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학개미 ‘양도세 폭탄’…동학개미도 2년 남았다

중앙일보 2021.04.20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코스피가 엿새 연속 오르며 3200선에 바짝 다가섰다. 19일 장중 32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코스피가 엿새 연속 오르며 3200선에 바짝 다가섰다. 19일 장중 32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지난해 번 거 올해 다 까먹었는데 양도세(양도소득세)는 내게 생겼다.” 최근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서학개미’의 글이다. 서학개미들은 다음달 해외 주식 투자로 번 돈에 대해 세무서에 양도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 기간을 넘기면 가산세가 붙는다. 

해외 주식 양도세는 원래 있던 제도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했고 주가가 뛰면서 꽤 많은 수익을 거머쥔 사람이 생겨났다. 이런 투자자들은 처음 받아볼 양도세 고지서에 벌써 당황하는 모습이다.

주식수익 과세 현실화에 반발 조짐
해외주식 수익 250만원 넘으면 22%
국내 주식도 2023년부터 세금 신설
연수익 5000만원 넘으면 과세
양도세에 거래세, 저항 커질 가능성

 
2년 뒤엔 ‘동학개미’ 차례다. 현재는 종목당 보유액이 10억원을 넘거나 지분율 1% 이상(대주주)이 아니라면 주식 양도세를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대부분 개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사고팔 때 증권거래세만 내고 양도세는 내지 않는다.
 
늘어난 동학개미 투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늘어난 동학개미 투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23년에는 달라진다. 주식 보유액이나 지분율에 상관없이 주식을 사고팔아 얻은 이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소득세 부과 대상이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2023년 금융투자소득세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식 양도소득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물린다. 예컨대 국내 주식 투자로 6000만원을 벌었다고 가정하자. 기본 공제(5000만원)를 고려하면 세금 부과의 기준(과세표준)은 1000만원이다. 여기에 세율 22%(지방소득세 포함)를 적용하면 세금은 220만원이다. 여기엔 펀드 등 간접 투자로 번 돈도 포함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두 차례 난리를 치렀다. 기재부는 지난해 6월 ‘금융투자 활성화 및 과세 합리화를 위한 금융 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이란 제목으로 과세 계획을 밝혔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 투자자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동학개미의 손을 들어줬다. 한발 물러선 기재부는 기본 공제 금액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렸다. ‘손실금 이월 공제’(손해와 수익을 합쳐서 세금 계산) 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반발했다. 기재부가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보유액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하면서다. 여론 악화를 우려한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대주주 기준 10억원 유지 방안을 밀어붙였다. 결국 기재부가 받아들였다.
 
2023년 주식ㆍ펀드 세제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23년 주식ㆍ펀드 세제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가 2023년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면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은 지난해보다 더 거셀 수 있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세금에서 중요한 문제는 속도”라며 “세금을 10% 이상 갑자기 올리면 납세자 입장에서 권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식 양도세(금융투자소득세)를 확대하면서 증권거래세는 유지하기로 했다. 주식 투자자들이 용인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5000만원 기본 공제를 하면 실제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2.5%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더 있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선 증권거래세의 폐지를 건의했지만 기재부는 단계적 인하로 방침을 정했다. 증권거래세를 완전히 없애면 초단기 매매가 극성을 부리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기재부는 우려한다. 연간 주식 투자 수익이 5000만원 이하인 소액 투자자라면 금융투자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기재부가 증권거래세를 내릴수록 유리해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43조893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조원 이상 증가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내 주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과세 당국이 납세자 입장에서 신중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