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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둘로 쪼갠다 “투자 속도 내고, 주주가치 키울 것”

중앙일보 2021.04.14 18:40
SK텔레콤이 통신회사와 비(非)통신회사로 분할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신사업 확대에 나선다.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14일 온라인 타운홀 행사를 열고 구성원들에게 이번 분할의 취지와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14일 온라인 타운홀 행사를 열고 구성원들에게 이번 분할의 취지와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SK텔레콤]

연내 통신회사와 투자전문회사로 분할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인프라를 맡는 ‘SKT 존속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 투자 전문회사인 ‘SKT 신설회사’로 인적 분할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존속회사는 기존의 통신사업을 하면서 자회사로 SK브로드밴드 등을 두며, 신설회사는 자회사로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 ICT 계열사를 둔다.〈그림 참조〉 SK텔레콤은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을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명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SKT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SKT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신설회사 통해 하이닉스 투자, 자회사 IPO” 

SK텔레콤이 2012년 인수한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SKT의 지분(20.1%) 가치만 20조원이 넘는다. 원스토어와 ADT캡스·11번가 등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자회사 가치는 20조~30조원대로 평가받는다. 그런데도 SK텔레콤의 지난달 말 기준 시가총액은 22조원대다. 
 
회사 측은 “통신이라는 업종에 가려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우산’이 필요했다”며 “회사 분할은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설회사를 통해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당초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신설회사를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와 합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병 논리의 근거로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자회사 전환을 꼽아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SK하이닉스)가 국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지분 100%를 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적극적인 M&A를 추진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날 SK텔레콤 측은 “SK㈜와 합병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이번 분할을 통해 SK하이닉스의 투자나 M&A 때 제약 요소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그동안은 통신이 주력이다 보니 반도체회사에 투자를 유치하거나 관련 기업을 M&A하기 어려웠다”며 “앞으로는 신설회사가 직접 기업을 M&A해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역할이 투자와 M&A 등을 통한 시너지를 내는 것인 만큼 신설회사를 통해 SK하이닉스와 ICT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려는 것”이라며 “향후 3~5년 내 SK㈜와 합병 가능성과 명분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월 준공된 SK하이닉스의 'M16 팹' 전경. SK텔레콤은 14일 SKT신설회사를 통해 SK하이닉스에 대한 활발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1

지난 2월 준공된 SK하이닉스의 'M16 팹' 전경. SK텔레콤은 14일 SKT신설회사를 통해 SK하이닉스에 대한 활발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1

 

SK텔레콤 주가, 구조 개편 발표 후 16%↑

시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날 SK텔레콤의 주가는 2.17% 내린 29만3500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구조 재편 추진을 공식화한 후 최근 열흘간 16% 상승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배당수익률(존속법인)을 원하는 투자자와 ICT 사업의 성장성(신설법인)을 바라는 투자자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이벤트”라고 분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신설회사와 SK㈜ 간 합병 가능성이 열려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가 SKT 신설회사와 합병을 진행할 경우 SK텔레콤 주주 입장에선 주가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최근 SK텔레콤이 분기배당 등 주주가치 환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를 낮추는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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