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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檢자진출석’ 이성윤…총장후보 탈락신호? 부활 승부수?

중앙일보 2021.04.20 05:00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7일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으면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 추천 기류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지검장을 두고 당초 2019년 6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1차 수사를 외압을 행사해 무마시켰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후보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4차례 소환을 거부했던 이 지검장의 자진 출석이 차기 총장 후보군에서 완전히 탈락했다는 신호라는 해석부터 반대로 유력 후보로 ‘부활’을 노린 승부수라는 분석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여권의 읍참마속인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7일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에 자진 출석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 및 수사외압 등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1월 13일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검찰개혁에 동참해달라"고 주문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7일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에 자진 출석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 및 수사외압 등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1월 13일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검찰개혁에 동참해달라"고 주문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대표적인 친여(親與) 성향으로 분류돼 총장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검찰의 기소 방침이 선 뒤엔 후보군에서 배제됐단 분석이다. 이미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의 공전 기간이 이날 현재 29일째로 역대 최장기록(채동욱·윤석열 당시 24일)을 넘어선 만큼 더는 미루기 부담스러운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일부 추천위원 사이에선 실제 이 지검장의 기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추천을 주저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지검장의 우군인 여권에서 밀어붙여도 추천이 안 되게 생겼으니 이 지검장이 기소를 감당토록 하고 총장 대신 고검장급 영전을 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며 “일선 고검장이나 법무연수원장으로 있으면서 스스로 혐의를 벗을 기회를 부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뒤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방어 차원에서 ‘무리할 수는 없다’는 신호가 이 지검장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할 경우 현직 총장이 재판을 받으러 다니는 촌극이 벌어질 텐데 그 상황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건 이 지검장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골적 이성윤 구하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조사(지난 17일)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조사(지난 17일)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뉴스1

법조계 일각에선 이 지검장이 지난 18일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조목조목 부인하는 입장문을 낸 걸 주목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에 출석해서 조사 받은 의미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걸 보면 이 지검장이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이 피의자 조사를 받은 것으로 검찰 수사가 끝났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강하게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12일 이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송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수처가 기소 여부 판단을 하겠다며 재(再)재이첩을 요구할 경우 추천위 공전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검찰이 이첩 요구에 응할 경우 공수처의 사건 재검토는 물론 이 지검장 입장에선 불기소 처분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공수처가 같은 요구를 했던 이규원 검사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관련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에 대해선 지난 1일 기소를 강행했고, 이 검사는 이날 “검찰이 공수처장의 재이첩 요청을 무시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한 검찰 간부는 “공수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천위 보류, 조건부 추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 지검장이 기소되더라도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퉈 생환할 경우 차기 총장 자리를 보장해주겠단 모종의 약속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실제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시절 한동훈 검사장을 독직 폭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승진, 여전히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경우 추천위 활동이 보류되고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체제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검찰 내 리더십 공백 상태를 올 하반기까지 방치하는 것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1심 재판을 아무리 빠르게 진행한다고 해도 최소 3개월이 소요될 텐데 그 결과까지 보고 총장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건 너무 속 보이는 짓”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 지검장이 여러 가지 계산을 하고 자진 출석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검찰의 기소를 늦추기 위한 절박함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오수·조남관↘ 구본선·양부남↗

구본선 광주고검장(가운데)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구본선 광주고검장(가운데)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지검장과 얽혀 차기 총장 인선의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유력 후보로 거론된 다른 인사들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이 지검장과 함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김오수(58·20기) 전 법무부 차관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당시 이른바 ‘윗선’으로 지목돼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조남관 대행(대검 차장검사)의 경우 지난해 윤석열 전 총장 징계가 추진될 때 공개 반기를 드는 등 여권의 미운털이 박힌 상황에서 경쟁자로 거론되는 이 지검장 기소를 지휘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이들이 유력 후보군에서 완전 이탈한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무난하단 평을 받는 이들의 급부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그래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구본선(53·23기) 광주고검장, 양부남(60·22기) 전 부산고검장 등이 더는 다크호스가 아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추천위 일정과 관련,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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