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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한국 지켰다" 칠곡군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추모

중앙일보 2021.04.12 10:10
경북 칠곡군에 걸린 추모 현수막. [사진 칠곡군]

경북 칠곡군에 걸린 추모 현수막. [사진 칠곡군]

에티오피아 6·25 참전용사인 멜레세 테세마(Melese Tessema·91) 한국전참전용사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하자, 경북 칠곡군을 중심으로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칠곡군과 인연이 있는 가수 소향 등 셀럽(유명인)들도 추모 물결에 동참했다.
 

멜레세 참전용사 회장 코로나로 사망

12일 칠곡군에 따르면 주민들은 6·25 전쟁 당시 목숨을 걸고 한국을 지켜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명복을 빌며 영어·한글로 '에티오피아 6·25 참전용사. 고 멜레세 테세마 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쓴 추모 현수막을 읍내 곳곳에 내걸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추도사를 현지에 보냈다. 추도사는 지난 10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한국 유학생 출신 현지인이 공용어인 암하라어로 낭독했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얼굴에 천을 두르고 있는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모습. [사진 칠곡군]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얼굴에 천을 두르고 있는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모습. [사진 칠곡군]

 
추모 물결에 가수 소향, 방송인 출신 정재환 성균관대 교수, '장구의 신' 가수 박서진, 개그맨 정태호·이현정 등 칠곡군과 인연이 있는 셀럽들도 함께했다.
 
사망 소식을 접한 가수 소향은 '70년 전 대한민국을 지켜주신 멜레세 회장님을 추모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방송인 출신 정재환 성균관대 교수는 '멜레세 회장님의 서거를 추모하며 대한민국을 위한 숭고한 희생정신을 길이 새기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냈다. 
 
'장구의 신' 가수 박서진씨는 '70년 전 일면식도 없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신 멜레세 회장님을 추모하며 명복을 기원합니다.'라고 전했다. 셀럽들의 메시지는 칠곡군이 모아 현지에 직접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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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최대 격전지인 다부동 등이 있는 칠곡군은 '호국의 고장'을 자처한다. 이 때문에 칠곡군의 에티오피아 6·25 참전용사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지난해 6월 "70년 만에 은혜를 갚으러 왔다"며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주한에티오피아 대사관을 찾았다. 그의 손에는 주민 기부로 하나하나 모은 마스크 3만장이 들려 있었다. 칠곡군 직원들이 손 소독제 250병 등 방역 물품과 손편지 700여 통을 들고 백 군수를 따랐다.
 에티오피아 생존 참전용사가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지원해준 대한민국에 감사함을 한글 손편지로 전했다. [사진 경북 칠곡군]

에티오피아 생존 참전용사가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지원해준 대한민국에 감사함을 한글 손편지로 전했다. [사진 경북 칠곡군]

 
이날 기부는 70년 전 에티오피아 6·25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에티오피아는 코로나19 감염이 이어졌지만, 마스크를 충분히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수건이나 헝겊 등으로 마스크를 대신하는 에티오피아 6·25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6·25 참전용사와 유가족은 에티오피아 외곽에 위치한 '코리안빌리지'에 주로 모여 살고 있다.
 
칠곡군은 이후에도 마스크 기부 캠페인인 ‘6037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에는 셀럽들까지 동참하면서 전국적인 기부로 이어졌다. 6037은 에티오피아의 6·25 참전용사 수다. 이 캠페인으로 마스크 10만장 이상을 모아 전했다. 6·25 전쟁에는 에티오피아 청년 6037명이 참전해 253번의 전투를 치렀다고 한다.  
 
고 멜레세 회장은 1951년 소위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대령으로 예편했다. 이후 한국과 에티오피아 간 동맹 강화, 참전용사 복지향상 등에 기여했다. 
 
지난해 10월엔 '삐뚤빼뚤'한 한글 손편지로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을 보내 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해 화제가 됐었다.  
 
칠곡=김윤호 기자
youknow@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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