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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암호화폐 광풍에 손 놓은 정부, 직무유기다

중앙일보 2021.04.20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장난처럼 시작한 도지코인은 인터넷에서 재미로 사용되던 일본 시바개를 마스코트로 사용한다. 투자금액은 이제 장난 수준을 넘어섰다.

장난처럼 시작한 도지코인은 인터넷에서 재미로 사용되던 일본 시바개를 마스코트로 사용한다. 투자금액은 이제 장난 수준을 넘어섰다.

암호화폐의 일종인 도지코인 광풍이 심상치 않다. 지난 17일 하루 거래액은 무려 17조원으로, 코스피시장 하루 평균 거래금액(15조원)을 가뿐히 넘었다. 주식으로 치자면 비우량주에 불과한 비우량코인 하나에 코스피시장 전체보다 많은 돈이 몰리면서 이달 초만 해도 60원대에 거래되던 도지코인은 최근 540원의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대장주격인 비트코인이 최근 80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이자 다른 알트코인(비트코인·이더리움을 제외한 대안적 성격의 암호화폐)으로 불이 옮겨붙은 것이다.
 

도지코인 거래 17조원으로 코스피 추월
미래산업 성장과 투자자 보호 양립해야

미국과 함께 각국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전반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최근의 도지코인 투자 광풍은 매우 우려스럽다. 채굴량이 한정된 데다 이미 제한적으로나마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비트코인과 달리 도지코인은 무한대로 발급할 수 있다 보니 내재가치는 없고 투기적 성격만 강하다. 도지코인 투자는 오로지 뒤늦게 뛰어든 다른 투자자에게 코인을 더 비싸게 팔려는 목적밖에 없기 때문에 코인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하면 빨리 빠져나오는 일부 투자자를 제외하고는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암호화폐 옹호론자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SNS를 통해 줄곧 도지코인을 띄웠다는 점 외에는 값이 오를 만한 이유가 없기에 전문가들은 도지코인 급등을 곧 터질 시한폭탄처럼 바라본다. 특히 자산이 많지 않은 20~30대가 빚까지 내 가며 투자하는 탓에 코인 급락은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우려도 크다. 일본은 승인 받은 암호화폐만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했지만 우리는 전적으로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상장하거나 폐지하는 구조인 탓에 최악의 경우 하루아침에 투자한 돈이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은 한가하다 못해 한심하기까지 하다. 세금은 거두겠다면서 정부가 인정한 금융 투자 상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투자자 보호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암호화폐에 대한 미래 전략 차원에서 일부러 규제 없이 용인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는 암호화폐 거래 관련 계좌 발급 책임까지 은행에 떠넘기더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뒤늦게 암호화폐 관련 불법행위를 단속한다며 호들갑이다. 한마디로 직무유기다.
 
지난 14일 나스닥 상장으로 제도권에 합류한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예에서 보듯 미국은 암호화폐를 미래 주력산업으로 성장시키려고 시도하는 한편 연준 의장과 재무장관,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지속적으로 투기성에 대한 위험을 환기하고 투자자 보호 조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게 책임있는 국가의 모습이다. 투자자들 스스로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도 물론 필요하지만 금융 당국 역시 투자자 보호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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