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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세번 견딘 예루살렘, 거리 곳곳 ‘가게 세놓음’ 전단

중앙일보 2021.04.21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본지 김민욱·임현동 기자, ‘백신 접종 1위’ 이스라엘 가다

19일 낮 12시20분쯤(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벤 예후다 거리. 교민들이 ‘예루살렘의 명동’으로 부르는 번화가다. 이날 낮기온은 35도를 넘었다. 현지 언론이 아침 일찍부터 폭염 소식을 전했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파라솔이 쳐진 식당·카페의 야외 자리에 앉아 무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대부분 반소매·민소매 차림이다. 이스라엘 입국 뒤 사흘째 자가격리 중인 취재진을 대신해 이강근 전 이스라엘 한인회장이 벤 예후다 등의 도심을 다녀왔다.
 

식당 주인 “한달 지나면 회복될 것”
화장품 가게 직원 “관광객 기다려”
카페 모인 8명 “백신 두번 접종” 자랑
내달 23일 외국인 성지순례 재개

한 카페에서는 12명의 일행이 야외 테이블 4개를 붙여서 케일 주스를 마시고 있다. 근처 다른 카페에서도 노인 8명이 담소를 나눈다. 이들은 “백신을 두 번 맞았다”고 자랑한다. 노천 카페 곳곳에서 단체손님들이 보인다. 지난해 연말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적용하는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마카네예후다 재래시장이 지난 18일 시작된 탈마스크 정책 영향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한 상인은 “이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1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상점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다.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마카네예후다 재래시장이 지난 18일 시작된 탈마스크 정책 영향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한 상인은 “이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1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상점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다. [사진 이강근 현지교민]

이날 거리에서는 이스라엘 내국인 단체관광객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들은 20명 넘게 빙 둘러앉아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해 12월 확진자가 급증하자 그달 27일부터 2주간의 3차 전면봉쇄(락다운)에 들어갔다. 거주지 밖 1㎞ 이내만 오갈 수 있고 실외에서는 20명 이상 모일 수 없었다. 그런데도 환자가 줄지 않자 2월 5일까지 연장했고, 이후 단계적으로 완화해 왔다.
 
이강근 전 회장은 20일 “봉쇄조치가 풀린 게 실감 난다”고 말했다. 세 차례의 셧다운 이후 ‘골목경제’가 조금씩 활기를 되찾으면서 상인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모습이다. 인근 야포 거리 내 슈니젤(빵가루를 묻힌 육류를 기름에 튀긴 요리) 음식점 사장 벤은 “(백신 접종 전에는) 정말 힘들었다. 쑥대밭이었다”며 “앞으로 한 달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경제 역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벤 예후다·야포 거리에서는 폐업한 가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슈니젤 주변 가게 여러 곳이 문을 닫았다. 가게 쇼윈도 등에는 ‘레하스카라’(세 놓음), 부동산 중개업소 연락처, 가게 면적 정보가 담긴 전단이 나붙었다. 마밀라 쇼핑센터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팬데믹 속 모두 세 차례의 봉쇄조치를 실시했다. 이스라엘 재무부는 3차 셧다운으로 인한 1주일 치 경제적 손실만 30억 세켈(약 1조233억원)로 추산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차 셧다운 당시 이스라엘 자영업자들은 “두 번은 (겨우) 견뎌냈지만 이번에는 우리를 (말려)죽이고 말 것”이라고 반발했다.
백신 접종 느린 한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백신 접종 느린 한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이스라엘 경제성장률이 4.5~5% 하락한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백신 덕분에 집단면역이 가까워지면서 올해는 6.5%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밀라 쇼핑센터의 화장품 가게 직원 마요는 “당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 이후’(포스트 코로나)가 됐다. 희망이 있다. 관광객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다음 달 23일부터 백신을 맞은 해외 관광객에게 입국 전면금지 5개월 만에 다시 ‘하늘길’을 연다.  
 
예루살렘=김민욱·임현동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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