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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 아닌 국민" 이순신 의리 강조한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

중앙일보 2021.04.20 17:12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검찰의 의리는 정의에 있고 그 정의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로 직무대행을 맡은 뒤 첫 외부 일정에서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지난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지난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조 대행은 20일 오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방문,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교육을 받는 사법연수원 34·35기 검사 30여명을 만났다. 그는 영화 ‘명량’의 ‘전장에 있어 장수의 의리는 충성에 있고 그 충성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의 대사에 빗댔다. 그러면서 “검찰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의와 공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조 대행이 언급한 대사는 이순신과 그의 장남 이회(권율 분)의 밥상머리 대화 장면에서 나온다. 이순신이 1597년 선조에게 파직된 뒤 옥살이를 마치고 삼도수군통제사로 복직했을 당시로, 수군을 폐지해 육군에 합류시키자는 ‘수군폐지론’이 한양으로부터 전해졌던 시기다. 이 장면은 이순신이 그 유명한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상소를 선조에게 올릴 무렵의 일화로 묘사된다. 영화 속 대사를 요약해 옮기면 이렇다.
 
영화 '명량'(2014) 스틸컷. 왼쪽이 극중 이순신(최민식 분) 장군, 오른쪽이 이순신의 장남 이회(권율 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명량'(2014) 스틸컷. 왼쪽이 극중 이순신(최민식 분) 장군, 오른쪽이 이순신의 장남 이회(권율 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회=“아버님, 차라리 잘되지 않았습니까. 이참에 모든 걸 놓아버리시고 고향으로 돌아가시지요.”
▶이순신=“네가 상감에 대한 원한이 깊구나.”
▶이회=“목숨까지 거두려고 했던 임금입니다. 설령 저 미력한 군사들로 전장에서 승리한다 한들 임금은 아버님을 버릴 것입니다. 아버님은 왜 싸우시는 겁니까.”
▶이순신=“의리다.”
▶이회=“저토록 몰염치한 임금한테 말입니까?”
▶이순신=“무릇 장수 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이회=“임금이 아니고 말입니까?”
▶이순신=“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지.”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조 대행의 이날 메시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및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등 이른바 여권발(發) ‘검찰폐지론’으로 조직 자체가 움츠러든 분위기에서 나왔다. 동시에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 및 수사 외압 의혹과 김 전 차관 별장 성(性) 접대 사건 재조사 관련 청와대의 기획 사정(司正) 의혹 등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인 시점이기도 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조 대행은 또 “국민들 눈에 비친 검찰의 자화상은 ‘힘이 세고 무섭다. 강자에 약하다. 오만하고 폐쇄적이다’는 것이므로, 항상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신임 부장들이 솔선수범해 후배들을 따뜻하게 지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14일 법무연수원을 찾아 같은 이들과 대화하면서 “변화된 형사사법의 안착과 조직문화 개선에 노력해달라”고 주문했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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