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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세훈식 거리두기, 타당성 있지만 신중히 접근해야

중앙일보 2021.04.13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다중이용시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서울형 상생 방역' 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다중이용시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서울형 상생 방역' 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 변경을 주장했다. 업종별로 영업 제한 기준에 차등을 두고,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하자는 게 핵심이다. 오 시장은 자영업자의 민생을 고려한다는 뜻에서 이에 ‘상생 방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 시장 제안에 타당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방역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자영업 안타깝지만 기준 완화는 위험
자가검사키트 활용 적극 검토해 볼 만

오후 10시에 식당·노래방·주점 등이 일제히 문을 닫게 하는 현재의 영업 제한 방식이 최선의 대응인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식당들에 비해 노래방·당구장·주점 등의 영업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이 자영업자들에게 배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가 그동안 긴급지원금을 몇 차례 지급했지만 임대료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 정부가 백신 확보에도 실패해 이 어둠의 터널에서 언제 벗어날지 모른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계속 강요하기 힘든 국면이다.
 
오 시장이 말한 자가검사키트 이용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오 시장은 노래방 손님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이미 학계와 의료계에서는 지난해 가을부터 이 키트 활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몇몇 업체가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승인이 나지 않아 국내에서는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검사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활용을 꺼리지만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등은 정확성이 꽤 올라갔고, 이 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정식 코로나 검사(PCR)를 받으면 되기 때문에 방역에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키트가 민간에 보급되면 감염 여부 확인이 빨라진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보조적 검사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키트의 진단 정확성 확인이 우선 필요하다.
 
주점 영업시간이 길어지면 사람들의 접촉이 늘어난다. 하루 확진자가 600명을 넘는 상황이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위험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이대로 자영업자들의 비명을 외면하기도 힘들다. 정부와 서울시가 전문가들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과학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바란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는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오 시장이 성급한 태도를 보이면 인기 영합적으로 비칠 수 있다. 정부 역시 야당 시장의 제안이라고 해서 깔아뭉개기에 급급하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방역과 자영업자들의 생존, 두 가지 모두 절박한 과제다. 그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현명한 해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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