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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이낙연·정세균의 호남 쟁탈전…"호남은 될 사람 민다"

중앙일보 2021.04.19 17:45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고향은 각각 전남 영광과 전북 진안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두 주자는 호남 민심을 얻기위한 경쟁에 나섰다. 뉴스1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고향은 각각 전남 영광과 전북 진안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두 주자는 호남 민심을 얻기위한 경쟁에 나섰다. 뉴스1

호남 출신 여권 대선주자들의 양보할 수 없는 호남 쟁탈전이 시작됐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주춤한 사이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적극적인 호남 일정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 전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19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정 전 총리가 이달 말 고향인 전북 이틀, 전남 사흘 등 약 일주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아 민심을 챙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8일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산 사저를 찾아 “다시 김대중으로 돌아가기 위한 다짐”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당내에선 “호남 민심에 대한 구애 성격”(한 당직자)이란 평가가 나왔다.
 
반면 이 전 대표는 호남지역을 나홀로 누비며 민심을 청취중이다.  지난 16일 고향인 전남 영광을 방문해 선친 묘소를 참배했고 지난 18일엔 전남 구례를 찾아 주민들의 고충을 들었다. 이 전 대표는 4·7 재·보궐선거 패배 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지난 8일)며 민생 행보를 예고했다.
 
정 전 총리는 전북 진안이 고향으로 서울 종로(19·20대)로 지역구를 옮기기 전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내리 4선(15·16·17·18대)을 했다. 반면 전남 영광이 고향인 이 전 대표는 서울 종로(21대) 출마 전엔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4선(16·17·18·19대) 의원을 했고, 2014년 지방선거에선 전남지사에 당선됐다. 각각 전북과 전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만큼 호남지역에서 숙명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호남 쟁탈전…왜? 

한국갤럽 여론조사(4월 13~15일)에서 광주·전라 지역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는 이 전 대표가 15%로 재·보선 이전 조사(3월 30~4월 1일)의 24%보다 9%포인트 하락했다. 또 이 전 대표의 전국 지지율(4월 13~15일)은 5%로 1년 전(지난해 4월 7~8일)의 26%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정세균 전 총리가 18일 경기 고양시 정발산동 김대중 전 대통령 일산 사저를 찾아 15대 대선 당시 홍보 푯말을 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996~1998년 이 곳에 거주했다. 정 전 총리는 1995년 김 전 대통령 권유로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 전신)에 입당하며 정치를 시작했다. 페이스북 캡처

정세균 전 총리가 18일 경기 고양시 정발산동 김대중 전 대통령 일산 사저를 찾아 15대 대선 당시 홍보 푯말을 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996~1998년 이 곳에 거주했다. 정 전 총리는 1995년 김 전 대통령 권유로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 전신)에 입당하며 정치를 시작했다. 페이스북 캡처

 
그동안 여론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정 전 총리는 이번 조사(4월 13~15일)에서 전국 지지율 1%, 호남 지지율 6%를 기록했다. 정 전 총리 측 의원은 “이 전 대표에게서 빠지는 지지율을 흡수하는 게 일차적 목표”라며 “이를 기반으로 전국 지지세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되는 후보 민다”는 전략적 투표

그렇다면 호남은 두 후보의 구애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전남지역의 초선 의원은 중앙일보에 “호남인들은 ‘우리 사람’이란 이유로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며 “당선 가능성이 있는 ‘되는 후보’를 전략적으로 미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지난해 8월 홍수 피해를 입은 이 곳을 전남 구례 양정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만났다. 이 전 대표는 ″임시주거에 사시는 주민이 많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지난해 8월 홍수 피해를 입은 이 곳을 전남 구례 양정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만났다. 이 전 대표는 ″임시주거에 사시는 주민이 많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페이스북 캡처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호남홀대론’이 일던 광주를 방문했다가 비판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경선에서는 호남에서 60.2%의 ‘몰표’를 받은 것이 예다. 전남의 한 초선 의원은 “2002년 대선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바람이 광주에서 분 것도 ‘이길 후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권 차기 주자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영남 출신 이재명 경기지사가 호남에서 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한국갤럽 여론조사(4월 13~15일)에서 이 지사의 전국 지지율은 24%, 호남 지지율은 28%였다. 광주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이전투구를 벌이면 전국적 지지율이 높은 이 지사가 이득을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의원단 선택은?

현재 호남지역의 민주당 의원 26명(광주 8명·전남 10명·전북 8명)의 지지성향을 보면 이 전 대표 지지파와 정 전 총리 지지파로 양분돼 있다. 이 전 대표 지지 의원은 이개호·이병훈 의원 등 7명, 정 전 총리 지지 의원으로는 안호영·김성주·신정훈 의원 등 5명이 꼽힌다. 이 지사를 지지하는 민형배 의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절반(13명)은 관망세로 분류된다. 
 
2017년 민주당 대선 호남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60.2%를 얻었는데 20대 총선 직전 문 대통령에 대한 호남 비토 기류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호남 경선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문 대통령, 최성 전 고양시장(왼쪽부터) 오종택 기자

2017년 민주당 대선 호남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60.2%를 얻었는데 20대 총선 직전 문 대통령에 대한 호남 비토 기류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호남 경선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문 대통령, 최성 전 고양시장(왼쪽부터) 오종택 기자

중립지대에 있는 의원들 중엔 특히 86그룹 출신이 많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인 한병도·송갑석·김원이 의원도 마찬가지인데, 전대협 출신 이인영 통일부 장관(1기 의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3기 의장) 등이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 이들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기사에 언급된 모든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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