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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저 고릴라, 누구 닮았더라…'정용진 빵집' 6월 문 연다

중앙일보 2021.04.16 05:00 경제 2면 지면보기
신세계가 정용진 부회장을 전면에 내 건 캐릭터 사업을 본격화한다. 코로나19 이후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캐릭터 산업에 그룹 리더를 결합시켜 유통과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이릴라 베이커리 오픈 

제이릴라 캐릭터. 오른쪽은 정용진 부회장이 연초 인스타그램에 올린 제이릴라 마카롱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제이릴라 캐릭터. 오른쪽은 정용진 부회장이 연초 인스타그램에 올린 제이릴라 마카롱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첫 번째 사업은 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이마트의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SSG푸드마켓’ 청담점에 ‘제이릴라 베이커리’ 1호점을 연다. 시기는 이르면 오는 6월, 늦어도 올 여름이 될 전망이다.
귀여운 고릴라 모습의 제이릴라는 정용진 부회장을 닮은 캐릭터로, 정 부회장의 영문 이니셜인 알파펫 ‘제이(J)’와 고릴라를 뜻하는 ‘릴라’의 합성어다. 귀여운 고릴라 모습의 제이릴라가 곧 정 부회장의 ‘부캐(부수 캐릭터)’인 셈이다.  
 
베이커리 운영은 신세계푸드가 맡는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모기업인 이마트로부터 제이릴라 상표 소유권을 가져왔다.

신세계푸드는 국내 최대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를 비롯해 고급 베이커리인 ‘더메나쥬리’와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베키아에누보’,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이마트트레이더스 등 그룹 계열사에서 판매하는 빵과 디저트 대부분을 만들고 있다. 
 
신세계푸드 고위 관계자는 “빵은 우리 식생활에 가장 친근한 음식 중 하나이며 신세계가 가장 잘 하는 품목”이라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빵 중심으로 다양한 종류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등 제빵·제과 선진국에서 주최하는 대회에서 수상한 전문가들을 영입해 연구개발에 매진해 왔다”며 “기발한 콘셉트의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빵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이릴라 베이커리는 스타벅스와 같이 100% 직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위치도 동네빵집 등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신세계백화점·이마트·스타필드 등 신세계 유통망에 세우기로 했다. 다만 향후 레저와 관광으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 제주 등 지역 특색이 뚜렷한 곳에 출점도 고려하고 있다.  
업계에선 제이릴라가 ‘뚜레쥬르’의 매각 이슈로 사실상 ‘파리바게뜨’가 독점하다시피한 국내 베이커리 브랜드에 도전하는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진정성 보이려면 드러내라”  

이번 베이커리 사업 진출은 신세계그룹의 캐릭터 사업의 중요한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캐릭터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통과 온라인 상거래가 일반화한 가운데 강력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통과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중심으로 ‘메타버스’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캐릭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지난 3월2일 순천향대학교가 국내 최초로 신입생 입학식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하는 모습. 대학 대운동장 공간이 메타버스로 구현됐다. 사진 SK텔레콤

지난 3월2일 순천향대학교가 국내 최초로 신입생 입학식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하는 모습. 대학 대운동장 공간이 메타버스로 구현됐다. 사진 SK텔레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통상 가상세계에 구축된 현실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기존 가상현실(VR)과 다른 점은 방점이 가상보다는 현실에 찍혀 있다는 점이다. 메타버스라는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캐릭터가 곧 나 자신이라는 얘기다.

 신세계 야구단 SSG 랜더스 경기를 찾은 정용진 부회장(왼쪽)과 뒤에서 응원 중인 제이릴라. 화성에서 태어난 고릴라 제이릴라의 아기 모습(오른쪽).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신세계 야구단 SSG 랜더스 경기를 찾은 정용진 부회장(왼쪽)과 뒤에서 응원 중인 제이릴라. 화성에서 태어난 고릴라 제이릴라의 아기 모습(오른쪽).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신세계가 제이릴라를 내세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룹 관계자는 “이제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가 뒤로 숨는 시대는 지났다”며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본인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나서 소비자들께 자신 있게 제품과 서비스를 권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기업 리더의 얼굴을 걸고 투명성과 진정성을 인정받으면 시장의 호응을 얻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션이나 요리 등 본인의 관심사를 드러내고 공유하는 정용진 부회장. 오른쪽은 다 쓴 세제를 리필해서 쓸 수 있는 이마트 성수점의 '에코 리필 스테이션'.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패션이나 요리 등 본인의 관심사를 드러내고 공유하는 정용진 부회장. 오른쪽은 다 쓴 세제를 리필해서 쓸 수 있는 이마트 성수점의 '에코 리필 스테이션'.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실제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오너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 중엔 스타벅스 신 메뉴나 이마트의 자체라벨(PL) ‘노브랜드’ 제품을 소개하거나 직접 요리하는 모습이 담긴 게시물이 많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아끼지 않는다. 정 부회장은 최근 SSG랜더스의 야구 경기를 지켜보는 본인의 모습과 제이릴라가 응원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올렸다. 앞서 지난 2일 제이릴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이 오픈하자 곧바로 팔로우했고, 연초엔 제이릴라를 소개하며 “YJ(‘용진’의 약자)랑 하나두 안 닮았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고 관심을 환기시키키도 했다.

콘텐트 기업 꿈꾸는 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외부 출신인 송현석 대표를 수장으로 임명해 그룹의 캐릭터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송 대표는 피자헛 글로벌 마케팅 총괄, 오비맥주 마케팅 총괄 부사장 등을 지낸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취임 직후 “신세계푸드가 식품기업에서 ‘푸드 콘텐트 및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터’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푸드는 제이릴라에 카카오프렌즈 같은 스토리를 입혀 소비자들의 일상에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일례로 제이릴라는 “주식이 빵이고 걸그룹 아이돌을 좋아해 청담동에 빵집을 열었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앞으로 제이릴라를 패션·레스토랑·리빙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라며 “베이커리에서 인정받고 이를 집객의 발판으로 삼아 브랜드와 인지도와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ls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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