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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섬' 서산 웅도, 만만히 보면 안 되는 섬

중앙일보 2021.04.10 09:00
'신비한 바닷길'이 열리는 충남 서산의 웅도. 바다가 갈리는 자연 현상이 신기하지만, 안전 사고 위험도 있는 섬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신비한 바닷길'이 열리는 충남 서산의 웅도. 바다가 갈리는 자연 현상이 신기하지만, 안전 사고 위험도 있는 섬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서해에는 ‘신비의 바닷길’ 수식어가 붙는 섬이 많다. 충남 서산시 대산면에 속한 ‘웅도’도 그중 하나다. 휴가철 가보고 싶은 섬(행정안전부·한국관광공사 2016, 2017년), 비대면 관광지 100선(한국관광공사 2020년)으로도 뽑힌 가보고 싶은 섬이다. 하나 웅도는 위험한 섬이기도 하다. 차가 종종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물때 알림판 없어 

충남 서산 가로림만에 떠 있는 작은 섬 웅도는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 물때를 잘 맞춰서 가야 200m 길이의 잠수교를 건너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최승표 기자

충남 서산 가로림만에 떠 있는 작은 섬 웅도는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 물때를 잘 맞춰서 가야 200m 길이의 잠수교를 건너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최승표 기자

“아침 8시 반쯤 오시면 열려 있을 거예유.”
지난 1일 웅도리 김봉곤(65) 이장의 말을 듣고 시간을 맞춰 웅도를 찾아갔다. 한데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다리 난간만 보였다.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아직 안 열렸슈? 30분만 기다려봐유.”
 
다리 앞에서 다른 차들과 함께 바닷길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리고 30분 뒤 거짓말처럼 물이 갈라졌다. 웅도는 하루 두 번 간조 앞뒤로 바닷길이 열린다. 이때만 200m 길이의 잠수교를 이용해 섬을 드나들 수 있다. 
 
섬 마을회관에서 김 이장을 만났다. 섬 생활이 불편하지 않은지부터 물었더니 익숙하단다. 다만 섬 방문객이 물때를 못 맞춰 종종 사고가 일어난다며 사진 한장을 보여줬다. 불과 한달여 전에도 차량 침수 사고가 일어났었단다.
 
“차가 물에 잠기는 사고가 잊을 만하면 일어나유. 갯벌에 차 세워두고 정신 없이 놀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니께유.”
 
섬 방문객은 잠수교 앞에 물때를 알려주는 알림판이나 자동차 차단기가 없다는 점에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물살이 가장 빠른 ‘사리’ 때는 삽시간에 물이 차오르는 터라 더 조심해야 한다. 2025년이면 웅도에도 연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다리가 놓이고 나면 편하고 안전하게 웅도를 여행할 수 있을 테다. 
 

아름다운 섬 

웅도는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비대면 관광지'다. 갯벌 체험이 인기였지만 코로나 탓에 현재는 중단 상태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웅도는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비대면 관광지'다. 갯벌 체험이 인기였지만 코로나 탓에 현재는 중단 상태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웅도가 유명해진 건 신비의 바닷길 때문이지만, 갯벌 체험도 인기가 높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잠정 중단 상태다. 섬 자체도 다녀볼 만하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섬 면적은 1.68㎢, 해안선 길이는 5㎞다. 낮은 구릉 사이로 숲길이 나 있고 최근에 해안을 따라 설치한 데크 로드도 있다. 인구는 120명. 민박, 펜션은 있지만, 슈퍼마켓과 식당은 없다.  
웅도에는 수령 400년에 달하는 신비한 소나무가 있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한 형상이다. 최승표 기자

웅도에는 수령 400년에 달하는 신비한 소나무가 있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한 형상이다. 최승표 기자

아담한 마을 교회, 화단에 수선화 만개한 시골집, 길섶에 핀 동백꽃 같은 풍경만으로 정겨웠다. 김 이장이 꼭 보라고 한 건 수령 400년에 달하는 소나무였다. 숲 안에 사는 소나무는 기대 이상으로 신비했다. 한 뿌리에서 보리수처럼 수십 가닥 줄기가 뻗어 나간 모습이 살아 있는 나무 정령 같았다. 이렇게 신비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 보호수로 지정이 안 됐단다. 
 
섬 주민의 주 수입원은 갯벌서 캔 바지락, 굴, 낙지 따위의 갯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바다 환경이 나빠져 걱정이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도 이겨냈는데 인근 화력발전소와 공단에서 나오는 분진, 생활하수 등이 가로림만의 생태계를 병들게 하고 있다. 김 이장은 “옛날보다 굴, 바지락 어획량도 줄었고 바다 때깔도 탁해졌다”고 말했다.  
 
서산=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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