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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꿈틀'하니 비트코인 '움찔'…2018년 악몽 떠오른다

중앙일보 2021.04.19 17:00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지난주 고공행진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움찔하고 있다.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9일 오후 4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개당 5만739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인 18일 오전에는 5만2148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14일 6만4800달러를 넘어서며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상당하다. 
 
국내 시장에서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오후 4시 현재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7348만원으로 24시간 전보다 2.84% 하락했다. 
 

美 재무부 암호화폐 단속 루머에 급락

지난 17일(현지시간) 'FX헤지' 라는 이름의 트위터 계정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재무부가 암호화폐를 이용한 돈세탁 조사에 나선다고 전했다.[트위터 캡처]

지난 17일(현지시간) 'FX헤지' 라는 이름의 트위터 계정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재무부가 암호화폐를 이용한 돈세탁 조사에 나선다고 전했다.[트위터 캡처]

기세등등하던 비트코인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건 각국 정부의 ‘암호화폐 조이기’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외신의 분석이다. 
 
CNBC는 “17일(현지시간) 오후 ‘FX헤지’라는 이름의 트위터 계정이 익명의 소식통을 이용해 미국 재무부가 암호화폐를 이용한 돈세탁 조사에 나선다고 주장했다”며 “이러한 루머가 지난 주말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세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미 재무부는 루머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들어 미국의 경제사령탑 2인이 공개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닐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비트코인은 투기성 자산이며, 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비트코인가격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비트코인가격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도 암호화폐 범정부 특별단속 나서

지난해 12월 터키 이스탄불의 한 암호화폐 환전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터키 이스탄불의 한 암호화폐 환전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AFP=연합뉴스]

실제 행동에 옮긴 국가도 있다. 터키는 지난 16일엔 상품과 서비스의 비용 지불 수단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사용을 금지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관보에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게재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가상화폐를 통한 거래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며 “가상화폐의 시장 가치는 지나치게 변동 폭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암호화폐 다잡기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6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4~6월을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에 정부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과 불법 거래, 사기 등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 경찰,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서가 총력전에 나서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이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고 투자 자산으로도 취급하며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시장의 신뢰도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와 견제의 시선을 놓치 않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큰 데다 개인투자자 비중도 큰 탓에 대규모 금융 투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각국 정부가 언제든 암호화폐 규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의 제시 파월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 단시간에 해소되기 힘들다”며 “각국 정부의 엄중한 단속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박상기 “암호화폐 거래금지” 악몽 재연되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19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19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아직 제도권 금융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암호화폐의 경우 금융당국의 개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미 ‘정부발 폭락’의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 2017년 당시 최고치였던 2만 달러를 돌파한 비트코인은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사업 단속에 나서면서 그해 12월 320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1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과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금지 법안 준비 중”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도 가능한 옵션”이라는 발언을 내놓자,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 만에 4분의 1토막이 났다.
 
암호화폐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관리에서 벗어난 탈중앙화 거래를 지향하며 만들어졌다. 화폐 발행과 운용의 독점권을 가진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기존 통화의 가치나 위상을 흔드는 암호화폐가 달가울 리 없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를 도입하기 위해서라도 각국 정부는 암호화폐의 부상을 견제할 확률이 높다. 
 
이를 아는 암호화폐 업계도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주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지난 14일 CNBC에 “미국 정부가 달러를 기반으로 한 CBDC를 발행해야 한다”며 “정부가 원한다면 코인베이스는 CBDC 출시를 지원할 것”이라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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