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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가 벼슬 내린 ‘정이품송’ 후계목 전국서 만난다

중앙일보 2021.04.21 00:03 16면
정이품송

정이품송

충북 보은에 있는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사진)의 씨앗을 받아 번식한 후손 나무가 경기도 안성시와 광주광역시 등 전국 각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식목철 맞아 분양 러브콜 많아
테마공원, 중학교 등지에 심겨져

20일 보은군에 따르면 정이품송 자목(子木·아들 나무)을 민간분양한 데 이어 전국 자치단체와 대학 등 공공기관에서 분양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속리산 문지기로 불리는 정이품송은 보은을 대표하는 소나무다. 조선 7대 임금인 세조(1417∼1468)의 속리산 행차 때 어가(御駕) 행렬이 무사히 통과하도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수령이 600년 이상인 정이품송은 현재 높이가 15m에 달한다. 폭풍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병충해 피해를 보기도 했다. 보은군은 2008년부터 후계목 양성 사업을 시작해 정이품송 솔방울에서 채취한 씨앗을 발아시켜 묘목을 기르고 있다.
 
올해 분양한 정이품송 자목은 2014년생으로 키 2~2.5m, 밑동 지름 6㎝ 이상이다. 지난 2월 자목 100그루를 민간분양한 결과 경쟁률은 2.2대1에 달했다. 백승연 보은군 산림경영팀 담당은 “일반인에 이어 공공기관에서도 정이품송 자목을 분양받겠다는 문의가 늘었다”며 “한 그루에 110만원씩, 신청 기관당 최대 5그루를 분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는 현재 정이품송 자목 42그루가 분양됐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호남대는 지난달 30일 자목 5그루를 캠퍼스 본관 앞 정원에 심었다. 이 대학 교목은 소나무다. 경기도 안성시는 지난 7일 정이품송 자목 4그루를 관내 청송·진사·아양2 근린공원과 솔밭공원 등에 심었다.
 
강원 홍천군은 정이품송 자목을 활용해 관광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달 22일 분양받은 자목을 홍천군청을 비롯해 수타사, 정희왕후 태봉, 김효성 묘역, 수타사 농촌테마공원 등 5곳에 심었다. 수타사에는 세조 때 편찬된 월인석보(대한민국 보물 제745-5호) 일부가 보관돼 있고, 정희왕후는 세조의 비(妃)다.
 
충북 진천의 서전중은 최근 교내에 정이품송 자목을 심었다. 한국공항공사는 식목철을 맞아 지난 1일 청주국제공항 여객청사 옆 연못공원에 자목 4그루를 심었다. 정이품송 자목을 분양받은 일반인과 기관에는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이 담긴 혈통 인증서가 제공된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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