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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사람사진] 오롯이 연극 안에서 살아온 배우 박정자

중앙일보 2021.04.21 00:21 종합 26면 지면보기
권혁재의 사람사진 / 배우 박정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 배우 박정자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여든이에요.  
살면서 가장 귀한 게 감동이더라고요.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내년에도 연극을 할 겁니다.
이는 돈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래서 나의 여든은 굉장히 화려할 겁니다.”  
이는 지난해 연극배우 박정자 선생이 인터뷰 자리에서 한 말이다.
 
실제 여든이 된 올 5월,  
그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서 여든 노인 역할로 무대에 선다.
1962년에 연극을 시작했으니 무려 연극 인생 59년째다.
한해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고 했다.
심지어 만삭일 때도 그는 무대에 섰다.
 
“제 아이가 둘인데, 둘 다 임신 막달에 공연했어요.
첫째 때는 온달 어머니 역인데 평강공주에게 엎드려 절을 해야 했죠.
한 10분 엎드렸는데 그때 아이가 목구멍으로 나오는 줄 알았어요.
둘째 때는 정신병동 환자 역을 했죠. 그냥 저는 연극을 하는 어미였어요.”
 
오롯이 무대에서 살아온 인생인 게다.
 
“무대에서 물론 부족할 때가 많아요.
그럴수록 내가 나를 부추기며 내가 나를 응원합니다.
내가 나를 바라보면서 최면을 거는 거죠.
이건 박정자가 아니면 안 돼. 박정자 네가 너무 잘한다며….”
그는 연극이 아니면 박정자라는 이름 석 자는 있지도 않았다고 했다.
박정자가 되기 위해서 연극을 하며, 박정자 자체가 연극이라고 했다.
 
″분장실 거울 앞에 있을 때, 비로소 박정자가 된다″는 그의 말처럼 거울 앞에서 누구보다 당당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20200116

″분장실 거울 앞에 있을 때, 비로소 박정자가 된다″는 그의 말처럼 거울 앞에서 누구보다 당당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20200116

“연극을 안 할 때는 거울 보기가 싫어요.  
그렇게 내 모습이 초라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분장실 거울 앞에 있을 때, 비로소 박정자가 되는 겁니다.”
 
결국 오롯이 일생을 연극 안에서 살아온 배우 박정자라는 얘기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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