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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너마저…역마진 우려에 0%대 정기예금 금리 등장

중앙일보 2021.04.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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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당국의 규제로 대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은행보다 조금 나은 이자라도 받기 위한 자금이 몰려들며 역마진 우려가 커진 탓이다. 6개월 미만 일부 정기예금의 경우 0%대 금리까지 등장했다.
 
1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연 1.66%다. 지난 1월 초(연 1.89%)보다 0.23%포인트 하락했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2월 연 2.05%에서 지난 2월 1.87%까지 떨어졌다.

 
6개월 미만의 일부 정기예금의 경우 0%대 금리까지 등장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일부터 정기예금 상품인 ‘OK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연 1.5%에서 1.4%로 0.1%포인트 낮추며, 만기 3개월 미만의 기본금리를 1.0%에서 0.8%로 인하했다.
 
BNK저축은행도 지난 7일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연 1.8%에서 1.5%로 0.2%포인트 인하하면서 3개월 미만의 기본금리도 1.0%에서 0.8%까지 내렸다. 6개월 만기 상품의 금리도 1.1%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저축은행이 일반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로 낮아진 것은 이례적이다. 3~6개월로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 상품이라도 저축은행에서 0%대의 예금 금리는 흔치 않았다.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하루만 예금을 맡겨도 1%대의 높은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가파르게 늘어난 저축은행 예·적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파르게 늘어난 저축은행 예·적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저축은행이 예금금리를 낮추는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한 대출 증가 폭이 줄면서 예·적금의 비중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열풍 속 대출 수요가 늘자 저축은행은 고금리 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올 12월까지 저축은행에 완화돼 적용되는 예대율(대출 등 여신 잔액을 예·적금 등 수신 잔액으로 나눈 값) 110%를 맞추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대출을 110억원 늘리려면 예금을 100억원 늘려야 하는 식이다. 
 
하지만 가계 빚이 빠르게 늘며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등 가계 빚 관리 대책을 내놓으면서 돈줄을 죄자, 대출 증가 폭보다 예·적금 증가 폭이 더 빨라지게 됐다. 이렇게 되면 은행이 벌어들이는 대출 이자보다 고객에게 지급할 예금 이자가 더 커지는 역마진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게다가 저금리 상황 속 상대적으로 나은 금리를 찾는 자금이 저축은행으로 몰려들며 예·적금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저축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총액은 80조9705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7941억원이 늘어났다. 저축은행의 총 수신액은 지난해 6월 70조원을 돌파한 뒤 7개월 만에 80조원을 넘어섰다. 
 
익명을 요구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중은행의 대출 요건을 맞추지 못하는 이들이 저축은행 대출로 대거 몰리면서 예대율을 맞추기 위한 고금리 예금상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됐지만 업계 예상보다 저축은행으로 예·적금 수요가 빠르게 몰리면서 올해부터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올해 정부의 대출 규제와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등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반 시중은행보다 예금금리가 아직은 높지만, 예대율 등을 고려할 때 예금금리를 단 시간 내에 다시 올리기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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