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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비대면 시대’ 불법스포츠도박,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확산

중앙일보 2021.04.21 00:05 1면
불법스포츠도박은 청소년의 도박중독 등을 부를 수 있다. PC방에서 불법도박을 하는 청소년. [사진 중앙포토·문체부]

불법스포츠도박은 청소년의 도박중독 등을 부를 수 있다. PC방에서 불법도박을 하는 청소년. [사진 중앙포토·문체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19년 12월에 발표한 ‘제4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약 82조원으로, 합법사행산업(22조7000억원)의 4배에 이른다. 전체 불법도박 중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은 약 21조원 규모로, 약 25%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1년 7조6000억원에서 3배 늘었다.
 

불법스포츠도박 시장 규모 21조
청소년 도박 상담 5년 새 16배↑
승부조작 재발, 범죄 악용 우려
정기 단속, 신고 절차 간소화 필요
합법 사업 유도 방안도 마련돼야

불법스포츠도박 폐해 심각

불법스포츠도박은 국내외 프로스포츠의 인기, 쉬운 접근성, 높은 환급률 등을 내세워 계속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시대로 접어들며 불법스포츠도박은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급격히 시장을 확장할 것으로 우려된다.
 
불법스포츠도박의 폐해는 심각하다. 특히 최근 들어 청소년 사이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도박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SNS로 무분별한 광고를 송출해 청소년에게 ‘놀이’라는 인식을 유도해 도박 중독에 빠지게 한다. 실제 청소년 도박 상담 건수는 2014년 89명에서 2019년 1459명으로 5년간 16배 이상 급증했다.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는 청소년이 도박에 빠지면 도박자금을 구하기 위해 초고금리의 불법대출을 받거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 대부업자들의 덫에 잘못 걸리면 감금·폭행 피해를 보기도 한다.
 
불법스포츠도박은 국내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 재발 우려도 높인다. 2011~2016년 국내 스포츠계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앓았다. 당시 4대 프로스포츠(축구·야구·배구·농구)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밝혀지며 전·현직 선수 및 감독 등 수십 명이 처벌받았다. 최근 급증하는 불법스포츠도박을 통해 거대 불법자금이 형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브로커들이 다시 활개를 칠 수 있다.
 
불법스포츠도박은 범죄 단체의 자금줄이 된다. 실제로 조직폭력 단체가 불법도박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는 사례가 종종 적발된다. 범죄 단체의 자금줄로 이용되면서 불법대출, 폭력, 범죄조직 운영과 같은 심각한 범죄로 연결되기도 한다.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 정례화해야

 경고 포스터. [사진 중앙포토·문체부]

경고 포스터. [사진 중앙포토·문체부]

불법스포츠도박을 근절하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 활동을 정례화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사이버 도박 100일 특별단속’을 시행해 큰 성과를 냈지만, 단발성 단속으로 단기적 효과에 그쳤고, 이후 불법스포츠도박은 다시 퍼져나갔다.
 
불법스포츠도박 신고 및 차단 절차의 간소화도 필요하다.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가 복제 사이트를 개설하는 데는 1·2일 정도의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반해, 불법도박사이트 신고·차단 처리에는 1개월 이상 걸려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현행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차단 프로세스의 실효성을 보완하기 위해 임시(긴급) 차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불법도박 이용자를 제도권 내 합법사행사업으로 유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경마·스포츠토토 등 합법사업에선 불법 사이트와 달리 대상 종목, 구매 금액 및 횟수 등의 제한이 있어 과몰입을 막는다. 다만 전문가들은 합법사행사업에서 시행 중인 ‘매출총량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불법도박 중 규모가 가장 큰 불법스포츠도박 이용 수요를 합법 스포츠토토 사업으로의 전환이 가장 절실하다. 스포츠토토와 내국인 카지노의 경우 매출총량 준수를 위해 인위적인 매출 저감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 때문에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의 팽창세가 가속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규제 완화가 사행 심리를 조장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불법도박의 경우 이용자의 도박중독 유병률이 합법 이용자보다 2배 이상 높고, 특히 2차 범죄 등 여러 사회 문제를 유발한다”며 “불법 수요를 합법사행사업으로 유도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스포츠베팅이 활성화된 해외 국가에선 ▶적정 환급률 ▶상품의 다양성 강화 ▶모바일 발매 채널 운영 ▶경기 진행 중 참여 방식 채택 등을 시행하고 있다. 불법 사이트 못지않은 사업 환경으로 합법사행사업의 경쟁력을 키워 관련 수요를 양성화한다.  
 
 
김재학 중앙일보M&P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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