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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이번엔 종부세 꺼냈다…국무회의서 "지자체에 넘기길"

중앙일보 2021.04.20 17:05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일 중앙정부와 부동산 정책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8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결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달라고 건의한 데 이어 20일 국무회의에선 종합부동산세를 지자체가 징수하는 지방세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했다.
 

중앙부처 장관들은 "재정 형평성 붕괴" 난색

하지만 오 시장의 주장에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데다 종부세가 지방 시·도의 재정여건을 보완하는 재원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지자체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吳, “재산세 낮추면 지자체 세입 보완해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국무회의 참석 등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국무회의 참석 등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오 시장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종부세의 지방세 전환과 100% 공동과세를 제안 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걷어 지자체에 재분배해주는 종부세 징수 권한을 서울시가 직접 징수 권한을 갖고 세(稅)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오 시장의 주장대로 종부세가 지방세로 전환하면 정부 대신 서울시가 직접 부동산세를 징수·배분·활용하게 된다. 현재 종부세는 정부가 국세로 징수한 후 각 지자체의 재정여건, 사회복지, 지역교육 등 기준에 따라 전액 지방교부금으로 재분배된다.
 
오 시장의 주장에는 최근 정부 여당이 공동주택 공시가 급등에 따라 재산세 부담 완화를 검토하고 나선 것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당초 재산세 감경 기준을 공시가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다. 종부세의 경우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의 공제율을 높여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재산세의 경우 지자체가 걷는 지방세라는 점에서 정부·여당의 안(案)대로 재산세가 줄어들면 자연히 지자체 재정에 누수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이 경우 (지방세인) 재산세가 감소해 지자체의 세입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세 직접 손 보겠다는 포석일까 

지난 1월1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마포구 아파트단지. [뉴스1]

지난 1월1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마포구 아파트단지. [뉴스1]

 
서울시청 안팎에선 “이날 오 시장의 주문이 직접 부동산세에 대한 권한을 갖고 세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부세가 지방세의 하나인 재산세처럼 취급될 경우 지자체장이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어서다. 현재 재산세는 지방세법 111조3항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표준세율의 50% 범위에서 지자체장이 가감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부동산 이상 거래 등에 대한 일부 감시 권한도 지자체로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오 시장은 “국토교통부의 현 부동산거래가격 검증 체계는 분기별로 조사·운영되고 있어 부동산 거래시장 변화에 다소 늦는 감이 있다”며 “분기별 검증 체계를 수시 검증 체계로 바꿔 신속하게 단속해 달라. 시행이 어렵다면 권한 일부를 시·도 지사에게 이양해달라”고 요구했다.
 
오 시장이 부동산 정책 관련 권한을 지자체로 넘겨달라고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8일에도 국민의힘 5개 시·도 지사와 공동 건의문을 발표하고 “올해 공시가 이의신청 건수는 4년 전보다 30배 많은 4만 건 이상”이라며 “현장과 괴리된 공시가 결정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주택 공시가 결정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해달라”고 발표했다.
 

“지자체 간 재정 형평성 무너져”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해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제 건의 사항에 대해 중앙부처 장관들의 반론이 있었다”며 “부정적 측면의 토론이 있었고 제가 다시 간단한 반론을 제기하고 토론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오 시장의 제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종부세법 자체를 없애고 지방세를 개정하는 등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므로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문제는 타 시·도와의 재정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별도의 배분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압도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수도권 지자체가 부동산 세수를 그만큼 많이 가져갈 가능성이 커져서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현재 비수도권 지자체가 전체 종부세의 75%를 가져갈 만큼 재정 형편이 안 좋은 데다 코로나19까지 덮친 상황에서 부동산교부세까지 없어지면 지자체 간 재정 형평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오 시장은 “지역의 상황은 해당 자치단체장이 가장 잘 안다”며 “어차피 종부세를 부동산교부세로 재교부할 바에는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서라도 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며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서는 재정 분권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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