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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공시가격 산정 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중앙일보 2021.04.12 00:36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주택 공시가격 제도가 2005년 도입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현 정부 들어 4번째 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된 이후 전국적으로 접수된 이의 제기가 이전 정부의 150배를 초과할 전망이다. 반복된 주택정책 실패의 부작용이 국민에게 떠넘겨진 데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여야 후보가 한목소리로 공시가격 동결이나 인상률 10% 제한을 공약하기까지 했다. 이 제도에 정치적 사망 선고가 내려진 것과 다름없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제도 보완 약속과 지난해 말 중장기 현실화 로드맵 발표의 결과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역효과만 가져온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신속한 방향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격 산정 방법과 과정, 책임 주체, 용도별 활용 방식을 포함한 공시가격 제도 전반에 대해 근본적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일방적 공시가 통보에 국민 분노
공시가 예측 가능성 확보가 관건

무엇보다 국민 신뢰 회복이 핵심이다. 불신이 극에 다다른 제도를 살리는 유일한 길은 가격 산정의 전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있다. 산정의 구체적 기준과 적용 방법을 모두 밝혀야 한다. 이를 단순히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 정도로 해석해선 안 된다. 현재 정부의 공시가격 발표는 국민에게 보유세 과표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59조에서 과세 요건은 국민의 대표가 정한 법률에 따라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표방한다. 모든 납세자는 자신의 세금이 어떠한 기준과 과정을 거쳐 구체적으로 결정되는지 알아야 할 당연한 권리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매해 보유세 부담 변동을 좌우하는 공시가격 결정 과정이 국민에게 블랙박스로 남아있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국민의 조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변화에 따라 실거래가가 요동치는 시기에 납세자가 자신의 보유세 부담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일방적으로 공시가격을 통고받고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현실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이 중대한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공시가격 제도 운용의 실패를 바로잡는 첩경이다.
 
가격 산정과 관련하여 다양하게 제기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토론 속에서 공개적인 방식에 따라 적절히 여과하고 제도에 반영하면 된다. 우선, 정치적 고려 때문에 공시가격이 산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의 법적 주체인 국토부는 산하의 공적 전문기관인 부동산원(과거 감정평가원)이 공시가격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산정하도록 독립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제도 운용의 한 축을 구성하는 한국감정협회가 부동산원과 함께 시너지를 내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둘째, 공시가격 산정과 활용을 이원화하여 운영하는 지혜도 요구된다. 공시가격 산정은 객관적인 시장 가격 수준으로 결정하되, 이것의 실제 활용은 용도별로 차별화해야 한다. 보유세 과세의 경우, 시장 가격에 준하는 공시가격에 80% 정도의 조세반영지수를 적용하여 과표를 결정하는 게 적절하다. 부동산 가격 급변 시기에 과표가 시장 가격을 초과하지 않도록 방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산세 과세권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반영지수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사회보험료 산정 용도에서는 사회복지 확대라는 취지에 맞게 80%보다 낮은 보험료 산정지수가 이용될 수 있다.
 
보상가 산정이나 그 밖의 용도에선 나름의 공시가격 반영지수를 담당 부처가 정책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공개적 방식으로 합리적 제도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세부 내용이 채워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공시가격의 예측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확보되면 제도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높아지고 신뢰도 차츰 형성될 수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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