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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세계경제전망] 미·중 ‘테크 워’ 불 붙고 금리 반등 시작됐다

중앙일보 2021.04.14 00:35 종합 20면 지면보기
김동호의 세계경제전망 그래픽=신용호

김동호의 세계경제전망 그래픽=신용호

세계 경제에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경제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말 그대로다. 무엇보다 금리 상승 조짐을 눈여겨볼 만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23년까지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시중금리는 계속 꿈틀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에서 중앙은행의 느슨한 통화정책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뛰면 주가 상승 흐름 막 내려
중국 GDP, 미국의 70% 처음 돌파
바이든 중국 추격 뿌리치려 총력전
1등 삼성전자 위상에도 불안 징후

 
중국이 파죽지세로 경제력을 키우면서 미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눈에 띈다. 기술 수준에서 두 세대 앞섰다고 자부해 온 미국의 첨단기술이 자칫 역전될 처지에 빠졌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미국은 중국 견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그 틈에 낀 한국 경제는 안팎으로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애플에 치이고, 반도체는 TSMC의 질주에 직면했다. 주요국이 반도체 자체 생산을 확대하는 바람도 거세다. 배터리 역시 독일 폴크스바겐을 선두로 주요국이 자급 체제로 돌아서면서 한국의 첨단 주력기업이 위협을 받고 있다.
 
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그래픽=신용호

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그래픽=신용호

1. 끝 보이는 저금리 흐름
금리 상승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글로벌 투자전략가 루처 샤르마는 FT에 “코로나 경기부양을 위해 벌였던 돈 잔치의 종말이 어른거린다”며 “장기금리가 계속 오르면 세계 증시를 주도했던 테크(tech, 기술) 주식의 강세장이 막을 내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국내에서도 10년물 국채금리가 어느새 2%를 돌파했다. 동학개미는 물론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증시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렸던 서학개미들에게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1980년대 미국 자산 투자에 나섰다가 버블 경제 붕괴로 쓴맛을 봤던 일본은 글로벌 금리 상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최근 경기 회복을 반영해 금리가 어느 정도 상승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면서 “부채가 많은 국가와 기업, 개인은 이자 부담이 급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바이든 정부가 1조9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에 이어 2조5000억 달러의 인프라 건설투자 및 일자리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파월 의장은 경기가 확연히 살아날 때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비롯한 보수적 경제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의 망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계속 발신하고 있다. 어떤 방향이든 저금리가 끝물인 것은 현실이다. FT는 “코로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면서 그동안 부채가 늘어난 신흥국 경제는 이자 부담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 불확실성 커지는 삼성전자
영원한 1위는 없는 것일까? 무적함대처럼 보였던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FT는 글로벌 IT 분석 회사 가트너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 규모에서 애플이 5년 만에 삼성전자를 앞질러 세계 1위를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애플은 프리미엄 제품의 위상을 굳히고, 삼성전자는 중급 제품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며 “중국의 오포·비보에도 쫓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흐름은 새해 들어서도 이어졌다. 시장조사 회사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에도 글로벌 상위 10위 브랜드 판매량에서 애플의 독주가 지속했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위상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의 맹렬한 추격 속에 미국·일본·유럽이 경제·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자체 생산을 강화하고 나서면서다. 특히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TSMC의 질주가 매섭다. 미국의 자국 역내 생산 강화 정책에 따라 TSMC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120억 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 나섰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TSMC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되려고 했던 삼성전자로선 힘겨운 치킨게임에 직면하게 됐다. TSMC는 올해 최대 280억 달러 규모의 설비투자에 나선다. FT의 테크 칼럼니스트 존 손힐은 “반도체는 주권국가라면 백신과 함께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자산이 됐다”며 “이제는 지정학적 우위가 반도체 칩에 좌우되는 시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그래픽=신용호

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그래픽=신용호

 
3. 한국 넘보는 대만 경제의 약진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을 추월하기 직전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대만은 지난 20~30년간 중국 경제에 치이고 일본 대기업의 하청 기지 역할을 하면서 침체를 거듭해왔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03년 한국에 뒤진 이후 계속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2019년, 2020년 2년 연속 성장률이 치솟고 올해도 상승세를 보인다. 블룸버그는 “대만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실적을 거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배경은 복합적이다. 미·중 갈등 이후 미국 편에 서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데다 TSMC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에 힘입어 수출이 호조세를 띠고 실업률도 안정적이다.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도 대만 경제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중소기업을 기반으로 한 산업생태계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제조기술을 떠받치는 것도 대만 경제의 약진을 도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반세기만의 가뭄으로 논이 말라비틀어져도 대만 정부는 논에 물을 끊고 반도체 공장에 먼저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대만의 반도체 집중 전략을 주목했다.  
 
4. 미국 턱밑 추격한 중국 경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70%를 넘어섰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공식 환율(미 달러당 6.98위안) 기준으로 중국의 GDP는 지난해 14조7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GDP의 70.4%에 달한다. 지난해 성장률이 3%에 달한 결과다. 코로나 피해가 컸던 미국은 성장률이 2.3% 감소해 GDP가 20조9349억 달러를 기록하며 중국의 추격을 또다시 허용했다. 
 
이 추세로는 10년 내 미·중 경제 역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 추세 때문인지, 일본조차 미국을 더는 지구촌의 유일한 1강으로 보지 않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팍스 (Pax, 패권국의 주도로 누리는 평화의 시대) 없는 세계’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하면서 이 같은 변화상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미국의 최대 우방인 일본의 유력 언론이 이렇게 보고 있을 만큼 중국의 위력은 막강해지고 있다.
 
이제는 리스크 관리에도 나설 정도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해 1월 28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 블랙스완(돌발 위기)과 회색 코뿔소(알려진 위기) 대비를 주문했다. 민간 부채와 정부 재정 위기 우려가 나오자, 사전에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4일 열린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에서도 중단없는 경제성장과 위기관리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블룸버그는 “서방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끊고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미·중 간 이미 6세대(6G) 이동통신 경쟁도 막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그래픽=신용호

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그래픽=신용호

 
5. ‘반중 테크 전선’ 구축하는 미국  
그야말로 미·중 간에는 ‘테크 워(기술 전쟁)’가 불을 뿜고 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는 최근 2년간 인공지능(AI) 경쟁력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 결과는 충격이다. 중국은 이미 AI 초강국이 됐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을 앞선다고 결론지었다고 FT가 보도했다. 더구나 미국은 대만에 대한 반도체 조달 의존도가 높아 중국이 대만을 흡수하기라도 하면 미국의 첨단기술 경쟁력은 졸지에 중국에 뒤처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 작성에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이 책임자로 참여했다. 브루킹스연구소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견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일본·호주·인도와 함께 중국을 에워싸는 ‘쿼드’ 연합을 꾸리고, 지난 2월에는 ‘반도체·희토류 공급망 정비 100일 대책’에 착수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지금 추세로는 2030년 글로벌 반도체 생산에서 중국이 25%를 차지해 1위가 되고, 미국은 대만·한국·일본에 이어 세계 5위가 된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LG와 SK의 배터리 영업비밀 분쟁에서 합의를 끌어낸 데 이어, 12일 백악관 반도체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뚜렷한 전략적 방향과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미·중 사이에 낀 한국 기업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다.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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