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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웨이퍼 흔들면서 "반도체 공격투자…중국 이긴다"

중앙일보 2021.04.13 16:5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정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정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이 21세기에도 세계를 이끌기 위해서는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삼성·TSMC 등 19개 기업 CEO 초청
반도체 공급난 해소, 장단기 안전망 확보 논의
바이든 "中 반도체에 공격적 투자…우리도 그렇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회복 최고경영자(CEO) 회의'에 참석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내 제조업을 부활하고, 핵심 물품의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반도체 칩 부족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시영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마크 리우 회장, 팻 갤싱어 인텔 CEO와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순다르 파차이 알파벳·구글 CEO, 미 항공·방산업체 노스럽 그러먼의 캐시 워든 회장 등 19개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공화 양당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정부의 반도체 지원을 촉구하는 서한을 받았다고 소개한 뒤 이를 인용해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다른 나라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국도 기다릴 이유가 없다"면서 "우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들(중국)과 다른 이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회의 종료 후 발표한 성명에서 "참석자들은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향후 반도체 수요 예측을 개선하는 데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다시는 반도체 공급난을 겪지 않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제조 능력 확대를 장려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달리면서 일부 자동차 공장은 조업을 멈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이를 예측하지 못한 데다 감염 통제 등으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때문이다.
 
GM은 미시간주 공장 조업 중단을 4월 26일까지 연장했고, 테네시주 공장은 이날부터 2주간 문을 닫기로 했다. 포드는 시카고와 미시간 등지 공장을 일주일간 닫는다고 NBC 뉴스는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이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초반에 잠깐 인사말을 하는 형식으로 CEO들과 만났다.
 
바이든은 이 자리를 빌려 지난달 발표한 2조3000억 달러(약 2500조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 '미국 일자리 계획'의 의회 통과를 설득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5분 발언 중 약 3분 30분 초를 인프라 예산안 홍보에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반도체 웨이퍼를 집어 든 뒤 "반도체 칩, 웨이퍼와 배터리, 초고속 데이터 통신망, 이런 것들이 모두 인프라"라며 "과거의 인프라를 수리할 게 아니라 오늘날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바이든이 제시한 인프라 예산안은 전통적 인프라로 여겨지는 도로와 교량 건설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전기차 투자, 노인과 장애인 돌봄 지원까지 아우른다.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비싼 예산안이라는 이유로 아직 공화당 지지는 없지만, 예외적으로 반도체는 "미국 의회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는 이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예산안에서 500억 달러를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 지원에 배정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때 연방 정부 차원에서 비용 일부를 보조해주거나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데 쓰이게 된다.
 
백악관이 이번 회의를 개최한 것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 문제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통해 반도체 기술을 성장시키고, 세계 반도체 대부분이 동아시아에서 제조된다는 점을 놓고 미국이 위기로 느낄 가능성이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 능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7%에서 오늘날 12%로 줄었다"면서 "주로 경쟁국의 정부 보조금 때문에 미국 내 제조 시설을 설립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제부터라도 반도체 공장 유치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5월 TSMC는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세울 의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인텔도 애리조나주에 200억 달러를 들여 2개의 제조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제시한 '미국인 일자리 계획'은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공급망을 확보하고, 과거에 했듯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대해 CEO와 미국 정부 사이에 합의나 결론을 내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회의 시작 전 "어떤 결정이나 발표를 예상하는 회의는 아니다"라며 "단기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이 문제(반도체 공급난)를 어떻게 가장 잘 해결할지를 논의하고 관여하는 것의 일부"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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