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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수표 없어졌다" 80대 노인 신고…폐지 더미에서 발견

중앙일보 2021.04.13 10:13
지난달 31일 대전서부경찰서 내동지구대에 A씨(83)가 황급하게 들어왔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A씨는 “집 안에 있던 거액의 수표가 없어졌다”고 신고했다. 금액은 무려 1억원에 달했다. 수표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A씨는‘지급정지명령’을 신청하기 위해 지구대를 찾았다고 했다.
대전서부경찰서 경찰관들이 주민센터에 설치된 '관할 지역 대형지도판'을 보는 주민들에게 순찰이 필요한 지점을 표시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대전서부경찰서]

대전서부경찰서 경찰관들이 주민센터에 설치된 '관할 지역 대형지도판'을 보는 주민들에게 순찰이 필요한 지점을 표시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대전서부경찰서]

 

신고 접수 후 집안 1시간 샅샅이 수색

신고를 접수한 내동지구대 강태원(46) 경위는 동료 경찰관과 함께 곧바로 A씨가 사는 집으로 출동했다. 고령인 A씨가 수표를 보관한 장소를 잊어버렸을 가능성과 분실과 도난 가능성도 모두 고려했다. A씨가 금융기관(신협)에서 수표를 발행한 건 지난달 6일로 이미 25일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신고 접수한 경찰, 분실·도난 가능성 등 판단 

강 경위는 출동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급했다. 누군가가 수표를 훔쳤다면 가족은 물론 지인까지도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개되기 때문이었다. 마음 한구석엔 “집안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바람도 있었다.
 
A씨는 아내와 사별한 뒤 4층짜리 건물 2층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평소 아들과 딸, 지인들이 A씨의 집을 방문했다고 한다. 집에 도착한 강 경위는 A씨에게 수표를 발행한 뒤 어떻게 보관했는지 등을 자세하게 물었다. 하지만 팔순이 넘은 고령의 A씨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수표를 발행한 금융기관에도 전화를 걸어 당시 상황을 문의했다.
대전서부경찰서는 지난해부터 관할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정한 우범지역과 순찰이 필요한 지역의 순찰을 강화했다. [사진 대전서부경찰서]

대전서부경찰서는 지난해부터 관할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정한 우범지역과 순찰이 필요한 지역의 순찰을 강화했다. [사진 대전서부경찰서]

 
강 경위는 함께 출동한 동료 경찰관과 함께 집 안을 샅샅이 뒤졌다. “5000만원 짜리 수표 두 장을 서류봉투에 담아 보관했다”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각종 서류와 책을 모두 확인했다. 1시간 남짓 집안을 수색하던 강 경위는 재활용을 위해 A4용지 크기로 접어놓은 달력 사이에서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5000만원 짜리 수표 두 장이 담긴 봉투였다.
 

수표 찾은 80대 "감사하다" 지구대 몇번이나 찾아 

수표를 잃어버렸거나 도난당했다고 생각했던 A씨는 강 경위가 건넨 서류봉투를 건네받고는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강 경위와 동료 경찰관에게 “고맙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건넸다. A씨는 인근 금융기관으로 가서 다시 입금한 뒤 몇 번이나 내동지구대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근무 순번 때문에 강 경위를 만나지는 못했다. A씨의 자녀와 수표를 발행한 금융기관에서도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대전서부경찰서는 지난해 5월부터 주민이 순찰을 원하는 장소를 우선적으로 순찰하는 '탄력순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전서부경찰서]

대전서부경찰서는 지난해 5월부터 주민이 순찰을 원하는 장소를 우선적으로 순찰하는 '탄력순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전서부경찰서]

 
강태원 경위는 “내동지구대 관할은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평소에도 분실신고가 많은 곳”이라며 “노인분들은 사건·사고를 접하면 심적 충격이 크기 때문에 먼저 안정을 시킨 뒤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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