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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에 "코로나 신뢰" 캐물었던 기자, 로이터 첫 女편집국장

중앙일보 2021.04.13 17:03
로이터통신의 새 편집국장으로 임명된 알레산드라 갈로니. 여성 편집국장은 170년 로이터통신 역사상 처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의 새 편집국장으로 임명된 알레산드라 갈로니. 여성 편집국장은 170년 로이터통신 역사상 처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170년 역사의 언론사 로이터 통신이 13일(현지시간) 첫 여성 편집국장을 임명했다.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은 알레산드라 갈로니(47)다. 그는 전 세계 200여개 국에서 취재하는 약 2500명의 기자들을 이끌 새 수장이 됐다. 
 
뉴욕타임스(NYT)·CNN은 이날 갈로니의 취임 소식을 전하면서 발탁 배경으로 마이클 프리덴버그 로이터 사장의 말을 전했다. “갈로니는 미래의 뉴스 취재 및 전달 방식에 대한 비전이 있었으며, 그 덕에 전 세계 수많은 후보 중에서 차별화됐다”는 말이다.  
 
갈로니는 취임 소감으로 “재능 있고 헌신적인 기자들로 가득한 뉴스룸을 이끌게 돼 영광”이라며 “로이터의 독립적이고도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보도 기준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로마 출신인 알레산드라 갈로니 로이터통신 편집국장은 4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 출신인 알레산드라 갈로니 로이터통신 편집국장은 4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 로이터=연합뉴스

 
갈로니는 이탈리아 로마 출신으로, 4개 국어를 구사한다. ABC에 따르면, 하버드대와 런던정경대(LSE)에서 공부했고, 로이터의 이탈리아 뉴스를 맡으면서 언론계에 들어섰다. 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로 옮겨 13년간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및 로마 등을 누비며 특파원과 에디터로 활동했다. 
 
로이터로 돌아온 건 지난 2013년이다. 남유럽지국 에디터로 합류한 뒤 2년 뒤인 2015년 글로벌 국장으로 선임됐다. 글로벌 국장은 편집국장의 유력 후보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고, 갈로니는 그 테스트를 통과해 국장 자리를 꿰차게 됐다.  
 
알레산드라 갈로니 로이터통신 신임 편집국장이 지난해 2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단독 인터뷰하는 모습.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알레산드라 갈로니 로이터통신 신임 편집국장이 지난해 2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단독 인터뷰하는 모습.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20년 경력 중 주력한 취재 분야는 정치와 경제다. 특히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던 당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한 단독 인터뷰가 세계적 이목을 끌었다. 갈로니는 당시 중국의 외교수장인 왕이 부장에게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갈로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비극을 초래하면서, 중국이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 것 아니냐”고 물었고, 왕이 부장은 “중국은 엄격하고 철저한 방역 조치를 취했고, 이중 상당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사항 이상이다”라며 “중국은 책임 있는 국가로서 처음부터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행동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갈로니는 이 답변에 만족하지 않고 “중국이 처음에는 바이러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해 왕이 부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 인터뷰 등으로 언론인으로서의 기개를 보인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경제 저널리즘 분야의 권위있는 상인 제럴드 롭 재단의 에디터 부문 수상자로 결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나는 기자인 것을 사랑한다"며 "그러나 내가 (출장과 같은) 모험을 떠나는 것을 도와주고, 때론 식사도 차려주고 게다가 (기사의) 숫자도 수정해준 남편 마르코가 없었다면 나는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편과 사이에서 1남1녀를 뒀다. 
 
로이터 첫 여성 편집국장의 어깨는 무겁다. 지난 10년 동안 로이터를 이끈 스테판 J. 애들러 전 편집국장의 뒤를 잇게 된 것이 적잖은 부담이다. 애들러 전 국장의 지휘 아래 로이터는 미국 언론에게 주어지는 상인 퓰리처상을 7번 수상했다. 또 그는 특종 보도를 많이 발굴하고, 데이터·그래픽·인공지능(AI) 팀을 구성하는 등 로이터의 현대화를 위해 노력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런 전임자를 뛰어넘는 업적을 보여야하는 게 갈로니의 과제다. 애들러는 갈로니에 대해 “훌륭한 동료에게 지휘봉을 넘기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WSJ은 갈로니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글로벌 금융정보 업체인 레피니티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레피니티브는 로이터통신의 모회사인 톰슨 로이터에서 재무·리스크관리 부서가 따로 독립돼 설립된 업체다. 레피니티브는 지난해 기준 로이터통신의 매출 6억2800만달러(약 7071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 중 한 곳이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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