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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청국장보다 더 심한 악취…세계의 발효식품들

중앙일보 2021.04.10 12:00

[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44) 

흔히 외국인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마늘 냄새, 김치 냄새가 난다고 한다. 각 나라의 음식문화에 따라 주로 먹는 식재료의 냄새가 알게 모르게 몸에 배는 모양이다. 청국장이나 김치를 처음 먹을 때는 냄새도 지독하고 비주얼도 그다지 먹음직스럽지 못해 선뜻 먹기가 힘들다. 하지만 청국장의 고린내가 구수하게 느껴지고 김치의 마늘 냄새가 개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서 중독된 듯이 발효식품에 빠진다.
 
세계 각국은 어떤 발효식품을 먹고 있을까? 치즈나 요구르트와 같이 우유의 발효식품을 즐기고, 콩류를 발효시켜 간장이나 낫또를 만들어 먹거나, 곡류나 과일을 발효시켜 술이나 식초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냄새가 심한 세계의 발효식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아이슬란드 하우카르틀(Hákarl)

하우카르틀. [사진 Chris73 on Wikimedia Commons]

하우카르틀. [사진 Chris73 on Wikimedia Commons]

 
아이슬란드의 그린란드 상어나 잠꾸러기 상어를 염장해 5달 정도 건조, 발효시켜 만든 전통음식이다. 하우카르틀에 사용되는 그린란드 상어는 북극의 심해(약 600m)에 서식하며 수명이 200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란드 상어, 잠꾸러기 상어에 다량 포함되어 있는 암모니아 성분을 제거하지 않은 채로 발효시키기 때문에 냄새가 지독하다. 특히 발효 과정 중에 상어의 체내와 혈액에 함유된 산화트리메틸아민(trimethylamine oxide)이라는 독성을 없애기 위해 4∼5개월간 발효시킨 뒤 건조 과정을 거쳐서 만든다.
 
하우카르틀은 우선 땅에 상어를 6∼12주 정도 묻어두는 1차 발효 과정으로 시작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어 체내의 독성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 기간이 지난후 땅에 묻었던 상어를 꺼낸 뒤 실온에 매단 채 4∼5개월간 건조해 만든다. 아이슬란드에는 소매상에서 소포장돼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식재료이다. 우리나라에서 젓갈을 먹듯이 아이슬란드에서는 상어절임식품인 하우카르틀을 즐겨 먹고 있다.
 

일본의 나레즈시(Naresushi)

나레즈시. [사진 おむこさん志望 on Wikimedia Commons]

나레즈시. [사진 おむこさん志望 on Wikimedia Commons]

 
일본에서는 소금을 뿌린 생선과 쌀밥을 버무려 자연 발효시킨 나레즈시를 즐겨 먹고 있다. 생선의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에 절여 쌀밥과 함께 버무리고 대나무 잎에 말고 돌로 눌러서 수개월간 발효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일본에서 최초의 초밥 형태라고는 하지만 냄새가 지독해 일본 사람조차도 먹기가 힘든 음식이라고 한다. 방어초밥, 고등어 초밥, 도루묵 초밥 등이 대표적인 나레즈시이다.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Surströmming)

수르스트뢰밍. [사진 Lapplaender on Wikimedia Commons]

수르스트뢰밍. [사진 Lapplaender on Wikimedia Commons]

 
스웨덴 발트해의 청어를 발효시켜 만든 북부 스웨덴의 진미로 유명한 발효음식이다. 봄에 잡힌 막 산란기에 접어든 청어를 두 달 정도 발효시킨 후 통조림으로 가공한다. 이때 통조림을 살균하지 않기 때문에 통조림으로 가공한 후에도 발효가 지속되어 캔 내부에 상당한 압력의 가스가 차 있어 통조림이 팽창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캔을 딸 때 내용물이 가스 때문에 폭발하듯이 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수르스트뢰밍은 물속에서 캔을 따는 것이 권장된다.
 
냄새가 너무 심해 스웨덴 사람도 주로 야외에서 먹고 있으며, 비행기 기내 반입이 금지된 세계에서 가장 악취가 심한 음식이다. 냄새가 심하지만 의외로 맛은 달콤하고 짭조롬 한 것이 잘 숙성된 치즈 맛 같다. 주로 얇은 빵 위에 양파와 삶은 감자 등과 함께 얹어 먹는다. 강한 독주인 슈냅스나 차가운 우유, 맥주 한잔과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태국 베트남의 남플라(Nam Pla)

남플라. [사진 Pavel on flickr]

남플라. [사진 Pavel on flickr]

 
우리나라 젓갈처럼 태국과 베트남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소스다. 엔초비나 고등어과의 생선에 소금을 넣어 발효시킨 액젓으로 베트남 쌀국수나 태국의 볶음밥류에 곁들여 먹으면 그 감칠맛이 일품이다. 액젓이다 보니 비린내가 나서 처음에는 꺼리는 사람이 많지만 매운맛과 신맛, 짠맛 등의 자극적인 맛이 매력적인 태국 요리와 베트남 요리에 빠져서는 안 될 매력적인 소스이다.
 

인도네시아의 템페(Tempeh)

템페. [사진 Christian Franke on Wikimedia Commons]

템페. [사진 Christian Franke on Wikimedia Commons]

 
콩을 삶아 바나나 잎에 싸서 발효시킨 네모난 모양의 템페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콩 발효식품이다. 빽빽한 곰팡이에 덮여 있어 마치 얇은 까망베르 치즈와 같은 템페는 거미줄곰팡이에 의해 발효된 식품이다. 외관상으로는 두부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발효음식이라는 점에서는 청국장과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두부보다 단단한 템페는 밀도가 높고 덩어리진 질감으로 약간 짜릿한 견과 향이 난다. 템페는 수프, 스티어프라이, 브레이즈, 샐러드에 넣어 먹거나 샌드위치 속에 햄이나 치즈 대신 넣어 먹기도 한다. 보통은 양념에 재워 스테이크나 햄버거처럼 석쇠에 구워 먹기도 하고 기름에 튀겨 겉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크리미하게 만들어 즐겨 먹는다.
 
김치나 젓갈뿐 아니라 청국장, 된장, 고추장 등 우리나라의 발효식품만큼 다양하지 못하지만 세계 각국에서도 발효식품을 즐겨 먹고 있는데 이런 발효식품은 특유의 향이 있어서 익숙하지 않으면 처음에 먹기가 힘들다. 하지만 발효과정을 거쳐 우리 몸에 유익한 균들이 형성되고 오랜 기간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중독이 되어 없어서는 안 될 그 나라의 독특한 식문화를 형성하게 되고 급기야는 각 나라 사람 특유의 냄새를 형성하게 된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꼭 한번은 각 나라의 발효식품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 냄새는 지독해도 오래도록 몸에 밴 냄새처럼 오랜 기간 형성되어 온 각 나라의 음식문화를 체험해 보기에 가장 좋은 음식인 것 같다.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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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 전지영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필진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 모두 꿈꾸는 세계여행.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음식이다. 전 세계의 음식을 통해 지구촌 생활상을 엿보고자 한다. 우리 생활 전반에 찾아온 수입식품과 세계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더해 맛으로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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