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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탄핵의 강’ 빼닮았다…금기어 '조국'에 꼬이는 與쇄신론

중앙일보 2021.04.16 05: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연합뉴스

4·7 재·보선 참패 이후 쇄신의 발걸음을 떼고 있는 민주당의 스텝이 ‘조국 사태’와 마주할 때마다 꼬이고 있다.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선 “가장 실패한 분야”(홍영표 의원)라며 서스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유독 조 전 장관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어서다.

 
민주당 2030 초선의원 5명은 지난 9일 “필요하다면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가 권리당원들로부터 '초선족'이라며 혹독한 비판을 받았고, 주장을 급히 수정했다.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도 “좀 더 섬세하게 문제를 다뤘어야 한다”(호남 초선)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친문 핵심에선 “그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총선을 통해 충분히 국민의 평가와 심판을 받았다”(윤호중 의원)는 주장도 나왔다. 조국 사태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를 ‘보수정당의 박근혜 딜레마’에 비유했다. 조 의원은 14일 “금기어 혹은 성역화된 조국 전 장관 문제는 보수정당의 ‘탄핵’과 같이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을 아킬레스건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정당이 지난 몇 년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강'을 건너기 어려웠던 것처럼, 민주당 역시 '조국의 강'을 건너기가 녹록치 않을 거란 관측이다. 
 

①文이 언급한 “마음의 빚”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마음의 빚'을 언급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마음의 빚'을 언급했다. 중앙포토

조 전 장관이 민주당에 이처럼 큰 자장(磁場)을 형성한 첫째 이유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가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그리고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 그분의 유·무죄는 수사나 재판 과정을 통해서 밝혀질 일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는 게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이었다.
 
더욱이 조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집권 기반 마련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2015년 민주당 주류·비주류 갈등이 깊어질 당시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수습책으로 김상곤 혁신위 카드를 내놨다. 조 전 장관은 위원으로 참여해 문 대통령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당시 혁신위는 당원 권한을 강화하는 혁신안을 발표했고, 이에 반발한 비주류가 당을 떠나며 문 대통령의 당내 기반이 안정화됐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이 조 전 장관을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해답은 문 대통령의 ‘빚이 있다’는 말 속에 있다. 검찰개혁이 아니라 정권 창출의 기반을 만들어준 게 조 전 장관”이라고 말했다.
 

②국민청문회와 서초동집회의 추억

이재정 대변인(오른쪽)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19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재정 대변인(오른쪽)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19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이른바 조국사태 당시 민주당이 조 전 장관 지키기에 나서면서 민주당, 특히 친문(親文·친문재인)과 조 전 장관의 연계도 깊어졌다는 평가다. 첫째 장면은 야당의 반대로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무산됐을 당시, 민주당이 추진한 ‘셀프 청문회’다. 당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였지만, 여당이 앞장서 ▶인사청문회를 기자간담회로 대체하려 했다는 점 ▶기자간담회 장소를 국회에 마련한 점 등이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간담회 사회는 당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었던 홍익표 의원이 맡았다. 결국 민주당은 명칭을 기자간담회로 정정했고, 이후 별도 인사청문회를 열긴 했지만 당시 정치권에는 간담회 후유증이 상당했다.
 
민주당은 서초동 촛불집회가 열릴 때도 국회 안팎에서 ‘조국 수호’ 메시지를 내며 여론을 이끌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이해찬 전 대표는 서초동 집회를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를 연상시킨다”며 힘을 실었고, 이인영 당시 원내대표(현 통일부 장관) 역시 “시민들이 주권자의 이름으로 단호히 검찰개혁을 명령했다”고 호평했다. 당시 서초동 집회에서 “조 전 장관 사진을 머리 맡에 두고 매일 기도하면서 잠을 잔다”고 마이크를 잡았던 김남국 의원(당시 변호사)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배지를 달았다.
 

③조국 반성하면 ‘질서있는 재정비론’ 타격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민주당 내에서 ‘조국 사태’에 대응에 대한 평가나 조 전 장관 개인에 대한 비판은 당내 분란을 부추기는 행위로 치부되곤 한다. 민주당 주류는 인적 쇄신보다는 치열한 내부 정책토론을 골자로 한 ‘질서있는 재정비론’을 내세운다. 당권 주자와 다수 초선의원들도 동조하는 흐름이다. “하나씩 잘라내서 책임 묻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우원식 의원) “우리 초선들은 친문·비문 나누고 특정인을 공격하는 것을 배격한다”(고영인 의원) 등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조 전 장관에 대한 사과에 나설 경우, 조국 사태 당시 강대강 대결을 주도했던 친문 핵심에 대한 책임론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여태 친문 핵심 주도로 해왔던 모든 걸 부정하는 사실상의 자기부정인 만큼 인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전당대회에 친문 후보를 내야하는 상황은 이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친문 권리당원들 사이에서 조 전 장관이 영향력이 막강한 점 역시 사과에 결정적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조 전 장관 관련 발언을 하고 권리당원에게 공격 받으면 곧바로 발언을 정정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런 구조 아래서는 조 전 장관의 재평가를 현실적으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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