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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한국 2호 NBA 가능성, '한국 1호' 하승진에게 물었다

중앙일보 2021.04.20 15:25
NCAA 데이비슨대 이현중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하승진에 이어 한국인 NBA 2호를 꿈꾼다. 김성룡 기자

NCAA 데이비슨대 이현중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하승진에 이어 한국인 NBA 2호를 꿈꾼다. 김성룡 기자

 
‘한국 농구 기대주’ 이현중(21·2m2㎝)을 18일 수원 삼일상고에서 만났다. 3일 귀국해 자가격리를 마친 직후였다. 고교 선배이자 미국 프로농구(NBA) ‘한국인 1호’ 하승진(36·2m21㎝)과 함께 만나려 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하승진은 전화로 연결했다.

NCAA 데이비슨대 주전 슈터
학교 선배 커리 넘어선 슛 기록
하 "다재다능보다 완벽한 무기"

 
이현중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데이비슨대 2학년이다. 데이비슨대는 애틀랜틱10 콘퍼런스 토너먼트 4강에서 탈락해 ‘3월의 광란’에는 못 나갔다. 그래도 그는 미 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1에서 주전으로 뛰며 평균 13.5점·4리바운드·2.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급 슈터 상징인 ‘50-40-90 클럽’에도 가입했다. 야투 성공률 50% 이상(50.3%), 3점슛 성공률 40% 이상(43.6%), 자유투 성공률 90% 이상(90.5%) 기록한 거다. 역대 NCAA에서도 10명 뿐이다. 그의 대학 선배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도 대학 시절 못 해본 기록이다.
 
이현중은 “숫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승진 생각은 달랐다. 하승진은 “기본적으로 NCAA는 팀플레이를 하고 스페이싱(움직일 수 있는 폭)이 좁다. 따라서 한 명의 득점이 높지 않다. 그런데 현중이는 득점 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활약한 거다. 엄청난 거다. 한국프로농구에서도 ‘180 클럽’은 몇 명만 할 수 있는데, 국내도 아닌 미국 대학에서. 앞으로 NBA에서도 먹힐 만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2006년 NBA 포틀랜드 시절 하승진. [중앙포토]

2006년 NBA 포틀랜드 시절 하승진. [중앙포토]

 
하승진은 2004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6순위로 포틀랜드 트레이블레이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2021 NBA 드래프트 예상 순위에서 이현중을 108위로 꼽았다. NBA 드래프트룸은 2022 드래프트에서 이현중을 64위로 전망했다.
 
하승진은 “예상은 예상일 뿐이라서 큰 의미는 없다. NBA는 다재다능을 원하지 않는다. 완벽한 무기 하나만 있으면 뽑는다. 내 경우 장신에 힘이 있는 점을 좋게 봐줬다. 현중이는 키가 큰 데도 슛 감각도 탁월하다. 3, 4학년 때 (슛 능력을) 더 보여주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현중은 “예상 순위를 더 높이고 싶다.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나 케빈 듀랜트(브루클린 네츠) 같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안 된다면, 던컨 로빈슨(마이애미 히트) 같은 ‘캐치 앤 슈터’나, 클레이 탐슨(골든스테이트) 같은 ‘3앤드D’(3점 슛+수비)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친구들은 그를 ‘형(현의 편한 발음)’, ‘스나이퍼 리’, ‘클레이 리’로 부른다. 이현중은 “농구는 커리가 재밌게 하지만, 닮고 싶은 건 탐슨. 그리고 로빈슨과 타일러 히로(마이애미)”라고 말했다. “넌 슛밖에 못 쏘잖아”란 미국 선수의 트래시 토크에, “넌 슛도 못쏘잖아”라고 받아친 적이 있다. 데이비슨대 밥 맥킬롭 감독은 내년 이현중에 전문 슈터를 넘어 보조 포인트 가드 역할도 맡길 계획이다.
 
 1984 LA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 성정아(오른쪽)씨와 그의 아들 이현중. [중앙포토]

1984 LA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 성정아(오른쪽)씨와 그의 아들 이현중. [중앙포토]

 
이현중은 1984년 LA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 성정아(56)의 아들이다. 아버지 이윤환 씨는 하승진의 고교 시절 은사다. 하승진은 “현중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일대일을 한 적이 있다. 계속 지자 울고불고 난리였다. ‘승부 근성 봐라. 뭔가 되겠네’ 싶어 안 봐줬다”고 회상했다. 이현중은 하루에 슈팅 1000개를 쏠 때도 있다. 이현중은 “매일 1000개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쏘려 한다. 슈팅 기계로 2시간이면 다 쏜다. 종강 후 출국 날까지 남는 시간이 아까워 계속 슛을 쏘다가 왔다”고 했다. 
 
이현중은 “난 호주 아카데미에서 준비해서 미국에 갔는데, 승진이 형이 당시 드래프트에 뽑힌 건 엄청난거다. 개척자”라고 했다. 하승진은 “축구 손흥민(토트넘)과 야구 류현진(토론토)처럼, 농구 NBA에도 한국 선수 하나 나오면 인기가 급상승할 텐데. 그런데 이런 말조차 현중이에게 부담이 될까봐 조심스럽다. 일본은 시스템으로 지원하는데, 우리는 못 미친다. 아직도 1990년대 ‘마지막 승부’ 노래를 튼다”고 쓴소리했다.
 
NCAA 데이비슨대 이현중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하승진에 이어 한국인 NBA 2호를 꿈꾼다. 김성룡 기자

NCAA 데이비슨대 이현중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하승진에 이어 한국인 NBA 2호를 꿈꾼다. 김성룡 기자

 
이현중은 “1학년 때는 NBA에 못 가면 죄를 지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지금은 즐기며 그냥 받아들인다”고 고백했다. NBA에는 일본인 와타나베 유타(토론토 랩터스)와 하치무라 루이(워싱턴 위저스)가 있다. 이현중은 “와타나베가 며칠 전 21점을 넣었다. NBA에서 자리 잡은 걸 보며 존경스럽고 부럽다. 꼭 따라잡고 싶다. 정말 큰 자극제”라고 말했다.

 
6월 아시아컵이 열리는데, 이현중도 국가대표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 고교 3학년 때 국가대표로 뽑혔던 하승진은 “체력과 부상 등이 우려되니 당분간 현중이가 미국에서 도전을 이어가게 놔두면 좋겠다”고 사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현중은 “국가를 대표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맥킬롭 감독님도 ‘8월 말 학기가 시작하면 교수에게 잘 말해주겠다’고 하셨다. 많은 선수와 부딪히고, 이대성(오리온) 형과 뛰어보고 싶다. 대성이 형의 연습 일화를 들으면 더 자극이 된다”고 했다. 이어 “격리 기간에 농구를 못해 미칠 것 같았다. 술도 맛이 없고, 파티도 재미없다. 내게는 농구가 ‘여행’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수원=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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