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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폭력 사과한 吳, 재조사도 언급 "2차가해 관용 없다"

중앙일보 2021.04.20 15:10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는 “박 전 시장 장례식 문제와 관련 인사를 문책성 전보했다”고 밝히며, 2차 가해 등에 대한 재조사도 언급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청 안팎에선 “사건 관련 인물 상당수가 청사를 떠난 상태여서 진상 규명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라는 말이 나온다.
 

"朴 장례식에 절망…책임자 인사 조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재직 시절 성폭력 피해자 관련 및 국무회의 발언 요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재직 시절 성폭력 피해자 관련 및 국무회의 발언 요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은 20일 오전 시청 2층 브리핑룸에서 “지난 1년여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낸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오 시장은 “사건 발생 후 즉각적인 대처는 물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서울시의 조치는 매우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 시장은 “전임 시장의 장례를 서울시 기관장으로 치르고,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를 보면서 피해자는 또 하나의 엄청난 위력 앞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박 전 시장 장례식 문제 관련 책임자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9일 시행된 2급 간부 인사에서 전 행정국장 A씨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으로 발령냈다.
 
재발 방지 대책으로는 자신이 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들을 언급했다. 오 시장은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즉시 도입을 선언하며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2차 피해가 가해질 경우에도 한 치의 관용조차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 운영, 성비위 사건 신고 핫라인 개통, 서울시·사업소·출자출연기관 직원 전원 성희롱·성폭력 교육 이수 의무화도 함께 약속했다.
 
오 시장은 발표가 끝난 후 “피해자 측으로부터 (사건 관련 공무원에 대한) 재조사를 시행해 진실과 거짓을 밝히되 재조사 대상인 분들에 대한 인사 조치는 최소화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기자들에 밝혔다. 피해자가 업무 일선에 복귀했을 때 심적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조처다.
 

피해자 측 "시장 사과 의미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사건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왼쪽). 연합뉴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사건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왼쪽). 연합뉴스

피해자 측은 이날 오 시장의 발표에 대해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공개 사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와 일문일답.
 
오 시장에게 재조사를 요청한 이유와 내용은.
피해자 이름이나 신상 정보 유출 등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서울시 내에서 누가 어떤 이유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진상 조사를 하는 것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본 사건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희롱이 맞다고 확인해줬기 때문에 2차 가해 부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얘기하는 것이다. 다만 피해자를 비롯해 다른 사건 연루자들 모두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다. 그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 그런 행위를 했는지 조사해 재발 방지를 하는 데 방점을 뒀으면 좋겠다.
 
재조사를 통한 처벌보다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달란 건가.
가해자 징계 여부를 피해자에게 묻는 것 자체가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 의사가 징계 양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전적으로 피해자 의사에 따르겠다고 하면 어떤 피해자가 동료들을 징계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겠는가. 예전에 검찰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징계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는 이유로 가해자 징계를 전혀 하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피해자 의사에 의존하지 말고 조직이 관리감독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지금도 성폭력 방지 제도가 없어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게 아니다. 제도가 있어도 현장에서 작동시키지 못하면 장식품에 불과하다.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앞으로 이런 방지책이 어떻게 운영될지 지켜봐야 한다.
 
피해자가 서울시로 복귀한다. 추가로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서울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기관장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한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피해자의 문제 제기로 인해 조직 문화 바뀌고 동료들은 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간 피해자가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공감해주시고 다시 돌아갔을 때 따뜻하게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동료들이 피해자에게 보내는 눈빛 하나 던지는 문장 하나가 피해자에게는 정말 큰 용기가 된다.
 

재조사 방식, 규모는 불투명

오 시장의 사과에도 향후 피해자 측이 요청한 ‘재조사’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해당 사건과 연루된 주요 인물들은 이미 시청을 떠난 상태여서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외부 인물의 경우 시 차원에서 감찰이나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현재로선 가닥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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