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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소 부족한데···각자 따로 써야하는 테슬라·현대차

중앙일보 2021.04.20 16:10
지난 14일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방향 화성휴게소에서 열린 '현대차 초고속 전기차 충전서비스(E-pit) 개소식'. 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황성규 국토교통부 차관, 홍정기 환경부 차관, 박진규 차관, 일환 도로공사 부사장.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지난 14일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방향 화성휴게소에서 열린 '현대차 초고속 전기차 충전서비스(E-pit) 개소식'. 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황성규 국토교통부 차관, 홍정기 환경부 차관, 박진규 차관, 일환 도로공사 부사장.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휴게소 등에 전기차용 급속 충전소 'E-피트'를 잇따라 설치하고 있지만 테슬라 이용자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E-피트가 테슬라의 급속 충전 시설 '슈퍼 차저'와 유사하지만 모델S나 모델3 등 테슬라 차주는 이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현대 E-피트서 고속충전 못해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E-피트에선 국내 충전규격 표준(DC콤보)에 맞춘 전기차면 어느 모델이나 충전을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E-GMP)으로 개발된 아이오닉 5와 기아 EV6는 18분 안에 80% 충전까지 할 수 있다. DC콤보는 독일·미국에서 처음 고안된 방식으로 현대차 계열뿐 아니라 GM·BMW 등도 사용하는 충전방식이다.  
 
하지만 테슬라 차량은 E-피트가 제공하는 350킬로와트(㎾) 급 고속 충전을 할 수 없다. 테슬라가 충전방식에서 독자 규격(NA)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해골포트'로 불리는 주입구에 충전 케이블을 꽂는 방식이다. 테슬라 이용자가 E-피트에서 충전을 하려면 별도의 어댑터가 필요하다. 애플 아이폰을 삼성 액서세리로 충전할 때 애플 규격(라이트닝 포트)과 안드로이드 폰 충전규격(USB-C 포트)을 이어주는 젠더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네이버 쇼핑에서 77만원에 판매하는 테슬라의 DC콤보 어댑터. 테슬라의 고유 충전방식(NA)을 DC콤보로 전환해주는 장치이지만, 아직 KC 인증을 받지 못했다. [사진 네이버 캡처]

네이버 쇼핑에서 77만원에 판매하는 테슬라의 DC콤보 어댑터. 테슬라의 고유 충전방식(NA)을 DC콤보로 전환해주는 장치이지만, 아직 KC 인증을 받지 못했다. [사진 네이버 캡처]

 
여기에 테슬라의 고속충전 어댑터는 아직 국내에서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국가표준기술원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지난달 25일 DC콤보 어댑터(사진)에 대한 국내 인증(KC인증)을 접수했다. 인증에는 한달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현대차는 지난 17일 E-피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어댑터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사용 전에 인지하지 못할 경우,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슬라 차량은 어댑터 인증을 받을때까지 E-피트 사용을 자제하라는 취지다.  
 

전기차 따라 충전소도 '브랜드' 경쟁

전기차 이용자 사이에선 테슬라와 현대차 차주를 중심으로 논쟁이 벌어졌다. 네이버 카페 ‘전기차 동호회’ 소속 한 회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를 공공부지를 빌려 쓰는 E-피트에서 충전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반면, 아이오닉 5를 사전구매한 다른 회원은 “테슬라가 먼저 배타적으로 충전소를 운영했다"고 맞받았다. 테슬라코리아가 앞서 서울과 경기도 판교, 하남 등에 슈퍼차저를 설치하면서 아이오닉이나 코나 EV의 충전을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E-피트 충전소 현황. 자료: 현대차 E-피트 홈페이지

E-피트 충전소 현황. 자료: 현대차 E-피트 홈페이지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과)는 "완성차 메이커가 충전 인프라로 자기 브랜드를 공고히 하는 건 시장경제에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비즈니스"라면서도 "테슬라가 '한국 시장이 좁다'는 이유로 국내 이용자에게 불편을 끼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업체, 환경부가 마련한 전기차 충전시설도 DC콤보 방식을 주로 택하고 있다. 
 

"전기차 급속충전 자체가 위험" 지적도 

일각에선 전기차의 급속 충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전기차는 스마트폰처럼 급속충전을 많이 할수록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고 화재 위험성도 커진다. 애플은 이용자 취침 시간에는 아이폰의 충전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배터리를 관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가 주유를 위해 5분 정도 정차했다면 전기차는 충전을 위해 장시간 주차해야 하는 차량"이라며 "전기차가 늘어나 단시간 내 전력 소모를 많이하면 여름철에 과연 원활한 전력 수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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