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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극찬한 'K주사기' 이물질 논란···"정부가 불신 자초했다"

중앙일보 2021.04.20 05:00
“투명한 소통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백신 접종에 따른 여러 가지 정보를 소상히 밝히고, 상세하게 설명하겠다.”
 
지난 1월 28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예방 접종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민 참여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 당국이 내세운 게 투명한 정보 공개였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접종이 시작된 후로 50여일간 당국의 소통 방식을 보면 되레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아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주사기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주사기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물질 인체 주입 가능성 낮아”

최근 코로나19 접종에 쓰인 최소 잔여형 ‘LDS’ 주사기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업체가 70만개의 주사기를 긴급 회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주사기는 버려지는 백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스톤과 바늘 사이 공간이 거의 없도록 제작한 특수 주사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주사기를 만드는 한 업체를 찾아 “민관협력의 성공 모델”이라며 극찬했고, 일본 등 해외에서 이런 주사기를 구하지 못해 백신 상당량을 폐기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K 주사기’로 주목받았다.
 
정부는 일단 이물질이 발견된 주사기가 접종에 쓰이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크게 우려할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19일 브리핑에서 “혹시라도 확인을 못 해 (해당 주사기로) 접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이 주사기의 바늘 굵기가 굉장히 가늘기 때문에 그런 이물질이 주입됐을 가능성은 굉장히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물질이 주입됐을 경우 주사 부위에 염증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관련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쓰인 최소잔여형(LSD) 주사기. 사진 대한간호협회 제공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쓰인 최소잔여형(LSD) 주사기. 사진 대한간호협회 제공

 

“안전보다 목표 위해 강행하는 듯” 비판

그러나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문제인데 정부 인식이 다소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해 독감 백신의 상온 노출, 백색 입자 사고도 있었는데 정부의 안전 불감증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공정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면 이물질이 혼입되지 않은 주사기로 만들어져 나온다고 해도 전체적인 품질에 대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제조 공정에 문제가 없는지 잘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물질 주사기를 생산한 업체의 주사기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용으로 이미 50만개 쓰인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현장의 의료진 신고에 의존해 알게 된 것이니, 인지 못한 채 누락된 다른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이물질이 신고된 업체의 주사기로 접종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접종 후 국소, 전신 반응을 비교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소통 방식이 불신을 더 키운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번 일은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지난 2월 첫 신고가 있었고 주사기 업체가 질병청과 상의 후 사용중지 조처를 한 건 3월인데 한달여 흐를 동안 정부는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업체가 자진 교환 등의 조치를 취해 행정처분 및 공표 대상이 아니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두 명에 관련된 문제가 아닌데 단순히 내부적으로 처리할 문제였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안전보다 목표를 향해 접종을 강행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상반응 발표에서 보듯 ‘정보는 우리가 갖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문제는 없다’식 소통”이라고 비판했다. 안전과 관련한 건 비록 큰 문제가 아닐지라도 제때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백색입자가 발견된 독감 백신. 중앙포토

지난해 백색입자가 발견된 독감 백신. 중앙포토

이런 모습은 지난해 독감 백신 사고 때 대처와도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오히려 독감 백신 때는 국민 안심 차원에서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제적 회수에 나섰는데 앞뒤가 안 맞는 조치”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독감 백신에서 백색입자가 발견됐을 당시 양진영 전 식약처 차장은 “안전성이나 효과에는 문제가 없으나, 독감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업체가 자진 회수토록 했고, 회수된 물량은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었다. 문제가 없지만 불안감이 있는 만큼 회수 백신을 전량 폐기하기로 한 것이다. 
12일 오전 광주 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특수교육 및 시설 종사자들이 AZ 백신을 접종 받고 이상 징후 확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광주 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특수교육 및 시설 종사자들이 AZ 백신을 접종 받고 이상 징후 확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정부가 선택적으로 정보를 공개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앞서 접종 후 사망한 60대에게서 처음으로 혈전이 발견된 데 대해서도 늑장 공개 논란이 있었다. 정부는 해당 사실에 대해 “부검 결과가 나온 뒤 알릴 예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해외 혈전 이슈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설마 여태 AZ 부작용이 이물질 때문은 아니겠지” “당장 부작용이 없다 해도 안심하지 말라, 어떤 건강상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식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가뜩이나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는 와중에 주사기 문제로 기름을 부은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 대처는 미온적이다. 뒤늦게 정보 공개를 하는 과정에서도 대처가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사기 관련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여태 이번 사태에 대해 설명 자료을 제공하거나, 브리핑 한번 열지 않았다. 공식 브리핑을 정례적으로 진행하는 질병청이 관련 질의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대신 알린 게 전부다. 기자들의 질의에 문자 답변하는 식으로만 대응하고 있다. 이물질 성분을 확인한 것도 업체를 통해서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회수 명령을 내린 게 아니기 때문에 업체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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