등급(AAA, AA, A, BBB, BB, B, CCC)으로 구분하는데 B는 최하위를 겨우 면한 수준이다. MSCI가 발표하는 ESG 등급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투자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는 ESG 지수 중 하나다. 
  
다른 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기업지배구조원 평가에서 ESG A등급을 획득했지만, MSCI 평가에선 BBB에 그쳤다. 롯데쇼핑도 기업지배구조원 평가에선 A 등급을 받았지만, MSCI ESG 등급은 B를 받았다. LG전자는 정반대다. LG전자는 기업지배구조원에서 ESG B+ 등급을 받았지만, MSCI의 ESG 평가에선 A 등급으로 분류됐다. 
 

기업이 평가 기관에 항의하기도 

ESG 평가가 제각각이다보니 평가기관이 기업으로부터 직접 항의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10대 기업 중 한 곳은 최근 국내 ESG 평가기관에 평가 등급을 놓고 이의를 제기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이사회에 참가하지 않는다며 각종 지표에서 감정을 당해 평가 지표 자체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는 글로벌 기업의 ESG 등급을 산정해 발표한다. MSCI의 ESG 등급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투자 참고용으로 활용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MSCI 홈페이지 캡쳐. 사진 MSCI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는 글로벌 기업의 ESG 등급을 산정해 발표한다. MSCI의 ESG 등급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투자 참고용으로 활용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MSCI 홈페이지 캡쳐. 사진 MSCI

역사 짧고 학문적 기반 없어 평가지수 난립  

ESG 평가 지수가 기관별로 제각각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ESG의 짧은 역사와 학문적 기반이 없는 평가 구조를 그 배경으로 꼽는다. 송재형 전국경제인연합회 ESG TF팀장은 “ESG는 2006년 만들어진 UN의 책임투자원칙에 뿌리를 두고 만들어져 역사가 길지 않다”며 “학문적 연구에 기반을 두지 않다 보니 일관된 평가 기준도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종대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ESG 평가 지수가 사기업 중심으로 개발되다 보니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는 ESG 평가 지수는 아직 없고 각종 지수만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기업의 ESG 대응은 어떻게

이렇다 보니 ESG를 올해 경영 화두로 내세운 기업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10대 기업의 한 임원은 “ESG 등급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고 당장 등급을 끌어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ESG 등급 결과만 발표할 뿐 정작 측정 지표를 공개하지 않는 곳이 많아 어떻게 대응할 지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국내·외 평가기관의 ESG 측정 지표 중 공통점을 뽑아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규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 탄소 중립 등 국내·외 평가기관이 가점을 주는 공통된 측정 지표를 우선 고려하는 게 좋다”라며 “향후 ESG 평가기관도 공신력을 인정받는 몇 곳으로 압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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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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