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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니 배불렀나…국민의힘과 안철수의 합당 기싸움

중앙일보 2021.04.09 17:28
4‧7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합당론을 둘러싸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벌써 “꼭 합당이 필요하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향후 만만치 않은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달 16일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선거 후 국민의당 당원동지들의 뜻을 얻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 회색 양복)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 회색 양복)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9일 “국민의당이 먼저 합당 시기와 방법을 제안하라”고 요청했다.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출범 전에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부터 먼저 정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 전당대회가 될지, 먼저 전당대회를 하고 통합을 논의할지 선후의 문제가 있다”면서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선 “어떤 시기와 절차로 (통합을)할 건지를 알려달라고 국민의당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공을 넘긴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부엔 '선 통합-후 전대’냐 ‘선 전대-후 통합’이냐를 놓고 목소리가 갈라져있다. 당권 주자중 한 명인 정진석 의원은 8일 “선 야권 대통합, 후 전당대회로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스스로 변화하기까지 기다리지 말고 들어와서 함께 쇄신과 변화에 힘을 합치자”는 의견이다.
 
반면 일각에선 “선 전대, 후 통합이 맞는 수순”이라고 주장한다. 합당 후 전대에 직접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안철수 대표를 견제하는 이들이다. 당권에 도전하는 한 중진 의원은 “통합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급하게 할 일이 아니다”라며 “전대를 먼저 치르고, 새 지도부가 구성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꼭 합당이 필요하느냐. 서울시장 선거처럼 연대 방식으로 대선을 치러도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도 일단 관망세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3달 반이라는 선거 과정 속에서 나타난 국민의 요구와 안 대표에 대한 평가를 복기하고 당원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당원들과 지지자들 간 의견을 어떻게 모을지를 두고 회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 권한대행이 요청한 ‘합당 시기와 방식’에 대해선 “통합을 먼저하고 전대를 할지 등 국민의힘의 일정이 먼저 정리가 안 됐는데 우리가 의견을 제시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당에선 적극적인 지원 유세에 대한 호의적 평가 등으로 안 대표의 주가가 치솟자 "우리가 굽히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기류가 생겨났다. 안 대표는 8일 “우선 야권이 변해야 하고 두 번째가 야권 대통합”이라며 ‘야권 변화와 혁신’을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대통합을 통한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기득권을 내세우면 통합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통합 과정에서 사무처 당직자 구조조정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 대표와 주 원내대표가 최근 직접 만나기도 했는데, 안 대표는 "두 당의 단순합당이 아니라, 윤석열 전 총장과 다른 세력까지 아우르는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당분간 양당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윤 전 총장 등 정치권 밖 대선 주자들이 야권에 합류할지, 한다면 어떤 방식일지 등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의 주도권 싸움도 변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선 어느정도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정권교체를 향한 과정에서 합당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이라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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