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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 사실 인정"…원전자료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 2차 공판

중앙일보 2021.04.20 14:30
월성 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사실조회신청 등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월성 원전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2차 공판이 20일 대전지법에서 열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월성 원전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2차 공판이 20일 대전지법에서 열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3명 불구속 상태 재판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10시 316호 법정에서 산업부 국장급 A씨(53) 등 3명의 공용전자기록 손상 및 감사원법 위반 등 사건의 두 번째 공판준비 절차를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지난 1일 보석으로 석방된 A씨와 서기관 B씨(45),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국장급 C씨 등이 모두 출석했다.
 

변호인 "삭제한 자료 공용전자기록인지 의문" 주장 

A씨 변호인은 “(지난 번) 보석 결정에 감사한다. 다만 사건 자체가 처벌 가치가 큰 것인지에 의문이 있다. 재판부에 처벌가치 심리를 부탁한다”고 운을 뗀 뒤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는 삭제한 자료가 전자기록인지 여부, 감사원법은 권한 위반, 방실침입은 관리자의 동의를 구했기 때문에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씨와 C씨의 변호인 역시 같은 논리를 제시했다.
 
산업부 공무원 3명은 모두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C씨는 구속 사유에 충족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재판부의 판단을 구했다. 혐의 가운데 감사원법 위반은 “감사원이 디지털 포렌식을 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들이 파일을 수시로 삭제하고 수정하기 때문에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 적용이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지난달 9일 월성 원전 자료를 삭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첫 공판을 마친뒤 변호인이 취재진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9일 월성 원전 자료를 삭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첫 공판을 마친뒤 변호인이 취재진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날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사실조회신청서’를 놓고 여러 차례 부딪혔다. 변호인들은 산업부 내에서 문서 관리시스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문서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기 파악하기 위해 해당 공무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간 단계 성격인 문건을 삭제했다는 이유로 죄를 묻는다면 공무원이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주관적 의견 포함될 수 있다" 사실조회 난색

반면 검찰은 단순히 사실관계를 묻는 게 아니라 산업부 공무원들이 주관적인 의견이나 답변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검찰은 “사실관계 조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수사 중인 공무원들에게 우호적인 답변이나 태도를 보일 수 있다”며 재판부에 신중한 결정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피고) 변호인과 검찰의 입장을 모두 이해한다. 다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의견을 물을 수 있다”며 “검찰의 의견서를 제출하면 재판부가 (변호인의 사실조회 신청)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6월 22일 오후 2시 열린다.
지난 2월 9일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대전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9일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대전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월성 원전 사건과 관련,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 3명 외에 이른바 ‘윗선’으로 불리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영장 기각 뒤 동력 잃어 

백 전 장관의 경우 지난달 9일 검찰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두 달이 넘도록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검찰이 백 전 장관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산업부 공무원 3명을 20여 차례 조사한 결과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문건 삭제나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에 대해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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