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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호 칼럼] MZ세대의 정치적 해일

중앙일보 2021.04.21 00:51 종합 31면 지면보기
염재호 고려대 명예교수·전 총장

염재호 고려대 명예교수·전 총장

일본말로 쓰나미라고 하는 해일(海溢)은 순식간에 육지로 다가와 해안을 삼키고 사라진다.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해일이지만 오기 전에는 반드시 전조현상이 있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지각변동이 바로 그것이다.
 

4·7 보선에 나타난 정치적 해일
누적된 실정에 드러난 민심이반
정치적 지각변동의 전조 현상
여야 모두 겸손히 해일 대비해야

10년전 일본 후쿠시마에 갑작스런 해일이 닥쳤을 때 자동차가 떠내려가고 해안가 마을은 초토화되었다. 더 심각한 피해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이었다. 해일이 덮쳐 긴급 노심냉각장치의 작동이 멈추었을 때 도쿄전력과 일본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수소폭발과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을 초래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각한 피해로 고통 받고 있다. 해일은 전조현상 예측 못지않게 사후처리가 중요하다.
 
4·7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했다. 일년 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던 여당으로서는 믿기 어려운 민심의 이반이다. 특히 서울시장 보선 출구조사에서 20대 이하 남성 72.5%가 야당을 지지했다. 비록 남성들에게서 두드러졌지만 20대는 이념상 보수야당에게는 절대로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여당의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MZ세대의 정치적 해일로 보기에 충분한 충격이다.
 
MZ세대의 정치적 해일의 전조현상은 없었는가. 이들의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은 LH사태로 야기된 일시적 현상만은 아니다. 촛불혁명으로 무언가 새로운 미래지향적 진보정부를 기대했고,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구현할 것으로 기대했던 여권에 대한 실망이 누적된 것이다. 지난 4년간 미래보다는 과거에만 매달린 여권이 그들에게는 더 이상 진보집단으로 보이지 않는다. 운동권 586 여권 핵심은 학창시절 투쟁의 낭만 때문에 자신들이 아직 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MZ세대는 그들을 철 지난 보수이익집단으로 본다.
 
정치적 해일의 전조현상은 일련의 정책집행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감지되었다. 평창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구성할 때 MZ세대들은 남과 북이 어울려 통일의 길에 한걸음 다가서는 것에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땀 흘린 선수를 탈락시키는 불공정에 분노했다. 인천국제공항 사태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채용 공정성의 문제로 분노했다. 조국사태를 비롯하여 부동산문제에서 보여준 청와대 참모들과 여당인사들의 내로남불 행태의 위선적 이중성은 그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었고, 부동산 문제에서는 절대 지지 않겠다고 했고, K-방역은 전 세계의 모범이 되었다고 했고, 남북평화와 비핵화의 운전자론을 주창했는데 그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이런 약속들은 희망고문이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에 한국이 세계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고 예측했다. 여성은 90.82세, 남성은 84.07세로 모두 세계 1위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이처럼 오랜 수명은 희망과 꿈이 아니라 불안과 짐으로 여겨진다. 최근 직장인이 예상하는 평균 퇴직연령은 49.7세로 조사되었다. 19%만 정년보장을 믿는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평균비율은 20.0%인데 한국은 12.2%이다.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이다. 사회보장이 충분하지 않아 은퇴 후의 삶이 불안한데 부동산과 세금의 폭등은 젊은이들을 패닉상태에 빠지게 한다.
 
이처럼 젊은이들은 불안한데 지난 4년간 정부와 여당은 미래세대를 위해 무슨 일을 했나? 정치지도자들은 검찰개혁, 적폐청산, 일제잔재처리 등 과거에만 매달렸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일자리위원회, 한국판 뉴딜계획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청년과 소수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고용정책들은 부정적 파급효과만 낳았다. 출범 초기에 추진한 최저임금정책은 청년 아르바이트 자리를 감소시켰다. 대학강사를 정규직으로 보장하는 정책은 각 대학에서 강사를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 국책연구소의 비정규직 연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정규직 연구원 신규채용을 어렵게 만들어 많은 대학에서 대학원 입학생 미달사태까지 나타났다. 청년실업수당은 중소기업 구인난을 가중시켰다.
 
MZ세대의 정치적 해일에 대해 이들이 역사인식이 없다고 비판하고 무시하면 안된다. 위헌판정이 난 군가산점제 부활도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신뢰를 못준다. 지금 MZ세대는 자신들이 관심있는 연예나 스포츠에서도 아주 작은 거짓말이나 불공정을 참지 못하고 SNS를 통해 소통하고 의견을 표출하는 커뮤니케이터들이다. 그들의 SNS를 통한 소통과 확산능력은 전방위적이다. 소비시장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은 이미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치적 해일에도 여당은 안일하게 당심만 믿고 기존의 노선을 바꾸지 않는 것같다. 정권교체를 꿈꾸는 야당은 이런 여당의 강경노선 유지를 속으로 반길지도 모른다. 후쿠시마 원전처럼 해일은 잘못 처리하면 십년 이상의 고통이 뒤따른다. 여야 모두 잔잔하게 보이는 물이 언제 해일이 되어 휩쓸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정치를 하면 좋겠다.
 
염재호 고려대 명예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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