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전 봉합한 K-배터리…중국에 뺏긴 시장탈환 시동

중앙일보 2021.04.12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설립 중인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공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설립 중인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공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그동안 한국·중국·일본 업체들은 2023년 1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여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분쟁에 매달려 있는 사이 중국 CATL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앞서가는 모습이었다. LG와 SK의 이번 합의로 한·중·일 업체 간 각축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중국업체 점유율 대폭 확대
한국 파우치형 대신 중국 각형 부상
얇게 펴는 블레이드형도 앞서나가

LG, 테슬라 차세대 배터리 4680 수주
SK 니켈 기술 선두 “주도권 찾을 것”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9.2%였다. 지난해(23.5%)보다 시장 점유율이 축소했다. 대신 중국 CATL의 지난 1~2월 점유율은 31.7%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은 글로벌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1~2월에는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중국의 BYD·CALB·궈쉬안 등도 지난 1~2월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SDI는 6위, SK이노베이션은 7위에 머물렀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LG·SK의 분쟁을 겪으며 ‘K(한국형)-배터리’는 시간을 허비했다”며 “그동안 중국은 ‘셀투팩’(CTP, 모듈을 생략한 배터리팩 시스템), ‘셀투카’(CTC, 팩 과정을 생략한 배터리 시스템) 등 기술 혁신을 이뤘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기공식을 하는 모습.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기공식을 하는 모습. [사진 SK이노베이션]

중국의 CTP·CTC 등은 에너지 밀도를 대폭 개선한 각형(각진 모양) 배터리다. 반면 LG와 SK는 파우치형 배터리에 주력해왔다. 최근 세계적 추세는 각형으로 기울고 있다. 각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게 전기차 외관을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파워데이’라는 행사에서 ‘셀투카’ 전략을 발표했다. 폴크스바겐은 CATL의 각형 배터리를 채택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중국 BYD는 배터리 팩을 얇은 칼날처럼 펼칠 수 있는 블레이드 배터리에서 앞서가고 있다. 블레이드 배터리를 전기차 밑바닥에 깔면 차량 내부 공간을 넓게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새로운 배터리 기술로 주목한다. 일본의 도요타와 파나소닉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배터리의 화재 위험은 줄이고 용량을 늘려 더 먼 거리를 달리기 위해서다.
 
2020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0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파우치형 배터리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LG는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웠다. SK는 포드·폴크스바겐 전기차에 공급할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건설 중이다.
 
박 교수는 “양사(LG와 SK) 합의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파우치 배터리의 앞날에 놓인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합의를 특히 파우치형 배터리의 공통 기술에 관한 협업 등 공생 관계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테슬라의 차세대 배터리 ‘4680’을 수주해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원통형인 4680(지름 21㎜, 높이 70㎜)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우수하고 생산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라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LG는 4680 배터리의 개발과 양산을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쏟아붓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고밀도 니켈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니켈의 비율은 90%, 코발트와 망간의 비율은 각각 5%를 적용한다. 에너지 밀도와 가격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도요타도 2025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선언했지만 우리 업체의 기술 개발 속도가 더 빠르다. (한국 업체가)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