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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사지마비' 간호조무사 남편의 눈물…"국가 있긴 한건가"

중앙일보 2021.04.20 18:29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뒤 사지마비 등 부작용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40대 간호조무사의 남편이 20일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 간호조무사는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면역 반응 관련 질환인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아 고통받고 있다.
 

남편 "치료비 주당 400만원 어찌 감당"

 
이 간호조무사의 남편인 이모(37)씨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Z 접종 후 사지 마비가 온 간호조무사의 남편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그는 청원 글에서 "아내는 우선 접종 대상자라 백신 접종을 거부할 수도, 백신을 선택할 권리도 없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씨는 아내의 증상과 관련해 "지금 와서 보니 입원 3∼4일 전부터 전조증상이 있었지만 정부의 안내 부족으로 알아채지 못했다"며 "정부의 말만 믿고 괜찮아지리라고 생각하며 진통제를 먹으며 일했지만 결국 접종 19일 만에 사지가 마비돼 입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치료비와 간병비가 일주일에 400만원인데 어떻게 감당하나"라며 "보건소에서는 치료가 끝난 다음 일괄 청구하라는데, 심사 기간은 120일이나 걸린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고 사지마비 증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남편 이모씨가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가가 있긴 한가'라며 답답한 감정을 토로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고 사지마비 증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남편 이모씨가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가가 있긴 한가'라며 답답한 감정을 토로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국가 믿었는데 국가가 있긴 한 것인가"

 
이씨는 청원 글에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백신으로 인한 증세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다.
 
그는 "질병관리청도 조사만 하고서 깜깜무소식이다. 전화하면 질병관리청과 시청 민원실, 구청 보건소가 핑퐁을 한다"며 "정부는 '해외 사례는 있지만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억장을 무너뜨렸다"고 호소했다.
 
이어서 이씨는 "산재신청을 하려 했으나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근로복지공단 사무실에는 '코로나 확진 피해자들은 산재신청을 하세요'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백신을 맞지 말고 코로나에 걸리는 게 현명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를 믿고 접종했는데 돌아온 것은 큰 형벌뿐"이라며 "국가가 있기는 한 것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서 이씨는 "부작용을 정부가 책임진다는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었는데, 연인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러시안룰렛'…운 나쁘면 피해 떠안아

 
이씨는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청원 글을 올린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을 '러시안룰렛'에 빗대 표현했다. 그는 "백신 접종이 무슨 '러시안 룰렛'처럼 운 나쁘면 부작용에 당첨돼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것이냐"라고 되물으며 정부는 부작용이 의심될 경우 치료비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한 뒤 백신 접종을 독려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번에 백신 부작용 사례로 드러난 이 간호조무사는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45세 여성이다. 남편 이씨에 따르면 이 간호조무사는 지난 1월 병원에 입사할 때 제출한 건강진단서 상 무척 건강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뒤 면역 반응 관련 질환인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이 간호조무사는 접종 직후 일주일 동안 두통을 앓다가 같은 달 24일엔 사물이 겹쳐 보이는 '양안복시' 증상까지 호소했다고 한다. 같은 달 31일 병원에 입원한 뒤에는 사지마지 증상까지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실시된 지난달 23일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접종 대상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기위해 전용 주사기로 신중히 옮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실시된 지난달 23일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접종 대상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기위해 전용 주사기로 신중히 옮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방역당국 "피해조사반 심의 할 수 있다"

 
해당 간호조무사의 부작용 의심 사례가 알려진 지난 19일 정부는 간호조무사 측이 심의를 의뢰할 경우 피해조사반에서 심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박영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당시 정례브리핑에서 이 간호조무사 사례와 관련해 "1차 진료 진단명은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ADEM)이었다. 이는 신경학적인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일반 병실에서 치료받고 있고, 최근 확인한 결과 증상은 악화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ADEM은 추정 진단이라고 설명하며 "확정 진단을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특이한 상황을 통해 발생률이 올라가고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평가가 좀 더 근거 있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도 신속대응팀과 역학조사를 마친 추진단은 한 달여 뒤 해당 간호조무사의 재검사 결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후 간호조무사 측이 심의를 의뢰하면 중앙 피해조사반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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