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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단체 채팅방에 학생 성적 올리면 인격권·사생활 침해"

중앙일보 2021.04.14 12:00
휴대전화 이미지. 사진 Pixabay

휴대전화 이미지. 사진 Pixabay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학생들의 성적을 단체 채팅방에서 공개하는 행위는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방의 한 대학교수가 학생들의 성적을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며 접수된 진정 사건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대학 총장에게 향후 유사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해당 진정서에는 ▶피진정인(교수)이 지난 2019년 진정인을 포함한 학생들의 성적을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병원에 입원한 진정인에게 피진정인은 병원에서 기말고사를 치를 것을 강요했다 ▶진정인의 기말고사 성적을 어떻게 부여할지 단체 채팅방에서 투표하도록 과 대표에게 지시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피진정인인 교수는 “단체 채팅방에 올린 성적은 학습 독려 차원에서 이뤄진 시험에 대한 것으로 과목의 최종 성적과는 무관했다”고 반박했다. 또 “진정인은 학과사무실에 팩스로 입원확인서를 제출하긴 했으나 병명 또는 진료기관의 소견서가 첨부되지 않았다. 진정인의 시험 미응시는 급한 수술로 인한 것도 아닌 데다 진정인에게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도록 강요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진정인은 당시 스트레스성 위장염·결장염을 반복적으로 앓았다고 한다.
 
인권위는 학과 단체 채팅방 내용, 진정인과 피진정인의 전화 녹취, 피진정대학교 학칙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진정인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이 대학교 학칙시행세칙 제64조(추가시험 면제) 제2항은 추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득이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엔 증빙서류 등을 내고 총장의 승인을 얻어 전·후 시험의 90%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피진정인은 진정인과의 전화통화에서 ‘성적이 나와야 하니 시험지를 들고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다”며 “또 학과 단체 채팅방에서 진정인의 기말고사 성적을 ‘중간고사 성적의 90%로 부여할 것인지, 50%만 반영할 것인지’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진정인은 이 투표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학 총장 직무대행은 성적 부여 방법을 공개적으로 의견 수렴하도록 지시한 행위 등에 대해 지난해 교원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교원징계위는 피진정인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인권위는 “개인의 성적은 다른 사람에게 공공연히 알려지면 개인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며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관리되는 개인정보”라고 판단했다. 이어 “따라서 본인의 학업성취도를 확인하는 목적으로 성적 열람이 이뤄져야 한다”며 “학생 개인 e메일로 성적을 발송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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