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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광복군의 꿈 현실됐다···첫 국산 전투기 'KF-21' 출고

중앙일보 2021.04.09 16:31
 
9일 오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한국에서 자체 개발한 첫 국산 전투기 출고식이 열렸다. 임시정부 시절인 1920년 첫 비행장교를 배출하면서 국산 전투기로 영공을 지키겠다는 꿈을 꾼 뒤 100여년 만이다.
 
한국은 이번 전투기 개발로 세계서 13번째로 자체 전투기 생산국 반열에 올랐다. 4.5세대 첨단 초음속 전투기 개발은 미국ㆍ중국ㆍ일본 등에 이은 8번째가 된다.
 
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열린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열린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출고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00여 년 전 임시정부는 광복군에 공군 창설 꿈을 가졌다”며 “‘우리 손으로 우리 하늘을 지키자’는 선조들의 꿈을 오늘 우리가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첫 국산 전투기의 제식명은 ‘21세기 한반도를 수호할 국산 전투기’라는 뜻에서 ‘KF-21’이라고 정했다. 공군에선 전투기 제식명은 ‘F’로 시작하는데 국내에서 제조한 경우 ‘K’를 덧붙인다.  
 
공군을 상징하는 ‘보라매’ 명칭도 붙었다. 공군은 “미래 자주국방을 위해 힘차게 비상하는 한국형 전투기”라고 설명했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9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KF-21 보라매는 음속의 1.8배에 달하는 비행속도, 7.7t의 무장 탑재력으로 전천후 기동성과 전투능력이 가능하다.
 
개발과정에 얻은 최첨단 기술은 KF-16, F-15K 등 기존 공군 전투기에 적용해 성능을 올릴 수도 있다. 이번 전투기 개발을 계기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의 기반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조립 모습. [사진 방위사업청]

지난해 9월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조립 모습. [사진 방위사업청]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을 천명한 이래 20년 만에 1호기를 출고하게 된 것이다.
 
2010년 4월 국내 개발을 결정한 뒤 2015년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섰다. 지난해 8월 시뮬레이션 비행에 성공한 뒤 9월부터 총 26만여 개의 부품 조립을 시작했다.
 
이날 출고식을 가졌지만 당장 임무에 투입하는 건 아니다. 올해는 지상시험을 시작하고 내년이 2022년 첫 시험비행에 나선다. 이후 2026년까지 시험평가를 이어간 뒤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달 24일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막바지 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방위사업청]

지난달 24일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막바지 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방위사업청]

 
정부는 KF-21 전투기 120대를 개발ㆍ생산하는데 총 18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고 불리는 배경이다. 개발 비용은 총 8조 8000억 원으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KAI를 비롯한 국내 방산업체가 협력한 결과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개발비용의 20%를 부담하면서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대표단이 이날 출고식에 참석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축하 영상을 보내왔다.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방사청은 2014년 F-35A 전투기를 구매하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전투기 관련 기술을 넘겨받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 정부가 돌연 절충교역 약속을 뒤집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제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제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이 한국에 제공키로 했던 25개 핵심 기술 중 ▶AESA 레이더 ▶IRST(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 ▶EOTGP(전자광학 표적획득 및 추적장비) ▶전자파 방해장비 등 가장 중요한 4개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결국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국내 개발을 결정했지만, 당시만 해도 개발능력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개발역량이 부족한 업체를 선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AESA 레이더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선진 5개국에서만 개발에 성공했다. ADD 관계자는 “미 F-35A 전투기에 탑재된 AESA 레이더와 성능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AESA 레이더가 공중 및 지상의 다양한 표적을 동시에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다. 작전상황을 가상으로 구현해봤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AESA 레이더가 공중 및 지상의 다양한 표적을 동시에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다. 작전상황을 가상으로 구현해봤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KF-21 보라매는 진정한 자주국방의 상징이다. 주요 장비 등 전체 국산화 비율은 65%에 이른다. 앞으로 국산화 가능한 부품을 추가로 발굴해 확대할 계획이다.
 
국산 유도무기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지금까지 국산 미사일을 개발해도 해외에서 도입한 전투기에는 장착하는 게 까다로웠다. 해외 항공기 제조사의 허락과 기술 조율이 필요해서다.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전투기 개발에 700여개의 국내 업체가 참여했고 1만 2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겼다”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면 일자리 10만개가 추가로 생기고 5조 9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2019년 10월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에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모형이 전시됐다. [사진 LIG넥스원]

2019년 10월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에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모형이 전시됐다. [사진 LIG넥스원]

 
문제는 수요다. 공군이 운용할 120여대만 갖고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정부는 처음부터 국제 공동개발로 추진키로 하고 동남아시아 방산 수출 교두보인 인도네시아를 전략적인 개발 파트너로 삼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낸 돈은 착수금을 포함해 2200억원뿐이다. 인도네시아는 2년 전부터 재정 악화를 이유로 분담금 지급을 완전히 중단해 현재 연체금만 600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축하 영상을 보내고 국방장관이 출고식에 참석했지만, 인도네시아가 밀린 분담금을 내겠다고 딱 부러지게 얘기하지는 않았다”며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가 KF-21 보라매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된다면 정부 예산으로 메울 수는 있겠지만, 수출 분위기에는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게 방산 업계의 전망이다.
 
이철재·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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