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통] 집에서 와인 한잔…'소비 보릿고개' 지난해, 술 역대급 팔렸다

중앙일보 2021.04.11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씀씀이를 줄인 가운데서도 술 소비는 늘었다. 
 
지난해 가구당 소비 지출은 2019년 대비 2.3% 줄었다. 세부적으로 식료품과 주거비를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소비가 줄었다. 전체 지출에서 식료품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지수와 주거비용 비중인 슈바베 계수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꼭 써야 할 데를 빼곤 씀씀이 대부분을 줄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소비 보릿고개' 속에서도 전년 대비 지출 증가가 눈에 띄는 게 있다. 바로 술과 담배 같은 기호품 소비다. 9일 통계청 '2020년 지출부문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전체 주류·담배 소비는 전년과 비교해 4.8% 증가했다. 이중 담배(-0.7%) 지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주류(13.7%) 구매액은 급증했다.
지난해 주류·담배 및 외식 지출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주류·담배 및 외식 지출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년 대비 주류 구매가 두 자릿수 급증한 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규모 면에서도 역대 최고다. 주류 지출이 늘어난 것은 집에서 술을 먹는 이른바 '홈술족'이 많아져서다. 원래 주점에서 술을 마시면 통계상 ‘외식 및 주점 지출’로 잡힌다. 슈퍼나 마트에서 술을 직접 사는 경우만 주류 지출로 집계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주류 소비 증가는 실제 술을 먹는 양이 더 늘었다기보다, 주점 등에서 쓴 술 소비를 직접 사는 수요로 대체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및 주점 등 식사비 지출(-7.4%)은 전년 대비 큰 폭 감소했다.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 과장은 “밖에서 술을 먹을 수 없다 보니 집에서 술을 먹는 사람이 늘어 주류 지출도 증가했다”며 “다만 밖에서 먹는 술까지 포함한 전체 주류 소비가 늘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득 상위 20%·50대 소비 많이 늘었다

지난해 소득별 주류·담배 지출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소득별 주류·담배 지출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밖에서 마실 술을 집에서 먹었다고 해도 경기 침체 속에서 술 소비를 줄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술 사랑’이 여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애주 문화도 소득·연령별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소득별로 보면 상위 20%인 5분위 가구에서 주류·담배 지출(16.4%)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었다. 5분위 가구는 코로나19에도 전체 소득 감소 폭(-0.3%)이 미미했다. 술 지출을 늘릴 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소득 계층보다 와인과 위스키 등 비싼 주류를 더 구매하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주류·담배 지출이 소득 하위 20%인 1분위(6.5%)와 하위 40%인 2분위(7.1%) 가구에서도 평균 이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1분위 가구보다 소비 여력이 더 좋은 3분위(-1.3)·4분위(-2.4%)에서는 주류·담배 지출이 전년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전 연령에서 주류·담배 지출이 늘었다. 하지만 39세 이하 젊은 층의 주류·담배 지출 증가 폭(2.9%)이 가장 낮았다. 반면 50대에서는 전년 대비 주류 지출 폭(9.8%)이 커 대조를 이뤘다. 
 

홈술족 증가에 위스키 지고, 와인 뜨고

지난해 위스키·와인 수입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위스키·와인 수입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홈술족은 늘었지만, 주종에 따른 차이는 있다. 지난해는 주류 지출은 집에서 먹기 편한 맥주와 소주 중심으로 늘었다. 하지만 주로 주점에서 먹는 위스키는 부진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1억3246만3000달러(약 1478억원)로 2019년보다 13.9% 급감했다. 경기 불황에 비싼 가격도 부담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비슷한 고급 주종인 와인은 지난해 3억3002만 달러(약 3702억1643만6000원) 수입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소 비싼 가격에도 집에서 우아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명절 선물 판매용으로도 많이 팔렸다. 
.

.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