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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학의 사건 조사단의 조작 의혹 충격적이다

중앙일보 2021.04.21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지난 1월 검찰 관계자들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정부세종청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월 검찰 관계자들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정부세종청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최근 언론에 공개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전 법무차관 조사 보고서’ 내용과 이 문건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조사단 관계자의 행태는 충격적이다. 활동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가 폭로한 내용엔 이 안에서 진행된 반인권적 행각이 상세히 담겼다.
 

조작과 인권 침해, 언론플레이 구태
이러고도 검찰 개혁 말할 자격 있나

현 정부가 검찰 개혁을 추진하면서 앞세운 명분은 피의사실 공표나 몰아가기 수사 같은 인권 침해 관행의 단절이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조사단의 민낯은 이들이 얼마나 악의적으로 조사 대상자를 다뤘는지를 보여준다. 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가 “어떤 검사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수사를 몰고 가는 걸 본 일이 없다”고 탄식할 정도다.
 
김 전 차관의 비리는 엄벌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인권 측면에서 보면 이번 폭로로 드러난 조사단의 일탈 또한 심각하다.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윤중천씨 별장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왔다든가,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윤씨의 접대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조사단의 이규원 검사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비롯된 정황이 짙어졌다. 확인도 안 된 내용이 보고서에 담기고 언론사에 흘러간 의혹은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조사 대부분을 담당한 검사의 의견과 달리 성폭력으로 몰아갔다는 대목도 우려스럽다.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포토라인 폐지는 현 정부가 강행해 온 개혁과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최근 페이스북에 “피의사실공표하면 저는 노무현 대통령님이 떠오른다”고 적었다. 추미애 전 장관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이유로 국회가 요구한 ‘청와대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 전문 제출을 거부했다. 조국 전 장관 가족을 위한 조치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피의자 공개 소환을 폐지했다.
 
이번에 드러난 조사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이들이 공개소환을 언론플레이용으로 이용했음을 보여준다. 이규원 검사가 “내일 (김학의) 공개소환 때릴까 검토 중입니다. 어차피 안 나오겠지만” “연락이 안 닿을 수도 있으니 뉴스로 알려드릴 수밖에요”라고 올리자 다른 팀원은 “내일 15시 김 전 차관을 소환 조사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알렸습니다”라고 공유했다. “하하하 내일 카메라 엄청 올 건데”라는 한 팀원의 얘기에 이 검사는 “기자들에겐 좀 미안한 감이 있습니다(김학의가 안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라고 답했다. 황당한 언행이 아닐 수 없다. 독재 시절부터 이어져 온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조사단이 더 심각한 인권 침해와 불법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이 앞서 기소한 이 검사 등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관여 혐의에 더해 새롭게 드러난 명예훼손과 허위공문서 작성 의혹을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 우리 편 봐주기로 슬쩍 넘어가려 한다면 이번 과거사위를 재조사하는 또 다른 과거사위의 등장을 예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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