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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양도세에 당황한 서학개미, 2년 뒤엔 동학개미 차례

중앙일보 2021.04.19 17:20
“지난해 번 거 올해 다 까먹었는데 양도세는 내게 생겼다.”, “공제가 250만원밖에 안 된다. 누가 이렇게 만든 거냐.”
 
최근 주식 투자 온라인 게시판은 분노한 서학개미의 글로 채워지고 있다. 5월 해외 주식 투자 양도소득세 신고 시즌을 앞두고서다. 예년엔 없던 일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ㆍ외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고 여기에 개인투자자가 대거 뛰어들었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꽤 많은 수익을 거머쥔 서학개미는 처음 받아볼 세금 고지서에 당황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건 서막에 불과하다. 2년 뒤엔 동학개미 차례다. 
지난해 10월 23일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할 것을 촉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3일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할 것을 촉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금은 종목당 보유액이 10억원이 넘거나 지분율이 1% 이상(대주주)이 아니라면 주식 양도세를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대부분 개인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사고팔 때 증권거래세만 내지 양도세는 부담하지 않는다.
 
2년 후면 모든 게 달라진다. 얼마를 보유하든 간에 주식을 사고팔아 이익을 봤다면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2020년 세법 개정안’ 때문이다. 개정법에 따라 2023년 금융투자소득세가 신설된다. 대주주에게만 물리던 국내 주식 양도세 20%(3억원 초과는 25%)를 소액투자자까지 모두에게 물리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에 투자해 2023년 6000만원 소득을 올렸다면 기본 공제(5000만원)를 하고 1000만원의 22%(양도세율 20%에 지방소득세 추가)에 해당하는 22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이 법안으로 홍역을 몇 차례 치렀다. 지난해 6월 ‘금융투자 활성화 및 과세 합리화를 위한 금융 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이란 제목으로 법안을 발표하자마자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개편안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동학개미의 손을 들어줬고, 기재부는 한발 물러서야 했다. 기본 공제 금액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고, 손실금 이월 공제(손해와 수익을 다 따져 실제 소득 계산)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등 수정이 이뤄졌다.

늘어난 동학개미 투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늘어난 동학개미 투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주식 양도세를 둘러싼 개인투자자의 분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차 동학개미의 난이 일었다. 올해부터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데 대해서다. 홍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3억원 안을 고수했지만 여론 악화를 우려한 당ㆍ청은 10억원 유지 방안을 밀어붙였고, 다시 동학개미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지난해 벌어진 두 차례 동학개미의 난은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는 진단한다.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3억원 방안을 두고서도 거센 반발이 일었는데,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 양도세를 전면 시행하면 후폭풍은 더 클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부동산 세제도 마찬가지만 세금에 있어 중요한 문제가 바로 속도”라며 “세금을 10% 이상 갑자기 올리게 되면 납세자 입장에서 권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본 공제를 5000만원 해주긴 하지만 국내 주식에 펀드까지 더해 계산해 체감 혜택은 낮을 수 있다. 예컨대 국내 주식으로 3000만원, 국내 주식형 펀드(국내 주식 비중 60% 이상)로 3000만원 각각 벌어들였다면 합쳐 6000만원을 소득으로 간주, 5000만원을 공제한 1000만원에 대해 양도세를 내야 한다. 
 
5000만원이란 공제 기준 자체도 개인투자자의 반발을 가라앉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에도 종목당 3억원 이상 대주주는 소수에 불과한데도 대주주 기준 상향에 20만 명 넘는 개인투자자가 반대 국민 청원을 하기도 했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내 주식 매도 행진,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가 논란이 됐을 때도 동학개미는 집단 반발하며 화력을 보여준 전례가 있다.
2023년 주식ㆍ펀드 세제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23년 주식ㆍ펀드 세제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반면 해외 주식 등 기타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250만원 기본 공제 금액은 변함이 없다. 서학개미의 불만이 가중될 요인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주식 양도세를 확대하면서 증권 거래세는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주식 투자자들이 용인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라고 짚었다.

 
달라진 시장 상황도 반발을 키울 요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6일까지 개인투자자는 43조8931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순매수).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6조3038억원(59.1%) 급증했다. 동학개미를 중심으로 한 국내 주식 투자 열기는 점점 가열되는 중이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동산은 높은 금액과 각종 규제 때문에 투자할 엄두가 안 나고, 예금 등 다른 자산은 시장 수익률이 너무 낮고. 최근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여윳돈을 투자할 곳은 사실상 주식밖에 없다”며 “국내 주식에 대한 국민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과세 당국이 납세자 입장에서 신중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시행해야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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