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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알몸 김치 쇼크에, 식약처 ‘해썹’ 뒷북 대책…종주국 지위 위협받아

중앙선데이 2021.04.17 00:02 732호 6면 지면보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김치

지난 1월 유엔 주재 중국 대사 장쥔(張軍)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김치 담그는 사진(왼쪽). 지난 3월 SNS에 뜬 ‘알몸 김치’ 동영상.

지난 1월 유엔 주재 중국 대사 장쥔(張軍)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김치 담그는 사진(왼쪽). 지난 3월 SNS에 뜬 ‘알몸 김치’ 동영상.

지난 3월 알몸의 중국인 남성이 구정물을 방불케 하는 수조 안에서 낡은 굴삭기를 이용해 배추를 절이는 모습을 담은 ‘알몸 김치’ 동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강타하며 온 국민에게 ‘중국산 김치 포비아(공포증)’를 주입했다. 거의 대부분 중국산 김치를 사용해온 음식점에서는 소비자들의 거부 사태가 이어졌고, 급기야 중국산 김치를 물에 헹궈 국산 백김치로 둔갑시키는 꼼수를 부린 식당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최근 전국 3000여 곳의 음식점을 대상으로 긴급 단속을 벌인 결과 130곳이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고 있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작년 수입 김치 중 중국산 99.9%
물에 헹궈 국산 백김치 둔갑 꼼수도

귀네스 팰트로 “무설탕 김치 발견”
전문가 “국산 김치 안정성 부각 기회”

코로나 탓 현지 조사 제대로 못해
중국산에 ‘해썹’ 적용 실효성 의문

김치 브랜드 전체 이미지 훼손 우려
 
더 큰 문제는 우리의 국가브랜드 상품인 김치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했다는 점이다. 중국도 김치를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김치라는 식품 브랜드 자체의 위생 문제로도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2001년 제24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김치가 국제식품규격으로 인정받고 ‘김치(Kimchi)’라는 이름으로 국제규격을 정하면서 김치 종주국으로 인정받은 한국의 위상이 이웃 나라 몰지각한 사람들의 돌출 행동으로 인해 타격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귀네스 팰트로

귀네스 팰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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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의 조정은 전략기획본부장은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는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이미 제기돼 온 것”이라며 “지하수도 쓰지 못하게 하는 국산 김치 공정의 안전성을 상대적으로 부각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12월 면역학 분야 국제 학술지(Clinical and Translational Allergy)에 실린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 폐의학과 장 부스케 명예교수의 “김치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데다 염증 완화를 통한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나, 자신이 창간한 잡지 홈페이지에 지난 2월 코로나19 감염 후유증 극복용 식단을 열거하며 “무설탕 김치를 발견했다”고 밝힌 할리우드 스타 귀네스 팰트로로 인해 촉발된 김치에 대한 관심을 긍정적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일반 음식점 김치의 90% 이상을 점령한 중국산 김치를 당장 피해가기는 어렵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입액은 1억 5242만 달러로, 이중 중국산이 99.9%다. 물량으로 보면 최근 4년간 한 해 평균 28만t이 넘는다.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를 우리가 엄중하게 제기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산 김치에도 ‘해썹(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적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 4월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7월부터 수입 식품에 대한 해썹이 도입될 예정이고, 김치는 10월부터 의무 적용이 시작된다. 차질 없는 해썹 시행이 가능할지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실 직원이 최근 한 언론에 ‘중국은 대국인데 속국 입장에서 해썹 현지조사 요청이 쉽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중국산 김치에 대한 조속한 해썹 적용을 촉구하고 나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은 “김치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산 식재료에도 위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식약처가 국내산 김치에 대해서는 해썹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중국산 김치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면 이것이야말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 건강과 관련한 내용은 단호하게 대처하고, 중국에서 식재료 관련 현장을 보여주지 않으면 수입 금지를 하는 등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도 1990년대까지는 낙후된 시설에서 김치를 생산했지만, 해썹 도입 이후 급격한 상향평준화가 이뤄졌다. 해썹은 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 요인의 발생 여건을 사전에 차단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제도다.  
 
