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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 아들 '조현화랑' "아트부산서 작품 안 판다"

중앙일보 2021.04.13 13:42
지난해 아트부산의 조현화랑 부스. 전시된 그림들은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완판됐다.[사진 아트부산]

지난해 아트부산의 조현화랑 부스. 전시된 그림들은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완판됐다.[사진 아트부산]

"아트 부산에 참여해 작가들의 작품은 보여주되 작품은 판매하지 않겠다." 
 
오는 5월 개막하는 아트부산에 박형준 부산시장 가족이 운영하는 조현화랑이 참여하는 데 대해 적절성 논란이 일자, 조현화랑 측은 '비매'를 전제로 아트페어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현화랑 설립자인 조현씨의 아들인 최재우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트부산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이미 수개월 전에 한 약속이다. 지금 그 약속을 깨고 화랑의 부스를 비우면 다른 참여 화랑에도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참여는 하겠지만, 작품은 판매하지 않겠다. 이게 최선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부산 국제화랑아트페어에 이어 5월 열리는 아트 부산에서도 '비판매입장'을 선언한 것이다. 사실상 이는 일 년에 한두 번 열리는 제일 큰 시장에서 가게가 문을 열되 상품은 팔지 않는 '기형 참여'인 셈이다. 
 
부산 달맞이 개에 있는 조현화랑 . 조현화랑은 부산을 대표하는 양대 화랑 중 하나다. [사진 아트부산]

부산 달맞이 개에 있는 조현화랑 . 조현화랑은 부산을 대표하는 양대 화랑 중 하나다. [사진 아트부산]

아트부산은 부산에서 열리는 최대의 아트페어로  5월 14일부터 16일까지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열린다. 국내 갤러리 92개, 해외 갤러리 18개가 참여하는 대규모 미술 시장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 페어에 참여하는 조현화랑이 지난 8일 취임한 박형준 부산시장의 아내 조현씨가 설립한 곳이라는 점이다. 현재 조 씨는 이 화랑의 등기 이사로 있으며, 조씨의 아들 최재우 대표가 운영을 맡고 있다. 조현화랑은 공간 화랑과 더불어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화랑으로 꼽힌다. 지난해 열린 아트 부산에서도 조현화랑은 김종학 화백의 그림으로 완판 기록을 낸 바 있다. 
 
한편 변원경 아트부산 대표는 "조현화랑은 30년 동안 부산미술문화를 선도한 대표 갤러리로 아트부산에는 초창기부터 10년 동안 참가해왔다"며 "아트 부산은 조현화랑이 매년 최고의 전시를 보여주셨듯이 올해도 좋은 전시를 보여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트 부산 측은 조현화랑의 아트 부산 참여는 지난해 12월에 확정된 일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열린 아트부산 전시장 전경. [사진 아트부산]

지난해 열린 아트부산 전시장 전경. [사진 아트부산]

 
미술계에서는 "단지 공정성이 우려된다는 것을 이유로 아트페어 참여와 판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부산의 대표 갤러리가 시장 가족이 운영한다는 이유로 아트페어 참여를 못한다면 그것도 매우 적절하지 않다. 판매 여부는 화랑의 자유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많은 사람이 이권 개입 등과 관련한 부적절한 거래, 로비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제 우리 사회는 당연히 이런 문제를 거를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본다. 이제 이런 일은 시민의식과 자정 능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갤러리는 공정하고 떳떳하게 거래하면 된다. 이런 것 가지고 논란으로 삼는 것 자체가 우리 민도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용철 윤 갤러리 대표는 "지금 논란을 보며 아트페어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면서 "전시장에 부스 하나가 비면 다른 화랑에 큰 피해를 주는 거다. 부스를 비우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직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가족의 생업을 막는 일은 문제다. 정당하게 영업하는 것은 막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화랑 관계자는 "아트페어는 결국 미술품을 놓고 현금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 아트페어에 참가는 하되 앞으로 화랑 운영을 놓고 부산시장 가족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놨다.  
 
한편 최재우 조현화랑 대표는 "이렇게 논란이 커지는 것을 보고 불참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화랑 부스의 자리 배치까지 다 된 상태라서 참여와 전시, 미판매 쪽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현화랑 측은 이번 아트페어에서 권대섭·김종학·박서보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은주 문화 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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