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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현의 이코노믹스] 재택 유연근무 일상화…채용 방식, 리더십 달라져야

중앙일보 2021.04.20 00:30 종합 26면 지면보기

코로나 이후의 근로 형태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물결 위에 덮친 코로나19 대유행은 경제의 지각 변동을 가속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의 변화는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직업을 찾는 구직자나 채용하는 기업 모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변동의 첫 번째 모습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상징하는 재택 원격근무와 유연근무제의 확산이다. 두 번째는 일하는 방식의 디지털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어나는 일자리의 지형도 변화다. 일, 일하는 방식, 일하는 사람, 일하는 시간과 장소가 전면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 노동시장 질서가 바뀌고 기업의 인사체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변화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디지털 혁신과 맞물려 변화 가속
일과 고용 질서에도 새로운 양상
기업은 새 인적자원 관리 나서고
전통적 인사제도 함께 정비해야

웹툰을 제작·공급하는 A사 제작팀 사무실에는 PD만 몇 명 출근한다. 작가들은 스토리를 협의하고 기획하는 온라인 화상 미팅에서나 가끔 얼굴을 볼 수 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에는 심지어 경영지원 업무 담당자도 매일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일한다.
 
벤처기업 N사는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데 늘 어려움을 겪어 오다가 아예 발상을 바꿔 미국과 인도 등에서 거주하는 해외 개발자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을 하고 있다. 정규직 인력을 채용하거나 외주 개발 대신에,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크라우드 작업자(crowd workers)를 연결해주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가능해졌다. 과업(task) 단위로 일을 맡기고 비용을 지불하며 작업자는 원격근무로 일한다. 코로나로 인해 취업비자를 발급해도 한국에 와서 일하기 어려우므로 결국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서로 필요한 일만 수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재택근무 비중 이미 48.8%
 
코로나 이후의 근로 형태

코로나 이후의 근로 형태

이 같은 재택 원격근무 외에 다양한 형태를 가진 유연근무제 역시 확산 추이를 보인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라는 고정된 틀을 벗어나 탄력적 근로시간제·선택근무제·시차출퇴근제·재량근무제 등 유연한 형태의 근무방식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2020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원격근무 사용 경험자 비율이 코로나19 발발 이전 25% 수준에서 대유행 시작 후 60%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에 의하면 유럽의 경우 이미 2016년 근로자의 75%가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었다. 네덜란드의 경우 10명 중 9명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 측의 편의를 위한 유연근무제 역시 확산 추이를 보이고 이에 대한 청구권을 보장하거나 추진하는 국가(호주·네덜란드·영국·독일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ILO, 2018).
 
고용노동부 재택근무 현황조사(2020년 9월)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 중 48.8%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일·가정양립실태조사에서 유연근무제 중 한 가지 이상 도입 사업장은 응답 기업의 4분의 1 정도로 선진국보다는 아직 낮은 편이지만 향후 이 비율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택원격근무와 유연근무제와 같은 방식이 뉴노멀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일이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 의하면 재택원격근무와 유연근무제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업무 범위와 내용이 명확하게 분담돼 더 책임감 있게 성과를 내고 경영지원 업무 역시 정확하게 이뤄진다. 시스템을 통해 일하기 때문에 업무지시가 정확하고 업무 수행 결과물도 명확하게 시스템에 남아 있어 평가도 객관적으로 할 수 있다. 넓은 사무실이 필요 없어 임대료와 관리비가 대폭 줄어든다. 직원들도 출퇴근하느라 막히고 붐비는 길에서 고생하지 않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나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소통과 협업 방식이 요구될 뿐 아니라 복무관리와 근무시간 인정, 일과 가정 사이의 경계의 모호성으로 인한 스트레스, 보이지 않는 사람에 대한 평가와 관리, 조직 분위기 형성과 새로운 스타일의 리더십, 업무상 재해 기준과 책임, 의료·고용·산재·연금 등 필수적인 복지의 제공 책임 등 수많은 과제가 새로 생겨났다.
 
정착하려면 리더의 역할 중요
 
재택근무 스트레스 관리 요령

재택근무 스트레스 관리 요령

원격재택근무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면 환경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에 대한 도전과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도입 시 부작용과 구성원의 거부감을 고려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가령 어떤 직원은 관리자 직책을 맡아 성과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고, 어떤 직원은 원격근무를 달가워하지 않는 상사로 인해, 또 다른 직원은 가족들의 이해 부족으로 원격근무의 긍정적인 효과를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기존의 일하는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때로는 기존 문화의 장점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해 기업 내에서 원격근무 활성화를 반기지 않거나 심지어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도 있다. 갖가지 저항은 있는 그대로 존중되고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인사제도와 조직문화, 직원지원제도, 규정의 정비와 정보기술 기반 구축 등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 해결적 접근법을 취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경쟁력 있는 리더상을 갖추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리더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신뢰를 구축하고 신기술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데 주도성을 가져야 한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을 적극 활용해 일상적인 의사결정에서 부하직원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이를 고려해 결정하는 방식의 포용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갖춰야 한다. 조직의 디지털화로 생성되는 가장 일반적인 문제 중 하나인 구성원의 소외와 사회적 유대감 결여 및 성과에 대한 책임감 부족을 최소화해야 한다. 리더는 부하직원의 자기 계발을 촉진하고 이를 돕기 위해 자원을 제공하며 업무 처리를 돕는 코치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재택원격근무를 하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컴퓨터만 켜면 바로 근무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스스로 스트레스 강도를 조절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항상 직장에 있다고 느끼고, 돌아갈 휴식 장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직원들은 원격근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직무탈진을 피하기 위한 수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혁신이 일하는 방식 계속 바꿀 것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일하는 방식의 유연성 확대라는 흐름은 이미 진행돼 왔으며 코로나19 대유행이 기폭제가 됐다. 『특이점이 온다』라는 저서로 유명한 레이 커즈와일은 어떤 기술이 정보기술(IT) 형태로 전환되는 순간 가격·시간·자원 대비 성능·용량이 기하급수적인 궤도를 따라 발전하는 수확 가속의 법칙이 작동된다고 한다.
 
정보기술의 확산과 가속적 변화는 전 산업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L사 역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한 후에 생산현장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드론이 택배를 대신하고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릴 뿐 아니라 스마트 창고, 무인 식물생산공장인 스마트 온실, 스마트 양식장 관리와 산림관리 등 제조, 물류, 농수축산업과 임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디지털 변혁이 이뤄지고 있다.
 
일은 기술 진보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기업은 새로운 생산방법을 도입하고 시장을 확대하며 사회는 진화한다. 전체적으로 기술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며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길을 닦아주고 효과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게 한다고 본다(세계은행 보고서). 기업은 디지털 변혁 덕택에 급성장할 수 있으며 경계를 확장하고 전통적인 생산패턴을 바꾼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부상은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기술적 영향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며, 기술은 고용주들이 탐색하는 기술적 역량(skill set)을 변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능력은 이제 정형화된 지식과 숙련으로는 부족하다. 비정형적이고 복잡한 문제의 해결능력, 팀워크, 적응력, 학습능력 등이 보다 중요해졌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디지털화하고 프로그램화하는데 요구되는 코딩능력이 요구된다. 사람 간 소통에서 언어능력이 중요한 것과 같이 디지털시대에는 기계와 소통할 수 있는 코딩 스킬과 알고리즘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와 연세대,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을 거쳐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과 대한리더십학회 회장을 지냈다. 기업의 고성장 요인과 일하는 방식, 인력 다양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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