배추김치 해썹은 2008년부터 업체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4년 전면 의무화됐다. 국내 제조업체는 해썹 외에도 대한민국 식품명인제도, 가공식품표준화(KS) 인증 등을 획득해 자발적으로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김치업체 203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9%가 전통식품품질관리인증 등 추가적 인증을 1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입 김치에 대해서는 관리가 느슨했던 게 사실이다. 식약처는 ‘알몸 김치’ 파문이 커지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월 12일부터 중국산 수입 통관 단계에서 기존의 기준 규격 검사 외에 정밀 검사(보존료, 식중독균 검사 등)를 추가했다.
 
“10월부터 해썹 의무적용 쉽지 않아”
 
또 15일에는 생중계 브리핑을 통해 모든 해외 김치 제조업체에 대한 현지실사 추진과 통관단계 검사명령제 시행 강화, 유통 단계의 도소매업체 및 식당 등 1000여 곳에 대한 위생관리 실태조사 등 다양한 점검 계획을 발표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업체 규모에 따라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해썹 준수를 의무화한 것처럼, 중국도 많이 수입하는 업체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0월 의무 적용이 제대로 이뤄질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로 중국 정부와 대면 협의도 못 하는 상황에서 법이 시행돼도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엄격한 해썹 심사기준을 중국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해썹은 서류 심사와 현장 심사를 거치는데, 특히 현장의 시설설비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식품위생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위해 요소가 발생할 수 있는 CCP(Critical Control Point)를 잡아서 관리 기준을 정하고, 실험을 맡겨 균이 나오는지 확인한 뒤, 거기에 맞춰 오염되지 않게 시설 공사를 하는 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해썹 전문가인 티움행정사사무소 홍현 대표는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에 당장 10월부터 해썹을 의무적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우선 인증 자체가 까다롭다. 우리가 국내 업체에 자문을 시작해도 인증까지 짧게는 3~4개월에서 1년씩 걸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발적인 사후관리다. 인증을 받더라도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필수 교육을 받은 제조업자가 해썹에 대한 인식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후 관리에 대한 제도와 대책 여부에 따라 취지에 맞는 정책이 될지 아닐지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도 “해썹 인증절차 및 방법 등 세부 사항을 수출국 정부와 완전히 합의해야 해외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교육과 정보 제공을 할 수 있는데, 코로나로 현지 출장이 제한돼 원활한 추진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스마트 글라스를 이용한 원격 영상 점검을 병행하는 등 최선을 다해 중국 정부와 신속히 협의하고 해외 제조업소 및 수입업소 등에 해썹 제도를 안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치=파오차이’ 관행 표기, 중국 이름 ‘신치’ 유야무야
파오차이

파오차이

중국의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지난해 11월 ‘파오차이(泡菜)(사진)’의 국제표준화기구(ISO) 산업표준 제정 소식을 전하면서 마치 파오차이가 김치산업의 국제표준이 된 것처럼 제목을 뽑았다. 파오차이는 소금과 향신료를 넣고 끓였다 식힌 물에 각종 채소를 넣은 단순 절임식품으로, 김치와 전혀 다르다.
 
문제는 김치의 중국어 표기다. 중국어에는 ‘김’ 발음이 없기에 김치는 관행적으로 ‘한궈 파오차이(韓國泡菜)’ 혹은 ‘파오차이’로 표기돼 왔다. 그러다 보니 “파오차이는 중국 음식이다”라는 중국말이 자칫 “김치는 중국 음식이다”로 잘못 번역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 국내외 전문가 논의를 거쳐 김치의 중국 이름을 ‘약간 맵고 신선하다’는 뜻의 ‘신치(辛奇)’로 정했다. 하지만 당시 중국의 위생 기준에 막혀 중국으로의 김치 수출이 불가능해졌고, 신치라는 이름도 유야무야해졌다. 최근 명칭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정부가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7월 제정한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훈령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지침 제10조 2항4호는 “중국에서 이미 널리 쓰이는 음식명의 관용적 표기는 그대로 인정한다”면서 ‘김치찌개(泡菜湯·파오차이탕)’의 예를 들어놓았다. 이렇게 되면 ‘김치=파오차이’임을 우리 정부가 인정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그간 ‘신치’라는 이름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새 이름을 정착시키려는 노력 및 홍보가 미흡했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외교부와도 긴밀하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특별취재팀=정형모·서정민·유주현·김유경 기자
오유진·원동욱·윤혜인·정준희 인턴기자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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