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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 독자백신 검토”…현 정부와 차별화냐 술렁

중앙일보 2021.04.15 17:16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경기도의회 임시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다른 나라에서 개발한 백신을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도입해서 접종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경기도의회 임시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다른 나라에서 개발한 백신을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도입해서 접종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다른 나라에서 개발한 백신을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도입해서 접종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오후 열린 경기도의회 본회의에 “도 차원의 코로나19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묻는 도정질문에 답변한 내용이다. 이 지사는 다만 “안타깝게도 지방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정한 일정대로 차질 없이 예방접종이 이뤄지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고, 시·군과도 협력해서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가 언급한 ‘다른 나라 백신’은  러시아나 중국 등에서 개발한 백신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국내 미도입 백신에 대한 해외 개발 및 접종 사례나 도입 절차에 대한 법률적 문제 등을 실무부서 차원에서 검토하는 단계일 뿐”, "어떻게든 도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이 지사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 등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가 독자적인 백신 확보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권 일각에선 "서울·부산시장 선거 참패이후 백신 문제로 두들겨 맞고 있는 청와대나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친문계 의원의 참모는 중앙일보에 “정부가 고생하는 걸 뻔히 알면서 굳이 ‘독자 도입’을 언급해야 했나. 청와대와 선 긋겠다는 것이냐”고 했고, 86그룹 인사는 “이른 독주 체제에 기고만장해졌다”(86그룹 측)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재명의 본심 “국민의 뜻이 곧 당의 뜻”

 
그동안 이 지사가 특히 공을 들여 발신해온 SNS메시지는 1주일 넘게 침묵하고 있다. 4·7 재·보선 참패 직후였던 8일 아침 페이스북에 “준엄한 결과를 마음 깊이 새기겠다. 당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적은 게 마지막 글이다. 평소 온라인을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던 이 지사가 SNS에서 1주일 넘게 침묵한 건 2014년 성남시장 재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주변에선 그의 침묵에 대해 “그만큼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무겁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 측 한 인사는 15일 “이 지사가 왜 하고픈 말이 없겠냐. 100가지도 넘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이 큰 충격에 빠져 있는 시점에 괜한 분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청을 방문한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과의 대화에서 이 지사의 본심 일부를 엿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나선 홍영표 의원이 지난 13일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나 대화하는 모습. 이날 이 지사는 "당이란 어쨌든 국민 속에 있는 것이고, 국민의 뜻이 곧 당의 뜻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나선 홍영표 의원이 지난 13일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나 대화하는 모습. 이날 이 지사는 "당이란 어쨌든 국민 속에 있는 것이고, 국민의 뜻이 곧 당의 뜻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당 대표에 출마한 홍 의원이 “당원 80만명 중 한 명도 빠짐없이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게 새 당 대표가 해야 할 중요한 임무”라고 말하자, 이 지사는 “당이란 어쨌든 국민 속에 있는 것이고, 국민의 뜻이 곧 당의 뜻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 뜻에 좀 더 중점을 두고 맞춰가면 (국민이) 또 기회를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 당심(黨心)이냐 민심(民心)이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민심론’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홍 의원은 동의를 표하면서도 “이런 과정이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로 나가야 한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고강도 쇄신론’과 선을 긋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과거 왕이 지배하던 때도 백성들을 무서워했는데, 국민 주권 국가에서 가끔 심판도 하는 체제에서는 정말로 국민을 두려워해야 할 것 같다”며 민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당분간 ‘낮은 자세’…SNS 재개 여부 주목

 
당초 이 지사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래도 민주당 내 1위 주자로서 선거 참패의 타격을 피할 순 없었다. 당장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 공동여론조사(12~14일)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격차가 6%포인트→3%포인트(이재명 26%, 윤석열 23%)로 1주일 새 절반으로 줄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그래서 이날 '백신 독자 도입' 발언을 이 지사가 처한 이런 현실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측근들은 "당분간 낮은 자세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 지사가 재·보선 이후 측근들에게 ‘국민을 두려워하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당이 국민의 생각을 제대로 읽었는지, 혹시 정치적인 계산에 따라 행동한 것이 아닌지에 대해 거듭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이 지사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취약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토론회에 참석한다. 국회의원 41명이 참석하는 행사를 앞둔 만큼, 그 이전에 SNS 메시지가 재개될 거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의 위기 수습책을 놓고 백가쟁명식 논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지지율 1위 대선 후보의 발언은 무게가 적지 않다. 상당수 여권 인사들이 이번 주말 그의 SNS를 주목하는 이유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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