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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서로 붙은 두 주택 ‘땅콩주택’…아파트 ‘옥수수 주택’?

중앙일보 2021.04.13 09:00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45)

한 필지에 단독주택 두 집을 나란히 지은 모습이 한 깍지 안에 두 개의 알이 들어있는 땅콩을 연상시킨다는데 착안해 땅콩주택이라 부른다. 어느 건축가의 위트 넘치는 작명이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연립주택을 완두콩 주택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건축형태와 잘 연상이 되어 강의 중에 재미로 소개한 적이 있다. 수강생 한명이 “그러면 아파트는 옥수수 주택이라고 부르면 되겠네요”했다. 과연 타워형 아파트는 그 모습이 세워놓은 옥수수자루를 연상시킨다. 강의할 때 사용하겠다고 하고 그 명칭 저작권을 그분으로부터 양도받았다.
 
타워형 아파트는 그 모습이 세워놓은 옥수수 자루를 연상시킨다. [사진 pixabay]

타워형 아파트는 그 모습이 세워놓은 옥수수 자루를 연상시킨다. [사진 pixabay]

 
이렇듯 주택을 지칭하는 용어가 다양해졌다. 건축법에 들어있거나 공기업에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주택의 명칭을 보면 단독주택, 다중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도시형 생활주택, 연립주택, 준주택, 사회주택, 청년 주택, 노인 복지주택, 국민주택, 민영주택, 조합주택, 공공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 영구임대주택, 행복주택, 희망하우징, 국민임대주택, 장기 전세 주택, 장기 안심 주택, 주거형 오피스텔 등 수많은 명칭이 있다.
 
게다가 고시원, 원룸형 주택, 타운 하우스, 땅콩주택, 풀 빌라, 협소 주택, 농막, 전원주택, 상가주택, 공동체 주택, 주상복합, 아파텔, 코리빙, 셰어하우스처럼 사업자나 건축가들이 만든 용어도 많다. 이렇게 다양한 용어로 불리는 주택은 나름대로 다 법적인 기준이나 임대, 분양조건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공부해야 한다. 그야말로 일반인은 용어부터 헷갈려서 접근하기 어렵다.
 
건축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이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듯하다. 아직 많이 남아있기는 해도 건축현장에서 일본어 용어가 사라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발음도 한국식으로 변형돼 일본 사람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을 사용했다. 건축현장에서만 통용되는 한국화한 일본 건설현장 용어들이다. 아직도 나이 많은 현장 관계자들은 일본어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어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을 부단히 한 결과 현장에서 일본어 용어는 많이 사라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건축현장에서 영어로 된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건축현장에서 통용되는 용어도 그렇고 건축 자재의 명칭이나 그 자재를 생산하는 기업의 명칭도 영어로 짓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입 자재는 그렇다 치고라도 국내 개발제품도 대부분 영어 명칭이다. 게다가 동일한 성분의 제품인데도 생산업체마다 특별한 영어 이름을 만들어 사용하니 명칭만 듣고는 무슨 제품인지 알 수가 없다. 자연히 건축설계 도면에 표기하는 재료의 명칭도 영어로 돼 있다.
 
도면에 표기된 동일 명칭의 재료라 하더라도 생산업체에 따라 품질이나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생산업체마다 자기네 제품의 장점만을 부각하니 건축 전문가도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게다가 많은 재료가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어 수입이 되는지 그 출처도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외형은 별 차이 없는 것 같으나 그 성분이나 제조 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성능이 떨어지고 변색, 변형이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제부턴가 건축현장에서 영어로 된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과거 일본어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 듯 무분별한 영어 용어 사용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진 pixabay]

언제부턴가 건축현장에서 영어로 된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과거 일본어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 듯 무분별한 영어 용어 사용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진 pixabay]

 
민간기업이나 제품의 명칭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기업체 명칭도 영어 약자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합쳤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라고 하면 될 것을 LH라고 한다.
 
홈페이지 첫 장에 ‘국민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어놓고 ‘LH행복주택’, ‘LH공공전세주택’, ‘LH일자리정보’처럼 모든 카테고리 제목에 ‘LH’를 사용하고 있다. 작금의 LH사태를 두고 각종 패러디와 풍자만화에 LH가 등장한다. 그중에 영어를 모르는 할아버지가 ‘LH토지 주택공사’를 ‘내토지 주택공사’로 읽는다는 만화는 현 LH사태를 풍자하는 압권이다. 이렇듯 국가기관이나 공기업 명칭을 너도나도 영어 약자로 표기하니 일반인에겐 친근하지도 않고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헷갈린다.
 
과거 건설현장의 일본어 용어 사용은 일본 식민지의 잔재라고 이해된다. 작금의 통제 불능의 영어 용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제화의 바람이라고 할까 아니면 유행이라고 할까. 아마도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학계나 기업체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퍼트린 탓도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영어권 문화 식민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일본어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이 결실을 보았듯 무분별한 영어 용어 사용도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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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수필가 필진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집, 투자와 과시의 대상으로의 집에서 벗어나 집은 살아가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축가이자 수필가인 필자를 통해 집의 본질에 대해,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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