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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서 웹툰 전쟁…유튜브식 네이버, 넷플릭스식 카카오?

중앙일보 2021.04.14 00:03 경제 5면 지면보기
북미서 웹툰 전쟁

북미서 웹툰 전쟁

국내 콘텐트 강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차례로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하며 본격 지식재산권(IP) 전쟁에 나섰다. 글로벌 진출을 염원하던 두 기업이 콘텐트를 앞세워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미디어(E&M) 시장인 미국에서 맞붙는 모양새다.
 

두 회사 웹툰·웹소설 M&A 격돌
전세계 통할 회사 발굴해 서비스
네이버 ‘누구나’, 카카오 ‘기다리면’
이용자 확보 경쟁 더 치열해질듯

무슨 일이야? 

네이버와 카카오가 북미시장에서 검증을 마친 IP 플랫폼을 사들이고 있다. 국내 IP로 글로벌 히트를 친 ‘스위트홈(네이버웹툰·넷플릭스)’, ‘승리호(카카오엔터테인먼트·넷플릭스)’를 넘어 마블이나 트와일라잇처럼 세계 시장에서 통할 ‘글로벌 IP’를 발굴하려는 시도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약 6533억원에 인수했다. 왓패드엔 글로벌 독자 9000만 명, 500만 명의 창작자, 10억편의 작품이 있다. 네이버의 목표는 왓패드에서 ‘똘똘한’ IP를 발굴하고, 영상 자회사 스튜디오N과 시너지 확대다.
 
카카오는 최근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와 웹툰 플랫폼 인수를 추진 중이다. 래디쉬 인수가는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월 사용자가 70만명으로 왓패드에 비해 소규모지만 높은 수익성으로 월 매출 30억원에 달하는 알짜 플랫폼이다. 또 다른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 미디어’ 지분도 40%가량 보유 중이다. 카카오는 또 지난 반 년간 국내외 콘텐트 제공사(CP)에 1000억원 이상 투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웹툰은 한국에서 시작해 해외에서 인증받은 콘텐트다. 일본과 동남아 각국에서 카카오와 네이버의 웹툰 플랫폼이 만화앱 매출 1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 특히 이들 플랫폼이 작심하고 만든 ‘자체 IP’의 수익성이 탁월하다. 카카오재팬(픽코마)의 자체 제작 IP는 전체 유통량의 1%도 안 되지만 이 회사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타파스미디어에 유통되는 카카오 IP도 수익률 면에서 월등하다.
 
이제 목표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이다. 특히 미국은 9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엔터시장이다. 미국서 성공하면 미국 밖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 관계자는 “엔터시장의 모든 네트워킹과 경쟁은 미국에서 이뤄진다”며 “넷플릭스·디즈니 등 IP 영상화를 맡아줄 기업의 본진에서 인정받아야 파급력 있는 제휴를 맺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 플랫폼 인수로, 국내 콘텐트 생태계와의 이종교배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래디쉬 인수를 추진 중인 카카오 관계자는 “영화 ‘미나리’처럼 로컬 문화권과 다른 문화권을 섞는 상상력이 최근 글로벌 대세”라며 “해외 현지 콘텐트를 한국의 제작환경과 잘 섞어 글로벌 IP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꿈, 다른 전략 

두 회사 인수기업의 면면을 보면 전략의 차이가 보인다.
 
왓패드는 웹소설계의 유튜브다. 아마추어 작가가 자유롭게 작품을 올리고, 독자에게 선택을 많이 받으면 히트작이 된다. 대부분 무료 작품이란 점까지, 네이버 도전만화와 비슷하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판을 깔고 소비자 선택을 지켜보는 네이버의 플랫폼 전략과 닮았다. 네이버가 여기에 광고, 미리보기, IP 사업 등 그간 쌓아온 수익화 노하우를 어떻게 이식할지가 관건이다.  
 
반면 래디쉬는 프로페셔널 작가군단이 데이터 기반으로 ‘히트작’만 골라쓴다. 창업 당시부터 카카오의 ‘기다리면 무료’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인기 많은 작품일수록 연재횟수를 빠르게 늘리는 등 ‘미리보기’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코어 팬덤을 구축하는 데 능하다. 자체 IP(오리지널)에 투자하고 콘텐트 값을 받는 넷플릭스와 유사하다.
 

결국은 이용자 확보가 관건 

네이버·카카오 모두 국내 최대 플랫폼사다. 플랫폼에 모여든 창작자와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플랫폼 수익도 늘어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전세계 각국 웹툰·웹소설 이용자의 구미에 맞는 콘텐트를 다양하게 구비할 수 있다면, ‘웹툰계의 넷플릭스’ 혹은 ‘웹툰계의 유튜브’가 되지 말란 법 없다. 더 넓게는, 유튜브처럼 웹툰 소비자를 창작자로 끌어 들여 ‘웹툰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콘텐트와 사용자가 많을수록 플랫폼 이익도 커진다.
 
박정엽 미래에셋 애널리스트는 “콘텐트 공급사(CP)는 히트작 성과에 따라 실적 변동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플랫폼사는 일단 이용자를 확보하면 다양한 콘텐트 풀(pool)을 운영하기 때문에 트래픽과 결제액이 쉽게 줄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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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차곡차곡 상장 준비를 해온 카카오엔터의 꿈도 커졌다. 이진수 대표는 12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쿠팡의 상장은 카카오엔터처럼 글로벌 잠재력을 가진 한국 기업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고평가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1년 뒤 IPO를 준비할 예정인데, 한국 상장에 초점을 맞추곤 있지만 뉴욕증시 상장도 함께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카카오의 디지털 만화 및 영화 제작부문은 현재 몸값의 2배인 20조원까지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도 장담했다. 이를 위해 돈을 풀 계획이다. 올해 카카오엔터는 1조원을 들여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선다.
 
김정민·박민제·심서현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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