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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백신접종 세계 3위 비결 ‘용왕님’

중앙일보 2021.04.13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지난달 27일 부탄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벽에 걸린 초상화 속 인물은 발빠른 백신 리더십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 국왕. [AFP=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부탄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벽에 걸린 초상화 속 인물은 발빠른 백신 리더십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 국왕.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세이셸군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률 3위 국가는 부탄이다. 비결은 용왕(龍王) 리더십. 부탄의 국왕을 일컫는 용어는 드룩잘포(DrukGyalpo), 영어로는 드래곤 킹(the Dragon King), 즉 용왕이다.
 

인구 78만 소국 젊은왕 리더십 화제
인도·중국 외교경쟁 활용, 무상확보
점성술사 “별점 안 좋다” 가로막자
1200곳 접종소 준비, 기다렸다 접종
의사 출신 총리에 안내·실행 맡겨

부탄의 존경 받는 41세 젊은 군주인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가 빠른 접종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은 지난 9일 “접종 속도로만 본다면 부탄이 (세계 1위인) 이스라엘보다 빠르다”고 보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사에서 “부탄의 일명 ‘용왕’ 등 정치 지도자들의 기민한 대처 덕분”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부탄 역시 코로나19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인구 77만9000여 명의 소국인 부탄은 강대국의 백신 외교를 활용해 백신을 확보했다.
 
부탄은 중국과 인도 사이에 낀 나라다. 영국령이었다가 영국이 인도에서 철수한 뒤 인도와 조약을 체결해 독립한 게 1949년이다.
 
중국과 인도는 으르렁대는 사이다. 지난해 발생한 유혈 국경 분쟁에서 양측은 각각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후 인도에서 중국 불매 운동이 벌어졌고 올해 들어서는 양국 간 백신 외교 경쟁이 붙었다.
 
인도가 먼저 물량 확보에 성공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변국에 지원하면서 환심을 사자 중국도 따라잡기에 나선 것. 부탄 국왕은 이 점에 착안해 인도의 백신을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전 국민을 접종하고도 남는 80만 도스다. 어부지리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강대국 사이에 낀 소국엔 외교로 거둔 소중한 열매인 셈이다.
 
2011년 10월 부탄 왕추크 국왕은 열한살 어린 제선 페마 왕비와 결혼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1년 10월 부탄 왕추크 국왕은 열한살 어린 제선 페마 왕비와 결혼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부탄의 국왕은 백신 확보에 만족하지 않고 신속한 접종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정부에 자문하는 점성술사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점성술사들은 “별의 움직임이 좋지 않다”며 “원숭이해에 태어난 이들만 먼저 접종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국왕은 그사이 ‘평화의 수호자들’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커버하는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백신 접종 지원단을 꾸렸다. 점성술사들의 오케이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전국적 접종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원단은 전국에 백신 접종 스테이션을 설치해 누구든 언제든 와서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했다. 면적이 약 3만㎢로, 한국(10만188㎢)의 약 3분의 1 크기이지만, 1200개가 넘는 백신 접종 스테이션을 촘촘히 세운 것이다.
 
젊은 국왕의 든든한 오른팔은 총리인 로테이 체링이었다. 총리 그 자신이 심장 전문의 출신으로, 백신 접종 안내와 실행을 도맡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총리의 페이스북은 대부분 백신 접종 안내문으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부탄의 용왕은 지극한 아내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부탄은 일부다처를 허용하지만 그는 “나는 부인만 바라보며 일부일처로 살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아내는 평민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부탄 왕족과 교류가 있을 정도로 인맥이 좋았다. 부탄 국왕이 부인을 처음 만난 것도 가족 간 소풍이었다고 한다.
 
당시 18세였던 국왕은 7세 여자아이였던 제선 페마를 보고 한눈에 반해 “너와 결혼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는 얘기가 소문으로 돌았다. 부인 역시 영국에서 유학했다. 둘은 2011년 결혼식을 올렸고,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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