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위워크코리아 대표 “사무실에 소파 둔다고 애플되나. 업무 다른 직원끼리 마주치게 하라”

중앙일보 2021.04.14 09:01
전정주 위워크코리아 대표. 사진 위워크코리아

전정주 위워크코리아 대표. 사진 위워크코리아

“누워서 노트북 작업을 할 수 있는 빈백 소파,  간식으로 가득 찬 냉장고, 유명 브랜드 커피를 제공한다고 저절로 애플의 기업 문화를 갖추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직군의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네트워크의 장(場)을 유도해야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전정주 위워크코리아 대표는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선 다양한 일을 하는 직원들이 우연히 마주치도록 접점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스티브 잡스는 픽사 본사를 건축할 때 개발자·예술가·작가 등이 각자 일하다가도, 커피를 마실 때는 대면하도록 건물 중앙에 ‘만남의 광장’을 조성했다. 회의실·카페·편의점·화장실이 몰려 있어 모두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이곳을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잡담과 아이디어 덕분에 픽사는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집단이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전 대표는 “잡스가 ‘사람은 우연히 자주 마주칠수록 창의적이 된다’는 철학으로 직원이 모이는 공간을 설계한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직접 대면하는 업무는 혁신의 필수 요소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한국은행을 시작으로 소시에테제네랄·리먼브러더스·노무라 등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을 거쳐  CJ E&M에서 영화 부문 미국 사업을 담당했다. 이때 한국의 기업 문화를 비판하는 『회사가 우리를 열 받게 하는 65가지 이유』를 출간했다. 이후 딜리버리 히어로 코리아의 최고전략책임자(CSO)에서 위워크 코리아 총괄 책임자(제너럴 매니저)로 지난해 4월 자리를 옮겼다.  
위워크 디자이너클럽점 메인 라운지. 사진 위워크코리아

위워크 디자이너클럽점 메인 라운지. 사진 위워크코리아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된 지난 1년 동안 위워크코리아의 성과는 어땠나.  
“위기가 오히려 기회였던 것 같다. 지난해 한국 매출은 20% 정도 성장했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플러스 성장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 고객 비중이 큰 편인데, 코로나 때문에 분산 근무가 강조되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공유 사무실을 많이 찾았다. 일부 팀을 떼어내 위워크 사무실에 입주시키는 방식으로 유연 근무를 시도한 것이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어났는데, 공유 사무실이 타격을 받지 않은 건 의외다.  
“경제 봉쇄가 강력했던 미국·유럽과 비교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괜찮았다. 공실률뿐 아니라 실제 이용률도 코로나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택근무는 한시적이고, 코로나가 종식되면 모든 근무 형태가 제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보나.  
“재택근무와 줌(Zoom) 화상 회의의 장점을 경험했기 때문에 비대면 방식은 계속 활용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지난해 4월 위워크에 합류하기 전 모든 면접 과정을 줌으로 대체했다. 이후 1년 동안 위워크 본사의 상사를 직접 본적은 한 번도 없지만, 한국의 전략을 세우고, 운영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이후로 사무실이 아예 없어지거나, 중요도가 축소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직원들이 모여서 일하는 방식에는 분명히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장점인가.  
“우연히 좋은 아이디어가 발생하는 일은 줌 화상 회의로는 어렵다. 서로 생각이 다른 직원들이 격의 없이 대화하며 프로젝트의 방향을 개선하거나 아예 새로운 아이디어로 바꾸는 등의 일은 직접 대면하는 업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위워크 여의도역점 메인 라운지. 사진 위워크코리아

위워크 여의도역점 메인 라운지. 사진 위워크코리아

 
혁신을 위한 사무 공간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 
“공간은 거들뿐,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의 화려한 하드웨어가 전부가 아니다.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다. 얼마나 많은 직원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인맥을 쌓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위워크의 장점은 다양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회원이 공용 공간에 모여 얼굴을 마주치고, 인맥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전 세계 위워크 멤버와도 커뮤니티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이들의 네트워크 돕기 위해 간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리더십 강연, 요가 수업 등 다양한 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위워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많지만, 이 때문에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위워크코리아의 두 가지 목표는 프리미엄화와 지역화이다. 호텔의 경우 5성급과 3성급의 가격 차이를 두고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위워크 사무실이 단순히 좋은 빌딩에 예쁜 인테리어가 전부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차별화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해 프리미엄 사무실이 되도록 하겠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